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지금 내전 중] ‘비명’ 의원 지역구에 ‘친명’ 인사들 도전장
<국민일보는 내년 4월 10일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내전을 연이어 보도한다. 2편은 민주당의 내부 경쟁 양상이다.>
“총선을 앞두고 특정 출마예정자가 다른 출마예정자에 모욕적 발언을 하면 윤리감찰단이 조사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1일 이같이 지시했다.
원외 친명(친이재명)계 인사인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 출마 선언을 하며 페이스북에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 수박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등 발언을 쏟아낸 뒤 나온 반응이다.
수박은 ‘개딸(개혁의 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에 사용하는 비하 표현이다. 양 전 위원장의 발언은 전 의원을 포함한 비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양 전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중앙당 윤리심판원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
민주당 내전은 이처럼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지는 상황에서 가장 강도 높게 표출된다.
친낙(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성남 중원)엔 친명계 원외 인사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현 부원장은 지난 6월 윤 의원이 설치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 부스 건너편에 부스를 설치하고, 지지자들과 수박을 나눠먹으며 페이스북에 “더운 날엔 수박이 최고입니다”라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그러나 양 전 위원장과 달리 현 부원장에 대한 윤리감찰단 징계는 개시되지 않았다. 이에 윤 의원은 지난 10일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말씀하시는 부분과 실제 실행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명계 의원 지역구로 향하는 것은 친명계의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 체제 지도부의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시절 대변인을 지낸 비명계 신영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군산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때도 고향인 군산으로 출마하려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뜻을 접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당 차원에서 처음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장외 집회에 불참하고 군산에서 지지자들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김 의원 측이 “이 대표가 보내 군산에 왔다”, “신 의원은 비명계라 공천이 쉽지 않다”는 등 발언도 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당시에도 신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벌써 공천학살을 하는가”라며 항의해 결국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지역에서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며 공개 지적한 일도 있었다.
강성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은 친낙계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양이 의원은 환경운동가이자 재생에너지 전문가로 원내에 입성했고, 광명에는 연고가 없다.
한 지역 관계자는 “양이 의원이 오래 전부터 지역 행사에 얼굴을 드러냈다”며 “광명에서도 ‘수박 공세’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비명계 중진 이원욱 의원 지역구(경기 화성을)에는 친명계 비례대표인 전용기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개딸 등이 최근까지도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는데다, 이 대표 지시로 만들어진 혁신위가 대의원제나 공천룰 등 민감한 주제까지 건드렸다”며 “이 대표가 ‘공천 학살’을 할 거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드보이’들의 귀환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4선)이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역 윤재갑 의원(초선)과 맞대결을 펼칠 전망이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4선)이 전북 전주병에서 김성주 의원(재선)과 다시 맞붙겠다는 태세다.
신계륜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4선)은 재선 기동민 의원의 서울 성북을에 출사표를 던졌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3선)은 김병기 의원(재선)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에서 4선에 도전한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6선)은 경기 안양갑의 민병덕 의원(초선)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보유한 인사들이지만, 86세대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들의 ‘등판’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를 놓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혁신위는 지난 10일 전·현직 다선 의원들을 향해 불출마를 촉구하는 혁신안을 내놓은 상태라 올드보이의 귀환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불출마 선언과 사법리스크 등으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거나 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구에는 누가 깃발을 꽂을 것인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4선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서대문갑에는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지역은 대학가가 많은 민주당의 텃밭이라 누가 우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을지 당내 관심이 높다.
그러나 우 의원은 아직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이 전략공천지역이 될 것이라는 말도 돈다.
오영환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경기 의정부갑에는 이 지역에서 6선을 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씨가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전략공천지역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코인 논란’으로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가 어려워진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경기 안산단원을은 현재 인구 문제로 고영인 의원의 안산단원갑과 지역구 통합이 예상된다.
19대 때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이 지역에 출마해 고 의원과 경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인천 남동을) 지역구엔 인천 남동갑에서 19대·20대 의원을 지낸 박남춘 전 인천시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아직 의사를 밝힌 건 아니고, 다시 인천 남동갑에서 맹성규 의원과 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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