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새로운 적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구열난화' 시대가 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지구온난화의 시대는 끝나고, '끓는 지구'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폭염과 폭우·태풍 등 기상이변은 전 지구적 문제가 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구열난화’ 시대가 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지구온난화의 시대는 끝나고, ‘끓는 지구’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두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는 올해 7월 중순까지의 온도가 역대 최고라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올여름이 앞으로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섬뜩하다.
폭염과 폭우·태풍 등 기상이변은 전 지구적 문제가 됐다. ‘기상이변’이라는 말도 조만간 ‘사어(死語)’가 될지 모르겠다. 이변이 아니라 항상 벌어지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만 봐도 미국·중국·인도·이란·노르웨이·스웨덴·이탈리아·포르투갈·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이 기상재해로 신음했다. 국가명을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태풍 ‘카눈’은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를 관통하며 평양 주변까지 올라갔다. 태풍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닷새 정도인데, 카눈은 14일 정도를 태풍으로 세력을 유지한 것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바다도 뜨거워지면서 태풍의 생명이 길어진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이후 폭우로 인한 사망은 5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카눈으로 인한 사망자도 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폭우·태풍 피해는 이제 우리 곁에 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 양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상황을 이제 우리가 늘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를 해야지, 이것을 ‘이상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폭염·폭우 등 기상이변만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적’이 아니다. ‘묻지마 흉기난동’도 신종 위협으로 등장했다. 서울 신림역 인근과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인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연쇄적으로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이제 사라졌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서현역 사건과 관련해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라며 “강력한 진압장비 휴대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조작된 가짜뉴스도 과거에는 없었던 사회악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AI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북한 문제는 진화를 거듭하는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형태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만도 버거운데, 무인기 등 신형 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
한국 정치권은 이 같은 낯선 적들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대답은 회의적이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영혼을 팔 기세다. 그러나 새로운 적들 앞에서는 영락없는 ‘종이호랑이’ 모양새다. 여당은 용산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계파 싸움에 여념이 없다. 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새로운 난제들이 등장하는데, 한국 정치권에서는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는다. 여야 간 싸움을 보면, 조선시대 때 ‘왕비가 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는가’를 놓고 싸웠던 ‘예송논쟁(禮訟論爭)’이 연상된다. 기후변화와 묻지마 흉기난동 등이 급류처럼 우리 사회를 습격하고 있다. 대안 마련에 더딜 경우 폭우에 휩쓸려 가는 이재민 신세가 될 수도 있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우생순’ 주인공 울린 한체대… 法 “불공정” 판결
- [단독] 회의록 보니…전북도·정부 ‘불통’, 잼버리 파행 낳았다
- DJ소다, 일본 공연 중 성추행 피해 “10년간 없던 일”
- 수영 국대 황선우, 뺑소니 의심사고…黃 “몰랐다”
- 탈출한 암사자, 1시간여 만에 사살…“이웃들은 사자 사육 몰라”
- 무단횡단중 놀라넘어져 골절…운전자 ‘유죄’ 나온 이유
- ‘왕의 DNA’가 ADHD 교육법?…사설연구소 주장 보니
- 1200억 혈세 잼버리… 위기수습 추가 200억 정산 남았다
- “女손님 속옷 비쳐 3초 쳐다봐” 성희롱 신고당한 사장
- “다리 길어 보여” 中 유행 ‘가짜 배꼽’ 스티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