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디에 있나” 하와이 주민들 늑장 지원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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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참사에서 미국 정부의 미숙한 구호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호품 수송에 참여한 마우이 중부 키헤이 주민인 폴 로메로는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며 "우리 '오하나'(가족을 의미하는 하와이 원주민어)를 지원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지만 민간 물품은 고갈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우이섬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당분간 휴가를 위한 방문을 삼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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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 물 부족… 화재 진압 난항
주민들 “휴가 위한 방문 삼가 달라”
100여년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참사에서 미국 정부의 미숙한 구호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보가 울리지 않아 인재(人災)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후속 대응도 부실해 미국의 재난대비 시스템이 심각한 구멍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마우이섬의 유명 관광지) 라하이나를 파괴한 산불이 발생한 지 며칠 동안 주민들은 연방 및 지역 기관보다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훨씬 더 생명줄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며 “많은 이재민은 지역사회 지인들 집에서 지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원에서 잠을 잤다”고 보도했다.
화재로 마우이섬 일대가 정전되면서 생존자들은 고립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NYT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주민들은 휘발유, 식수, 음식 등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고 전했다.
구호품 수송에 참여한 마우이 중부 키헤이 주민인 폴 로메로는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며 “우리 ‘오하나’(가족을 의미하는 하와이 원주민어)를 지원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지만 민간 물품은 고갈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세금을 받는 정부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한심하다”며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라하이나 북쪽에 있는 호노코와이 마을에서 휘발유를 나눠주던 애슐리 얍도 “이 휘발유는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마련했다”며 “정부는 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 재난관리국(FEMA)은 직원 250명가량을 하와이에 배치했다. 하와이주 방위군은 지역 안전과 보안을 지원하기 위해 200명을 추가 배치키로 했다. 디앤 크리스웰 FEMA 국장은 “지반이 약해져 수색팀이 재해 지역을 다니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마우이섬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당분간 휴가를 위한 방문을 삼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BBC 인터뷰에서 “사흘 전 우리 이웃이 (산불을 피하려다) 바다에 빠져 숨졌는데 바로 다음 날 관광객들이 같은 곳에서 물놀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살아가는 곳과 그들(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 두 개의 하와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화작업을 하는 소방관들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소방관 케아히 호는 NYT에 “소화전에 물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소방관도 “주택 밀집지역에서 소화전을 두드렸지만 수압이 너무 약해 화재를 막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고 말했다.
마우이섬 라하이나는 지표수와 우물에서 퍼 올린 지하수에 의존하지만 인구가 늘고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허리케인 ‘도라’로 강풍이 불어닥치면서 물을 끌어 올리는 전력 시스템도 영향을 받았다. 강한 바람에 전기가 끊기자 소화전에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한편 하와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외래종 식물’이 불길을 키운 요소로 지목됐다. 과거 하와이에서는 사탕수수 같은 현금 작물이 번성했지만 현재는 가연성이 매우 높은 비토종 풀이 자라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기니아그래스, 당밀그래스, 버펠그래스 같은 품종인데, 이 식물들은 비가 오면 빠르게 자라고 가뭄에도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장은현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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