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11) 기독교인의 사회참여 주제로 3년 반 만에 박사학위 취득

양민경 2023. 8.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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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드신학교에서 4년간 교육학과 신학을 수학한 뒤 타 학교 교육학 박사 과정에 도전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미국 대학원 입학능력시험(GRE) 점수도 높아 지원한 몇몇 신학교에 무리 없이 진학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원한 학교에선 불합격 소식만 들려왔다.

리폼드신학교 담당교수가 마지막 기회라며 제시한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에 지원은 했지만 붙을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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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회 성도교회서 장학금 지원받고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박사과정 합격
영어와 교육학적 기초가 부족했지만
매일 전공 책과 씨름하며 논문 완성
방선기 일터개발원 이사장이 1986년 박사 과정 중이던 미국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건물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리폼드신학교에서 4년간 교육학과 신학을 수학한 뒤 타 학교 교육학 박사 과정에 도전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미국 대학원 입학능력시험(GRE) 점수도 높아 지원한 몇몇 신학교에 무리 없이 진학할 것으로 봤다.

박사 과정 지원서를 낸 뒤엔 모교회인 성도교회에 장학금 지원을 부탁했다. 경제적 부담이 커서 한 부탁이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뜻밖에도 당회는 장학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제 대학원 입학 소식만 전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지원한 학교에선 불합격 소식만 들려왔다. 시카고 트리니티신학교에서 입학이 거절됐을 땐 크게 낙심했다. 합격을 예상하고 시카고 한인교회 전도사 사역도 약속해 놓은 상태였다. 리폼드신학교 담당교수가 마지막 기회라며 제시한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에 지원은 했지만 붙을 자신이 없었다.

장학금은 있지만 정작 갈 대학이 없는 상황에 다다르자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렸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 기도하면서도 여러 염려에 시달렸다. 한 달 뒤 전화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날아갈 듯 기뻤다.

입학의 기쁨도 잠시였다. 박사 과정에 들어가자 박식한 동료들과의 실력 차에 이내 주눅이 들었다. 학부에서 공학을, 석사 과정에서 신학과 교육학을 전공한 나는 타 학생보다 교육학적 기초가 부족했다. 여기에다 영어도 능숙치 않으니 매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힘겨웠다. 교육학 전공 책을 읽어오는 것 자체도 버거웠는데 동료들은 이를 완벽히 이해한 채 수업에 들어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주변에선 명문대 다닌다고 부러워했지만 수준에 넘치는 학교에 들어간 탓에 나는 매일 전공 책과 씨름하며 애면글면 공부했다.

내가 준비한 박사 논문 주제는 ‘교회 교육과 커리큘럼’이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성인을 길러내는 교육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사회참여 현실과 대안’으로 주제를 바꿨다. 한국교회 주류인 복음주의 기독교는 사회를 책임지는 기독교인을 육성하는 데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논문은 민주화운동 대신 성경공부에 투신한 내 대학 시절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은 대학생의 사회참여가 절실히 요구됐된 시대였다. 이에 응하는 학생도 많았지만 나는 그저 ‘이건 아니다, 아니다’만 하다가 성경공부에 나섰다. 이게 내 수준이었고,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의 수준이었다. 마음 한편에 상존한 이 부채감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논문을 준비했고 3년 반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독교인의 사회참여를 다룬 이 논문은 훗날 일터사역의 이론적 틀로 활용됐다. 여기서 말하는 기독교인의 사회참여란 주어진 일터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로잔언약의 사회참여로도 연결된다. 어렵게 쓴 교육학 박사 논문이 일터사역에도 활용될 줄이야. 하나님의 계획안에선 쓸모없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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