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창작자 단체, 국회에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 촉구 “정당한 보상받아야”

박로사 2023. 8. 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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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14일 오후 국회소통관에서 영상창작자의 정당한 보상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8월 31일과 9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이 ‘영상저작물 저작자의 비례적이고 공정한 보상을 위한 보상금 제도’를 신설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개정법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수차례의 토론회, 문체위 공청회를 거치고, 문체부가 해당 법안에 대한 연구 용역까지 마쳤지만, 문체위 법안 소위에 한 차례 상정된 뒤 뚜렷한 이유 없이 심의가 보류됐다. 이에 DGK(한국영화감독조합), SGK(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사)한국독립PD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창작자 단체들이 국회를 향해 심의 속개와 조속 통과를 요구했다.

진행을 맡은 DGK 부대표 강대규 감독은 모두 발언에서 “K콘텐츠의 영광스러운 자리에는 언제나 국가가 그 이름을 함께 하면서, K창작자들의 위태로운 구호 요청에 대한 대답은 하염없이 뒤로 미루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회견 시작을 알렸다.

사진=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저작권법을 발의한 1년 사이 유럽 연합의 모든 국가는 정당한 보상을 위한 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했고 할리우드에서는 보다 투명하고 강화된 정당한 보상을 위한 파업이 진행 중”이라며 “정당한 보상 없이 문화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라며 호소했다.

회견을 공동주최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현재 뉴스는 연일 한국 영화 위기론을 이야기한다. 영상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제작사가 독점하는 불공정 생태계 또한 한국 영화 위기론의 한 컷을 채우고 있다”며 “정의당은 시나리오를 쓰고 영상을 창작하는 일이 더이상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 되지 않도록 영상 창작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당사자 발언에 나선 DGK의 정주리 감독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반대를 멈추고 창작자를 여러분의 파트너로 인정해달라. 그래야만 우리가 계속 작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SGK의 김병인 대표는 “작품이 시장에 공개되면, 그 사용량에 비례하는 보상을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은 국제적 상식”이라며 저작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논리들에 대하여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양윤호 대표는 “OTT 산업시대에 영화영상 강국으로 가는 마지막 지름길은 창작자 권리보호다. 음악 저작권자들로 인해 음반산업은 축소된 게 아니라, 글로벌 환경에 맞는 창작으로 산업계를 몇 단계 점프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작권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창작자연대 창공(준)의 웹툰작가노동조합 하신아 위원장은 “최근 검정고무신의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빼앗기고 작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고소를 당해 싸우던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열악한 다른 분야 창작자의 현실도 영상창작자들의 싸움과 연결되어 있음을 밝혔다.

또 “법적 기반이 없기에, 창작자들은 해외 플랫폼에도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지 못한다. 이것은 모든 분야에서 동일한 이치로 벌어지는 비극이다. 이것이 K콘텐츠의 민낯”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한국영화감독조합 제공

(사)오픈넷의 오경미 연구원은 “창작자 보호가 없는 현 제도의 결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많은 창작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작품 창작에 매진할 수 없어 대중적으로 잘 팔릴 것 같은 작품을 기획하는 제작사로 들어간다”며 “이에 따라 창작의 다양성이 위축되면서 영화계는 저예산과 블록버스터 영화만으로 양극화됐고, 중소형규모의 영화는 사라지고 있다”고 현 한국영화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매체의 독점과 장르의 편중에 따른 다양성 파괴는 결국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결국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콘텐츠 산업은 소비자를 붙잡지 못한다. 흥미를 잃은 소비자들은 더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는 곳으로 떠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DGK 이사 정승구 감독이 낭독한 회견문의 키워드는 ‘상생’이었다. 정승구 감독은 창작자들 또한 국내 플랫폼과의 상생을 원하고 있다며 “국내 플랫폼이야말로 두터운 창작자 풀 없이는 성공할 수 없지 않나. 승자 독식의 희망 고문으로는 창작 생태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2023년 현재, 전세계 콘텐츠 문명국 중에서는 오직 한국만이,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0에 수렴하는 상태로 방치한 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중”이라며 “연간 8700억 원 규모의 국제 저작권료 시장에는 진입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국부가 실시간으로 유실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끝으로 유정주 의원은 “개정안은 문화 강국이라는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재능 있는 미래의 창작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가 신속하게 법안 통과를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했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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