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야∼ 잘 지냈어” 천국 간 교회오빠가 목소리로 돌아왔다
“은주야. 내 목소리 잘 들려? 나야 (이)관희, 잘 지냈어?”
뜻밖의 목소리가 작은 이벤트 홀에 울려 퍼졌습니다. 오은주 집사는 귓가에 익숙한 음성이 들리자 얼굴을 감싼 채 울기 시작했습니다. 늘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남편 고 이관희 집사의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음성을 들으며 오 집사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오 집사의 눈물을 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더미션 유튜브 채널은 지난달 27일 인공지능(AI) 기술로 이 집사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천국에서 온 편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오 집사에게 이 집사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이며 첫사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연애 끝에 부부가 됐고 결혼 후 3년 만에 예쁜 딸 소연이도 낳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야 할 시간에 비극의 문이 열렸습니다.
딸 소연이를 출산한 지 2주 만에 이 집사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극단적 선택으로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넉달 후 오 집사도 ‘혈액 암’ 4기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부부는 ‘우리에게 왜 이런 고난이 찾아왔는가’ 원망하며 비참한 심정에 사로잡히지 않았습니다.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오직 선하신 하나님만 바라봤던 이 집사는 2018년 9월 하나님 품에 안겼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하루라도 하나님 앞에 더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 집사의 순전한 믿음은 영화 ‘교회오빠’(이호경 PD)와 책 ‘교회오빠 이관희’(국민일보)로 출간돼 신앙인들에게 큰 도전을 주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집사의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됐다 했고, 신앙을 갖게 됐다고도 했습니다.
‘AI 기술로 이관희 집사의 음성을 복원해 위로하고 격려하자.’
국민일보는 음성합성 기술을 보유한 AI 오디오 기업 ‘보이셀라’ 추헌엽(42)대표와 함께 ‘천국에서 온 편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 제작진의 고민도 깊었습니다. 고인의 음성을 복원해 들려주는 것이 가족들에게 큰 슬픔이 되진 않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최근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사를 오 집사에게 전달한 뒤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렇게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습니다.
추 대표는 “AI에게 음성 학습을 시키면 10개의 샘플이 나온다. 그 중 노이즈가 가장 적은 5개의 샘플을 걸러 낸 뒤 원본 오디오 파일과 비교해가며 가장 유사한 모델을 선정하는 섬세한 작업을 거치게 된다”며 “이관희 집사의 음성으로 제작된 오디오 편지와 성경이 오 집사와 소연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교회오빠’ 이호경 감독에게 AI 음성 파일을 전달하고 검증작업도 거쳤습니다. 이 집사의 투병 기간부터 소천 때까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 감독은 “정말 생전의 이관희 집사의 음성 같다”며 “AI 기술이 정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더미션 영상 팀은 지난달 4일 근황 인터뷰를 이유 삼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보이셀라 건물 내 작은 이벤트 홀로 오 집사를 불러냈습니다.
깜짝 이벤트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나온 오 집사는 암에서 완치된 이야기,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소연이가 성장하며 겪게 되는 아빠의 빈자리, 남편과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을 다 잃어버린 이야기 등 근황을 들려줬습니다. 그렇게 인터뷰가 한창 무르익어 갈 때 즈음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은주야 내 목소리 잘 들려?(중략) 하나님이 주신 사명 잘 감당하고 소연이 잘 키워놓고 천국에서 만나자. 다시 만나는 날 오빠가 마중 나갈게. 그리고 꼭 끌어안고 ‘우리 은주 수고했다’ 말해줄게. 사랑해.”
이어 이 집사가 생전에 가장 의지했던 성경 ‘욥기’ 말씀이 그의 음성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 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 한지라.”(욥 1:22) 오 집사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처럼 여기며 “아멘”으로 답했습니다.
오 집사는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했습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그는 “순간 내가 천국에 왔나 싶었다.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남편이 너무 보고 싶을 때면 혼잣말로 묻고 답하며 그리움을 달랬는데, 너무 듣고 싶고 그리웠던 목소리를 이렇게 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제작진과 보이셀라는 이 집사의 음성으로 제작된 오디오 성경 66권을 USB에 담아 오 집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오 집사는 “소연이에게 너무 귀한 선물이 될 것 같다”며 “다음에는 꼭 만질 수 있게 제작해달라”는 재치 있는 말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이 콘텐츠를 통해 우리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한 번쯤 떠올려보길 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천국 소망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모든 제작 과정이 담긴 영상은 더미션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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