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여자는 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는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출신의 대본작가 로렌조 다 폰테와 손잡고 만든 이른바 ‘다 폰테 3부작’의 하나다. 여주인공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각각 페란도와 굴리엘모라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새로운’ 남자의 유혹에 흔들린다. 페란도와 굴리엘모 역시 겉으로는 연인의 정절을 믿는다고 하나 마음 한구석에서 일말의 의심이 싹트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여자들은 언제라도 쉽게 남자의 유혹에 넘어간다는 돈 알폰소의 말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결국 두 여자의 마음을 시험하는 데에 동의한다. 이들 역시 연인 간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한 것이다.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귀족으로 변장해 두 여자를 유혹한다. 여자들은 처음에 남자들을 강하게 뿌리치지만 결국에는 유혹에 넘어가 이들과 결혼식까지 치른다. 그러다가 결국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 신의를 배신한 여자들은 용서를 구하고, 남자들은 이들을 쉽게 용서해 준다. 그렇게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 폰테는 정절을 저버린 두 여인을 비난하려고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니다.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매우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런 인간의 본성을 즐겼다.
‘여자는 다 그래’는 한때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공연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도덕하다는 것은 그저 표면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다 폰테의 솔직함에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은밀하게 갖고 있는 원초적 욕망. 그런 욕망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오페라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유머러스하고 감칠맛 나는 음악은 이런 우리의 당혹감을 즐거운 해방감으로 승화시킨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뭐. 그럴 수도 있지”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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