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부부, 103년 만의 해후…서울현충원에 합장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린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이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와 고국 땅에서 만나 영면에 들었다. 1920년 최 선생이 러시아에서 일본군에 의해 순국한 지 103년 만이다.
국가보훈부는 14일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서 ‘백 년 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란 슬로건 아래 최 선생 부부의 합장식을 거행했다. 합장식은 최 선생의 순국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70여년간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함께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선생은 ‘페치카’로 불렸다. 러시아어로 ‘난로’라는 의미로, 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하며 시베리아 동포를 돌봐줬던 그의 인생을 상징하는 말이다.
최 선생은 9살이던 1869년 부모를 따라 시베리아 연해주로 이주해 자수성가해 모은 막대한 부를 조국 독립과 시베리아 이주 동포를 위해 기꺼이 내놨다.
그러나 일본군은 1920년 최 선생이 지원한 무기를 바탕으로 치른 청산리·봉오동 전투에서 패한 이후 우수리스크를 급습해 최 선생을 즉결 처형했다. 이 과정에서 최 선생의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이후 최 선생의 부인 최 여사는 자본가의 가족이란 이유로 키르기스스탄으로 유배돼 어려운 가운데서도 안중근 의사의 남은 가족까지 돌보다 1952년 키르기스스탄에서 홀로 잠들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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