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의 이코노믹스] 이익 뒷받침 안 된 테마주 장세는 오래 못 버틴다
요동치는 증시, 어디로 가나
실제로 한동안 각종 테마에 편승하여 상당수 종목 주가가 한 달 새 20~50%나 상승했다. 일부 종목의 경우는 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주가가 올랐던 종목 상당수가 급등 직후 바로 급락했다. 이런 매매 양태는 투기성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증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11조 원 넘는 주식 매도도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투기성 매매를 부추긴 점이 없지 않다. 부연하면 기업가치와 주가 간 균형을 잡아주던 기관투자가가 매도 일변이니, 개인 투자자의 매매 기준도 뒤틀어져서 투기성 매매가 성행한 듯싶다. 개인에게 주식투자를 권하면서 정작 자신은 주식을 매도한 여러 증권사, 해외 투자를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한 일부 연기금 행태는 1400만 명 넘는 주식투자가를 허탈하게 한다. 분노가 쌓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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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주 PER 너무 높아 과열 양상
단타매매·급등락 등 부작용 초래
기업이익 증가하면 주가도 올라
향후 세계경제 전망은 긍정적
기관투자가 과잉 매도 자제하고
테마주 신용공여 적절 관리해야
」
큰 부작용 불러온 테마주
그래도 당장 일반 투자자의 관심사는 2차전지 등 특정 테마주의 향방일 것이다. 그간 해당 부류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시장엔 이런 상승 추세가 유지되길 바라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관심 테마주 주가가 이익 대비 너무 높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주요 2차전지 종목의 이익이 향후 3년간 매년 50%씩 늘어도 3년 후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시장 평균보다 높을 듯하다. 그런데 주요 2차전지 업체의 2분기 실적은 미흡했고, 3분기 실적도 낙관하긴 어렵다. 많은 국내외 업체들의 2차전지 산업 진출에 따라 시장 내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D램 가격폭락 역시 따지고 보면 경쟁 심화의 폐해 사례로 거론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주가가 이익 대비 너무 높으면 반작용도 크다. 요즘도 주가가 최고치 대비 절반 이하인 셀트리온, 최고치 대비 3분의 1 안팎인 LG생활건강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현재 증시의 테마주 매매는 짧게 치고 빠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앞으로도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너무 높다는 부담 때문에 단기 매매가 성행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거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기준 고객 예탁금 대비 거래대금 비율은 108%를 기록했다. 이 지표가 1974년 이후 가장 빠른 주가 상승 기간인 2020년 3~12월에 40~60%였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거래가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예탁금 대비 거래대금 100% 넘기도
자금 여력(고객예탁금)에 대비해 거래량이 과도하면 시장은 버티기 힘든 법이다. 그간 기업 상황이 괜찮은 종목 상당수가 시장 트렌드에서 소외됐다는 이유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인기 테마주도 단기 주가 상승 폭은 컸지만, 매물 압박을 견디지 못해 도로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테마주 종목 수의 증가가 테마주 상승 동력을 약하게 했다. 매수 여력은 일정한데 관심 종목 수가 늘면 상승 동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겠지만, 테마주로 인한 부작용은 치유될 것이다. 투기적 매매의 후유증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겠지만 향후 시장 여건이 원만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기업 이익 증가 가능성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분기 기준 이익 바닥은 올해 2분기로 추정되고, 2024년 이익은 2023년보다 증가할 것 같다.
올해 2분기 기업이익 바닥 전망
2000년 이후 어떤 부정적 사안이 발생해도 종합주가지수는 늘 기업 이익과 성장률의 저점(분기 기준) 전후부터 정점 전후까지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이번 주가 상승이 시작된 올해 초는 성장률 저점(2022년 4분기) 직후였고, 상장사 이익바닥(2023년 2분기, 추정치)을 앞둔 시점이었다. 즉 연초 이래 추세적 주가 상승은 2000년 이후 8번의 상승 전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다. 그래서 2024년 이익 증가 예상은 추세 측면에서 종합주가지수를 상승으로 이끌만한 요인이 된다.
물론 글로벌 경제 앞에 놓인 불확실성은 적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거론될 때마다, 또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중소형은행의 연쇄 파산 우려가 확산했을 때도 주가가 타격을 입긴 했다. 그러나 그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피치(Fitch)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무디스의 미국 은행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도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인 단순 경과성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이익 증가 가능성이 여러 부정적 사안의 영향을 능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2011년 8월 S&P사에 의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역시 각국 주가에 나쁜 영향을 끼친 기간은 단 4일에 그쳤다.
향후 세계 경제 안정은 증시 호재
주가·이익 전망을 낙관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세계 경기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상한다. 또 2026년까지 세계 성장률이 완만하지만 계속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상품과 서비스교역 증가율도 2023년 1.56%에서 2024년 4.2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 수출의 호전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회원국 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2022년 4분기를 바닥으로 2024년 4분기까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한국 수출에 긍정적 요소다. 통상 세계 경제의 부채 비율이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은 크게 늘었고, 주가도 많이 올랐다. 이 비율은 2020년 257.4%에서 2022년 236.4%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향후 1~ 3년간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경기는 우리 경제와 주가를 고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올해 2분기를 저점으로 2026년 1분기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기업이익도 우리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영국,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 주가와 일본, 인도 등 주요 아시아 국가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이런 경기 추이를 반영한 측면이 크다. 미국(다우지수),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지역 주가와 우리 반도체 주가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예전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증시의 올해 상승 정도는 차라리 작은 편이라 할 수도 있다.
심한 주가 변동 축소 위해 노력해야
정리하면 종합주가지수 기준 주가는 상승 요인이 많다. 물론 금리, 물가 등 여러 가지 염려되는 사안이 있지만, 2024년 예상되는 기업 이익 증가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듯싶다. 해외 주가 상승 사례를 고려할 때 주가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투기성 짙은 단기 매매 성향이 누그러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은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상당 기간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장세 전반의 기복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는 시차를 두고 지수 관련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차 분할 매수는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고, 지수 위주의 투자 선택은 일반 투자자가 테마 주식을 선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덧붙여 증권 유관단체에서 개별종목 단위의 심한 주가변동을 축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 우선 감독 당국은 폐해를 발생시키는 일부 증권 유관업체를 적절히 지도해야 한다. 증권사도 논란 많은 테마주에 대한 신용공여와 미수 매매를 관리하고, 리서치를 강화해 투자자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일부 증권사의 과도한 주식 매도와 해외투자에 집착한 일부 연기금의 매도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른 시일 내 한국 주식시장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를 기대한다. 주식 매수 기반이 넓어지고, 매매 기준이 보다 상식선에서 형성될 것 같아서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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