반려견에게 형제가 필수? 강형욱 표정이 굳어진 이유
[김종성 기자]
자녀에게 '형제'를 만들어 주고 싶은 건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까. 형제가 있으면 함께 놀고 부대끼면서 사회성도 발달할 뿐더러 훗날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갈 때 서로 의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많은 보호자들도 마찬가지다. 혼자 놀고 있는 반려견을 보면 괜스레 안쓰럽고 외로워 보여 가족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과연 그 선택은 '좋은' 결과를 빚어낼까.
실버 스탠더드 푸들 곰이(수컷, 2살)
스탠더드 푸들 담이(암컷, 1살)
14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스탠더드 푸들 남매가 고민견으로 출연했다. 수많은 푸들 변종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스탠더드 푸들은 38cm 이상의 높은 체고를 가진 대형견이다. 대체로 지적이고 점잖으며, 활동량이 많고 상호작용에 능하다. 곰이가 활발하다면 담이는 소심한 편이었는데, 엄마 보호자와 딸 보호자는 곰이가 혼자 외로워 보여 담이를 입양했다고 설명했다.
"엄마가 곰이를 편애하다 보니까..."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첫 번째 고민은 '곰이의 질투'였다. 곰이는 엄마 보호자가 담이와 놀아주자 갑자기 담이를 공격했다. 둘 사이를 갈려 놓으려 애썼다. 또, 엄마 보호자가 담이를 부를 때면 무조건 방해했다. 훨씬 많은 애정을 받고 있는데도 부족한 모양이다. 행동 교정을 위해 훈련소에 갔던 적이 있는 곰이는 보호자와 떨어진 경험을 한 이후로 담이에 대한 견제가 훨씬 심해졌다.
딸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도 그와 같은 성향이 나타났다. 둘의 싸움이 치열한데 엄마 보호자는 그저 '노는 것'이라 여겨 방관했다. 그렇다면 곰이와 담이가 둘만 있을 때는 어떨까. 곰이는 담이에게 다가가더니 몸 위에 올라탔다. 그렇다. 두 번째 문제는 '곰이의 마운팅'이었다. 보호자가 없을 때 더 심했는데, 강형욱 훈련사는 "상호작용이 보이지 않는 일방적 괴롭힘"이라 설명했다.
심지어 곰이는 누나 보호자에게도, 제작진에게도 마운팅을 했다. 낯선 사람에 대한 마운팅 집착이 심한 듯했다. 강형욱의 표정이 굳어졌다. 세 번째 고민은 '곰이의 입질'이었다. 누나 보호자가 곰이의 행동을 제지하면 입질을 시도했고, 촬영 중인 제작진에게 다가가 상처가 남을 정도의 입질을 하기도 했다. 그밖에 (담이와 합동하여) 집 안의 물건을 부수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예쁘게만 키우려다 보니 발생한 문제예요. 손주나 아기 예뻐하듯이 키우는 것만 아시고, 뭘 가르쳐야 하는지, 어디서는 멈춰야 하는지 모르시고 키우다 보니까..." (강형욱 훈련사)
한편, 곰이의 공격에 굴하지 않는 담이의 모습도 관찰됐다. 곰이가 귀를 물면 담이도 똑같이 귀를 물었고, 곰이가 마운팅을 하면 담이도 즉각 반격하는 식이었다. 담이도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니었다. 둘의 관계는 언제 곪아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강형욱은 한 달만 떨어져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지금은 어릴 때 정으로 살고 있을 뿐이라는 애기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가장 시급한 고민거리라 할 수 있는 곰이와 담이의 관계는 괜찮은 걸까. 강형욱은 심한 장난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그 상황을 구경하듯 방관하는 엄마 보호자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노는 게 사실 한끗 차이거든요."라며 서로 재밌는 놀이인지 한쪽의 일방적인 장난인지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화를 원한다면 곰이를 소파 밑으로 내려 보내야 했다. 둘은 공평하게 대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그 역할은 엄마 보호자의 몫이었다. 강형욱은 훈육이 익숙하지 않은 엄마 보호자를 위해 기본적인 사항인 ① 애정 담긴 말투 금지 ② 단호한 태도를 인지시켰다. 소파에서 내리기에 성공한 다음에는 아예 올라오는 것도 막았다. 처음 겪는 엄마 보호자의 단호함에 곰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곰이는 제작진을 보고 짖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딸 보호자가 나설 차례였다. 강형욱은 곰이가 보호자보다 먼저 상황을 확인하는 행동을 보인다며, 이는 보호자의 의사 표현을 무시하는 거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리더의 부재로 생긴 문제 행동이었다. 강형욱은 딸 보호자에게 곰이를 적극적으로 블로킹하며 통제할 것을 지시했다. 이러한 통제를 통해 리더십을 각인시켜야 했다.
그렇다면 곰이에게 의존하는 듯한 담이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강형욱은 어린 반려견이 성견의 집에 올 경우이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담이는 보호자들보다 곰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테고, 이 과정에서 곰이를 보호자라고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곰이가 없을 때 하울링을 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강형욱은 가장 시급한 건 담이의 주 보호자를 설정하는 거라 선언했다.
담이의 경우 원맨독이 되기는 힘들지만, 주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강형욱은 한 명의 보호자가 '나의 반려견'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곰이를 편애하는 엄마 보호자가 포착됐기 때문에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곰이, 딸 보호자-담이로 짝을 지어주려 했지만, 예상과 달리 곰이가 가장 따르는 대상은 딸 보호자였다. 의외의 반전이었다.
마지막으로 곰이의 입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강형욱은 곰이가 어릴 때부터 장난으로 입질을 했다는 점을 파악했고, 그때그때 바로 혼내지 않으면 장난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산책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책과 스트레스, 입질은 연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견인 만큼 가벼운 산책으로는 부족하고, 좀더 활동적인 운동이 필요했다.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곰이와 산책 훈련에 나선 강형욱은 '대형견 도심 산책 백서'를 전파했다. ① 사람들과 눈맞춤 ② 밝은 표정 ③ 인사는 대형견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보호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었다. 특히 인사는 어색할 수 있지만, 반려견의 사회성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강형욱은 대형견 도심 산책은 이웃에 대한 배려가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의 반려견에게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지나치게 인간 위주의 것은 아닐까. 반려견들이 바라는 건 보호자와의 깊은 유대 관계이지, 반려견들끼리 형성하는 무리 관계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무한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비겁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무엇이 나의 반려견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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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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