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모제와 발기부전에 대한 진실 게임
때늦은 설명에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그 이유는 약제의 민감한 부작용을 미리 말해주면 부작용이 훨씬 많이 나타나는 ‘노시보 효과’ 때문이다. 약이 아닌 밀가루를 좋은 약인 줄 알고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 개념이다. 이 약 복용 전에 미리 설명하면 절반 이상이 성적 부작용을 호소한다. 일반적으로는 발기부전 24%, 성욕저하 21.5%, 사정장애 18.9%, 등의 수준일 뿐인데 말이다.(6만2827명 대상 27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연구 결과의 객관성이 가장 담보되는 연구 방법) 평균) 그 이유는 성적 부작용은 실제 신체적인 원인도 있지만,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발모제를 통칭 ‘알파환원효소억제제(5ARI)’라고 한다. 이 약제는 테스토스테론이 더 강력한 남성호르몬의 하나인 DHT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하는 약제인데, DHT는 전립선 비대와 남성형 탈모를 촉진하는 원인이다. 이 약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도 쓰이는 이유다. 결국 이 약은 DHT를 감소시켜 탈모를 억제하고 발모를 유도하다 보니 기전적으로 성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복용 초기에 급격한 DHT의 감소로 인해 성적 부작용을 강하게 느끼지만, 장기간 복용할수록 성적 부작용이 많이 감소한다. 다만 40세 이하에서 빈도가 높은 경향이 있으며, 약제 투여 전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경우에 성적 부작용이 지속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어떤 약제든 부작용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 원칙은, 문제 약제 중단 후 타 약제 투여, 동일 제제 저용량으로 전환, 부작용 개선 약제 추가 투여이다. 5ARI의 부작용에 대입을 해보면, 먼저 5ARI를 중단하고 미녹시딜과 같은 다른 발모제나 외용 발모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 미녹시딜도 성적 부작용이 없을 뿐 부작용은 있다. 그런데 5ARI를 중단하기 싫다면 저용량으로 투여할 수 있는데, 저용량이라도 성적 부작용 빈도가 유사해서 부작용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탈모 치료가 절실하고 성적 부작용도 반드시 해결하길 원하면 5ARI와 함께 발기부전치료제를 병용하는 방법도 택할 수 있다.
언급한 27개 연구에서 20% 전후의 부작용을 ‘뿐’이라고 해서 황당해할 독자도 있으실 것이다. 이유가 있다. 놀랍게도 동일 27개 논문에서 위약 복용으로도 발기부전 22.4%, 성욕 감소 20.5%, 사정장애 15.5%를 부작용으로 보고하여, 5ARI로 인한 것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한 개인의 경험이 과대 포장된다든지 일부 편협된 정보의 확산으로 인한 노시보 효과가 크다. 또한 초기(대개 3개월째) 부작용이 20% 전후라도, 여러 연구에서 복용 6개월, 1년, 3년째 평균 발생 빈도는 발기부전이 8%, 4%, 0.4%로 감소하고, 성욕저하는 5%, 2%, 0.1%, 사정 장애는 2%, 1%, 0.1%로 복용할수록 거의 해소되는 결과를 보인다.
젊은이들도 많이 복용하다보니 정액에 대한 염려도 있는데, 두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정액량, 정자 수 및 운동성이 감소하는 환자가 일부 있었는데 복용할수록 감소 정도가 회복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 설사 감소하더라도, 5ARI 투여 전 정상 정자 지표를 보였다면 5ARI로 인해 불임이 유발되지는 않는다.
탈모는 막아야겠고 그에 따른 부작용은 싫고. 그래서 약을 며칠씩 먹다가 중단하다가 그 결과 탈모도 진행되고, 부작용도 지속되고…. 염려가 이해되지만, 5ARI로 인한 부작용은 약제만 중단하면 쉽게 개선이 될 수 있으므로 지나친 염려는 과도하다. 그리스 신화 속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지나가고 나면 잡히지 않으려고 뒷머리가 대머리이다. 어쩔 줄 몰라 시간만 보내고 기회를 놓칠 게 아니라, 부작용이 장애가 된다면 관련 전문의를 방문하면 모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해결되는 문제임을 상기시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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