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콕 찍어 한·미·일 軍훈련 정례화…공동성명에 中 명시 없을 듯 [3국 정상회의]

정진우 2023. 8.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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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1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도중 한·미·일 정상의 긴급 회동이 성사되며 첫 발을 뗀 3국 공조 체계가 새로운 진화를 앞두고 있다. 한·미·일 정상은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초의 단독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만 해협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의 안보 질서가 요동치는 시점에 성사된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신(新)공조체계’로의 진화를 알리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北 지목해 때린다…중·러 '제재 무력화' 감시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3국 정상회의 직후 발표된 '프놈펜 공동성명'엔 3국 공조의 범위를 대폭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공동성명의 기본 골조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프놈펜 성명'이 기본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놈펜 성명은 안보부터 경제, 미래과제 등 사실상 전영역에 걸쳐 3국 협력을 규정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공동성명은 협력의 분야를 새롭게 발굴하거나 범위를 확대하는 것보단 프놈펜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협력 과제를 질적으로 심화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미·일은 프놈펜 성명에 이어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북한을 명시해 핵·미사일 고도화를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보다 직접적인 대북 압박책의 일환으로 한·미·일이 공동 군사훈련을 정례화한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한·미·일은 대(對)잠수함 훈련과 미사일 방어 훈련 등 이미 3국이 공동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는 군사훈련을 중심으로 정례화의 범위와 이를 표현할 문구 등을 세부 조정하고 있다.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 행위 감시를 위한 연합 훈련도 가능할 수 있다.

지난달 북한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뉴스1

대중·대러 정책을 북핵 대응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접근법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 불법 환적, 북·러 무기 거래 의혹 등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체제를 우회해 사실상 북한을 불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이제 북·중·러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외교·안보 사안이 됐다. 불법 교역과 무기 거래 등 중·러의 제재 무력화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3국이 공유하고 이를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개함으로써 문제 행위를 공론화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中 견제' 언급 대신 현안 중심 대응


지난 5월 G7 정상회의 당시 별도의 3국 정상회의에서 대면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에 담길 대중 견제 메시지 역시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다만 정부는 3국 실무협의 과정에서 공동성명에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표현을 담는 것은 오히려 3국 공조 강화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3국 정상회의 정례화만으로도 중국은 압박으로 느낄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자극은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이번 공동성명엔 중국과 관련한 현안 중 3국의 입장이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에 국한해 원칙적인 수준의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프놈펜 공동성명에도 담긴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강력 반대 ▶항행·상공비행 자유 지지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 중요성 강조 등은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 미·중이 입장차를 보이는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에 해당한다.


"경제적 강압" 논의하되 메시지엔 '신중론'


한미일 3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이번 공동성명에 담을 예정이다. 다만 공급망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일이 뭉쳐 중국을 상대로 한 공급망 봉쇄 등 직접적인 움직임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경제 안보 협력도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특히 프놈펜 공동성명에 담긴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진전된 공조 방향이 담길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지만 미국이 '경제적 강압'을 앞세워 지적하는 대상은 중국이다. 반도체·배터리 등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미·일이 뭉쳐 중국을 견제하자는 성격을 담은 셈이다. 다만 이 역시 미국은 기술을, 중국은 광물 자원을 앞세워 피 튀기는 공급망 경쟁을 이어가는 최근 동향을 감안했을 때 공동성명엔 날 선 대중 메시지가 아닌 원칙적 수준의 3국 협력 강화 방침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첫 단독 정상회의부터 중국 견제가 주 목적인 것처럼 보이면 불필요한 논란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강압'에 대해 중국을 명시하는 구체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정상회의는 공급망 안정화, 반도체ㆍ배터리 등 중요 물자 협력, 기술 협력 등에서 3국이 합의한 공조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태 너머' 바라보는 한·미·일


한·미·일은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분야별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더해 공조의 지역적 범위를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는 데 뜻을 모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3일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자 협의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 역시 이같은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이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대통령실 제공

한·미·일은 앞서 프놈펜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하며 3국이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는 현안에 대해 언제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당시 공동성명엔 러시아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내용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침략 전쟁에 대항해 함께 하며 영토 주권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3국 정상은 미국→일본→한국 순으로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연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3국은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공통 입장을 담을 예정이다. 프놈펜 성명에서 한 발 나아가 한·미·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 등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질서 파괴 행위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를 조율중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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