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신사참배로 놓친 한국교회 연합, 이번엔 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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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에서 일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들은 가족에게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평양 산정현교회로 가 무려 두 달 동안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일제강점기 핍박 속에서 저질렀던 죄에 대해 지도자부터 교인까지 크게 뉘우치고 자복했다면 신사참배가 광복 후 한국교회를 이토록 길고 깊게 흔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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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참배 회개 못한 것 뼈아파
한교총·한기총 통합 논의 급물살
교회를 분열시킨 죄부터 회개를
78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에서 일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4분37초 동안 이어진 이날의 패전선언은 나쁜 음질과 난해한 용어로 해석과 번역이 필요했죠. 패전이나 항복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일본의 항복 조건을 논의한 포츠담선언을 수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5년 동안의 억압이 끝났다는 기쁜 소식은 이날 오후가 돼서야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세 물결이 거리를 메운 건 이튿날 오전 11시부터였습니다. 여섯 시간 후 중앙방송국은 애국가를 송출하며 해방의 기쁨을 더했습니다.
해방 직후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돼 있던 전국의 형무소 문도 하나둘 열렸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해 투옥됐던 이들도 자유의 몸이 됐죠. 평양에서도 신앙의 절개를 지키다 투옥됐던 20여명이 풀려났습니다. 이들은 가족에게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평양 산정현교회로 가 무려 두 달 동안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역사는 이들을 ‘출옥 성도’라고 부릅니다.
해방됐지만 38도선을 사이에 두고 북에는 소련군이, 남에는 미군이 진주했습니다.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서였지만 한반도는 뜻하지 않게 허리가 잘리고 말았죠. 남과 북의 교회들은 저마다 신사참배를 했던 과거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1946년 6월 남한 교회들만 모인 ‘조선기독교남부대회’에서도 신사참배 후폭풍이 거셌죠. 출옥 성도들은 “최소 두 달 동안 회개하는 기간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신사참배를 주도했던 이들에 대한 징계도 없었습니다.
신사에 머리를 숙인 이들도 할 말이 있었습니다. “교회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지 자발적 의지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었죠. 심지어 이 혼란으로 1951년 첫 장로교회 분열 사건까지 벌어지고 맙니다.
장로교 총회는 무려 1954년이 돼서야 ‘신사참배결의를 취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광복의 기쁨은 잠시뿐이었고 교회는 신사참배 문제로 뼈아픈 고통을 10년 가까이 겪어야 했던 겁니다.
역사학계에서는 신사참배 논란이 장로교 분열의 불씨가 됐다고 평합니다.
역사에 가정이 있을 수는 없지만 광복 직후 신사참배에 관련됐던 모든 목회자와 교인이 통렬하게 회개했다면 어땠을까요. 일제강점기 핍박 속에서 저질렀던 죄에 대해 지도자부터 교인까지 크게 뉘우치고 자복했다면 신사참배가 광복 후 한국교회를 이토록 길고 깊게 흔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분열의 죄는 무겁습니다. 최근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여러 난제가 있지만 통합의 당위성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크죠.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다시 돌아올지 기약할 수도 없습니다. 두 기구 통합의 전제는 분열에 대한 회개여야 합니다. 신사참배 논란의 역사가 회개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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