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언제까지?…삼성, 상반기 가동률 떨어지고 재고 늘고

조인영 2023. 8.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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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가전·TV·휴대폰 등 상반기 가동률 감소…반도체 부진에 재고도 증가
삼성전기·삼성SDI도 수요 침체 영향…"하반기부터 소비 심리 살아날 것"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스토어 대치점에서 23년형 무풍에어컨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삼성전자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올 상반기 생산량을 하향 조절했다. 주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공급 물량을 축소함으로써 손실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업황 악화로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방 산업 부진으로 하반기에도 드라마틱한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탄력적인 생산 조정에 나서는 한편 미래 투자는 지속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삼성 계열사들은 수요 부진으로 올해 상반기 많게는 42%p까지 가동률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의 비율이다.

삼성전자의 2023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TV·모니터 등 영상기기 실제 생산 대수는 1926만8000대로 전년 상반기 2087만7000대와 견줘 7.7% 감소했다.

수요 감소 여파는 영상기기 뿐 아니라 휴대폰에도 미쳤다. 휴대폰(HHP) 실제 생산대수는 9535만4000대로 1년 전과 비교해 20.5% 줄었다. 가동률은 영상기기 71.9%, HHP 64.5%로 1년새 각각 2.5%p, 11%p 줄었다.

삼성전기도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삼성전기 사업부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등을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를 비롯해 카메라 모듈을을 만드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을 제조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등 크게 3곳으로 나뉜다. MLCC는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부품으로,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컴포넌트 사업부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 43.2%로 가장 많고, 뒤이어 광학통신솔루션(37.1%), 패키지솔루션(19.7%) 순이다. 이중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가동률은 이 기간 무려 42%p 떨어지며 57%에 머물렀다.

컴포넌트 사업부 가동률도 10%p 감소한 64%에 그쳤다. MLCC 공급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침체 여파가 전 산업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나마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만 가동률(66%)이 8%p 반등했지만 여전히 60%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기는 제품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마저 약세가 지속되면서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다. 실제 MLCC 평균판매가격은 전년과 비교해 14.6% 떨어졌고, 카메라모듈 가격도 3.2% 하락했다. 반도체패키지판 가격만 4.0% 상승했다.

삼성전기 2억화소용 OIS 카메라모듈 3.ⓒ삼성전기

삼성SDI도 수요 침체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반기 에너지솔루션(소형전지) 가동률은 75%로 전년 동기와 견줘 15%p 감소했다. 소형전지 생산 감소는 건설 경기 부진으로 전동공구 등의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이 기간 소형전지 생산능력도 확충하면서 가동률 감소폭이 더 두드러졌다.

편광필름 부문도 IT/모바일 , TV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상반기 가동률이 11%p 적은 83%에 머물렀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및 금리 인상으로 소비 둔화가 이어지고,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기간도 늘어나면서 제조사들의 재고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실제 삼성 계열사들의 재고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55조5048억원으로 작년 말(52조1879억원) 보다 3조3000여억원 늘었다. DX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재고는 줄었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로 DS 부문 재고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DS 부문 재고자산은 4조6300억원 증가한 33조69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전체 재고 중 60% 가량이 반도체 재고라는 의미다. 하만 재고자산도 2조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삼성전기 재고자산도 전년 말에 이어 1조9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범용(레거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산을 실시하는 한편,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PC 프로모션으로 상반기 대비 개선이 기대되고, AI 수요 증가와 High-core CPU 전환 확대로 DDR5 중심 서버 탑재량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3나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1세대 공정은 안정적인 수율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2세대 제품 적기 개발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래 시장 변화에 발 맞춰 고성능 컴퓨팅, 전장향 반도체, 5G,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응용처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2023)'에 마련된 삼성홍보관에서 삼성 모델이 삼성SDI의 환경 가치를 창출하는 배터리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삼성SDI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 및 중장기 수요대비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며, 내실 강화를 위한 투자 효율성 제고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기의 경우 고부가품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개선하고 지속적인 생산성 제고 활동으로 공급 능력을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심성전기는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세계 최고용량의 MLCC를 개발하는 등 하이엔드급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SDI는 전동공구, 전기차, 마이크로 모빌리티(전기자전거, 전기 스쿠터 등) 성장세로 소형전지 시장은 지난해 보다 18%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편광필름은 IT 전방 시장 수요 둔화로 상반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소비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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