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임원들 사표 냈다더니…임기 지났거나 한달 남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철근이 빠진 아파트 단지 5곳을 알고도 숨긴 사실이 드러나 지난 11일 이한준 사장이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했다. LH는 요즘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 문제와 전관 특혜 등 ‘건설 이권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돼 이 사장이 지난 7월30일부터 여러 차례 고개 숙여 사죄했다.
11일 기자회견에서는 이 사장이 대대적 조직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그 첫 조치로 LH 상임이사 ‘전원’의 사직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LH는 사직서를 받은 상임이사 5명 중 4명의 사표를 그날 바로 수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LH의 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사표가 수리 된 4명의 상임이사들 중 두명은 임기가 이미 끝났고 나머지 두명은 다음 달 끝날 예정이다.
국민주거복지본부장인 하모씨와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인 신모씨의 임기가 올 7월 25일로 지났고, 박모 부사장과 오모 공정경영혁신위원장의 임기가 올 9월 30일까지다. 사표는 제출했으나 수리가 안 된 나머지 한 명은 박모 지역균형발전본부장인데, 그의 임기는 2025년 3월 19일까지다. LH에서 상임이사가 연임하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결국 어차피 그만둘 상임이사 전원을 내세워 ‘대대적 조직 혁신’을 한 양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대국민 쇼’를 했다는 지적이 건설업계 안팎에 잇따른다.
또 LH의 상임이사는 모두 7명이다. 그 중 이한준 사장과 염호열 상임감사위원은 사표를 받은 ‘전원’에서 제외됐다. 이 중 감사원 고위감사공무원 출신인 염호열 위원의 임기는 올 4월29일까지로 이미 지났다. 엄연히 LH의 상임이사는 7명인데 5명 만을 놓고 ‘전원’이라 표현한 것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LH의 ‘임원 사직쇼’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땅투기’논란이 불거졌을때도 LH는 ‘쇄신’을 위해 상임이사 4명을 경질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LH는 “비위 직원 관리·감독 부실과 부동산 투기 사태 등의 책임을 묻겠다”며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당시에도 경질됐던 상임이사 2명의 임기가 9일 밖에 남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특히 경질된 4명의 상임이사 모두가 연봉 1억원에 가까운 LH사내대학 교수로 임기 2년을 보장받고 임용돼 ‘꼼수 쇄신’이란 지적이 나왔었다. LH 상임이사는 재취업 금지 조항에 따라 퇴직 후 3년 간 LH 관련 일을 하는 민간회사 등 취업심사대상회사로의 취업이 금지된다.
LH의 사장이면서도 연일 LH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이한준 사장에 대한 지적도 LH안팎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LH의 한 직원은 “이 사장은 LH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을 3년이나 한 경력 덕분에 ‘전문가’로 인정받아 LH 사장이 됐다”며 “그런데 이런 전문가가 LH에 부임한 지 9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조직 문제 운운’하면 도대체 사장을 몇 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요즘 직원들의 익명 토론방인 블라인드에 이 사장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른다”며 “‘도대체 어느 회사 사장이냐’라는 식의 글이 많다”고 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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