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은행은 국민의 금고다

2023. 8. 15. 04: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은행권의 직원 횡령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경남, 우리, 하나, 국민, 신한, 기업은행 등은 물론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신협, 수협, 저축은행, 그리고 심지어 보험회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횡령 등 비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감독기관들조차 은행 비리를 적발할 수 없는 이유를 나열해본다면 비리가 대형화되기 전엔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정교했거나 감독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거나 감독행위 자체를 너무 소홀히 했거나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자욱 창원대 경영대학장


최근 은행권의 직원 횡령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경남, 우리, 하나, 국민, 신한, 기업은행 등은 물론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신협, 수협, 저축은행, 그리고 심지어 보험회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횡령 등 비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제조회사들이 눈에 보이는 상품을 만드는 것과 달리 금융(은행)산업은 사람이 물품 대신 돈을 취급하기 때문에 인지(人紙) 산업이라고도 한다. 이런 사고가 나기 쉬운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다른 산업에 비해 더 많은 법을 제정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돈을 취급하는 금융맨이 판단을 잘못하게 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지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따라서 은행에 입사하게 되면 제일 먼저 받는 교육이 도덕 의식교육이다. 즉 은행에서 다루는 돈은 돈이 아니라 그냥 상품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은행원 개인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만 은행원이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라고 하는 직장 철칙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게 된다. 하지만 이런 직업의식도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개인의 사적 욕망이 직장에서 지켜야 하는 도덕적·법적 준수 의지를 능가하게 될 때 비리가 발생하게 된다. 비리 사태를 초기에 발견해 조치하지 못하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처음 시작이 어렵지 일단 작은 비리를 저지르게 되면 그때부터는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까지 동원해 개인 욕망을 충족하고자 교묘하고 엄청난 비리로 발전시킨다. 즉, 그 작은 비리를 감추기 위해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은밀해지게 된다. 이럴 때 우리가 양질의 규제·감독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사건이 더 확대되기 전에 이를 잡아낼 수 있다. 그러면 은행 이미지와 사회적 신뢰감이 유지된다. 이런 튼튼한 통제 차단벽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은행의 내부자나 관계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는 은행 횡령비리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감독시스템이 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점이다. 금융산업의 감독기관은 여러 단계로 첩첩이 구성돼 있다. 1차적으로는 은행 내부 감사기관과 이사회가 있다. 은행 감사부서는 막강한 힘으로 일일 마감된 장부상 잔액과 은행 금고상 잔액을 매일 꼼꼼하게 확인한다. 설사 허위 대출로 이뤄진 경우라 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의 대출서류는 다시 본사 검증부서로 이송돼 사후 관리를 받게 돼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친 뒤 은행은 외부 감독기관의 감사를 받는다. 그 첫째는 적정의견을 받기 위해 회계기관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이런 감독기관들조차 은행 비리를 적발할 수 없는 이유를 나열해본다면 비리가 대형화되기 전엔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정교했거나 감독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거나 감독행위 자체를 너무 소홀히 했거나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최근에 거의 모든 시중·지방·저축은행에서 비리가 총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점에 비춰본다면 모든 단계의 감독 부문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은행의 경우 2010년에도 유사한 비리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철저한 감독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것은 해당 은행의 임원뿐만 아니라 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회계감사 및 금융감독원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감독기관에 철저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은행은 국민의 금고다. 가정의 금고가 무너지면 가정경제가 무너지듯 국민의 금고 역할을 하는 은행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백자욱 창원대 경영대학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