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안 줄이면 2041년에 기온 상승 2도 저지선 넘어선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없다면 오는 2041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목표치인 2도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40년대에는 강수량이 지금보다 늘고,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나 산불 발생 위험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 에리어 환경연구소(BAERI)와 미 항공우주국 어스 익스체인지(NASA Earth eXchange, NEX) 연구팀은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한 미래의 모습을 내다본 논문을 최근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NASA 본부 소속 연구진도 참여했으며, 박태진 박사가 논문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온실가스 줄여도 2044년 목표 초과
연구팀은 1950~1979년 사이 30년을 기준으로 삼고, 산업화 이후 이 시기까지 지구 기온이 0.25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추가로 1.75도 더 오르는 시기가 언제가 될지 추정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를 안 줄이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041년에, 온실가스를 어느 정도 줄이는 중간 경로(SSP2-4.5)에서는 2044년에 기온 상승 폭이 2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공간 해상도가 25㎞ X 25㎞로 높고, 미래의 일(日) 단위 기상 변화까지 예측할 수 있는 개선된 기후변화 예측 모델인 NEX-GDDP(NASA Earth eXchange Global Daily Downscaled Projections)을 활용했다.
이 기후모델은 좁은 지역 내 불균등한 기후변화를 찾아낼 수 있고, 월평균 분석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돌발홍수나 폭염도 하루 단위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강수량은 증가, 상대습도는 감소
기후 변수 가운데 지표면 기온을 보면, 고배출 시나리오 하에서 2040년대 10년 전체로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79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간 배출 경로에서는 2.33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린란드·알래스카·시베리아 등은 2040년대까지 연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강수량은 1950~1979년과 비교해서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22.4㎜, 중간 배출 시나리오에서는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마존 분지에서는 연간 강수량이 98㎜까지 감소하고, 남아프리카와 북미 남서부, 호주, 지중해, 사하라 사막 남쪽 등 건조 지역도 강수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상대 습도는 고배출 경로에서는 0.73%, 중간 배출 경로에서는 0.6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습도는 수증기의 양을 해당 온도에서 최대로 품을 수 있는 양으로 나눈 값(비율)인데,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 절대습도는 상승해도 상대습도는 떨어질 수 있다.
풍속은 전체적으로 감소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여전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겠지만, 중간 배출 시나리오에서는 대기오염이 줄면서 복사량이 약간 회복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온실가스에 의해 지표면으로 재반사되는 장파 복사량은 최근까지도 계속 증가했고, 21세기의 나머지 기간에도 계속해서 상승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표면 부근 풍속의 경우 중간 배출 경로에서는 초당 0.04m, 고배출경로에서는 초당 0.03m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북아메리카 중부(-0.13m/s)와 동부(-0.11m/s), 북유럽(-0.12m/s), 티베트(-0.11m/s)에서는 풍속 감소가 뚜렷하지만, 아마존(+0.03m/s)과 동남아시아(+0.02m/s)는 오히려 풍속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열스트레스·산불 지수 상승
습구 지구 온도(WBGT), 즉 온도-습도로 산정하는 열 스트레스 지수와 관련해 연구팀은 이를 단순화한 sWBGT 값을 산출했고, 상위 5% 순서에 해당하는 수치(sWBGT95)를 비교했다.
2040년대 SWBGT95는 기준선(1950~1979년 평균)과 비교했을 때, 2.5도(중간 배출 경로)에서 2.9도(고배출 경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온도·강우량·습도·바람 등의 변수를 바탕으로 산정하는 화재 기상 지수(FWI) 역시 전 세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FWI의 상위 5% 수치(FWIP95)를 비교하면, 중간 배출 경로에서는 지수가 3.6 만큼, 고배출 경로에서는 4.2 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2도 상승한 지구에서는 홍수·가뭄이 더 빈번해지거나, 더 강렬해지거나, 더 길어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극단적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더 세게, 더 길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강수 현상은 폭포식 재해(cascading disasters)를 가져와 상당한 사회 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는 7% 증가하고, 일일 최대 강수량의 경우 14%까지 늘어나는 등 극한 강수 현상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기후변화 수준 큰 차이
지역에 따라서는 지구 전체의 변화 폭보다 더 심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고, 어떤 곳은 지구 전체 변화 추세와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기후변화는 중·저소득국가에서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가능성이 크고,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역 맞춤형 기후 적응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를 2도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일부 지역은 상당한 기후 영향을 경험할 것"이라며 "기후 변화의 핫 스폿을 찾아내고, 기후변화의 복합적 영향을 식별해 지역별로 실행 가능한 적응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박태진(38) 박사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했고, 2019년 보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9년부터 BAERI와 NASA 에임스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한 지구 기후가 어떤 모습일 지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시간·공간 규모를 세밀화한 기후 예측은 국제 사회가 미래의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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