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장악 후 ‘악몽의 2년’… 최악의 아프간

송태화 2023. 8. 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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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오는 15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2년을 맞는다.

무너진 여성 인권, 빈곤 시달리는 국민들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아프간은 탈레반이 재장악한 지난 2년 동안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어 왔다고 평가한다.

탈레반은 아프간 1차 통치기 때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앞세워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는 등 공포통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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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재집권 8월 15일 2년 맞아
여성 인권 탄압 자행, 학교도 못가게 해
경제도 최악… 동결된 해외 자산 유입 추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시민이 지난해 1월 6일 눈밭 위에서 동안 구호품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오는 15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2년을 맞는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무장단체를 진압해 안보 상황을 일부 개선했지만 여성 인권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공포통치를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스템이 붕괴한 아프간의 대다수 국민들은 설상가상으로 자연재해와 빈곤에도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너진 여성 인권, 빈곤 시달리는 국민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아프간은 탈레반이 재장악한 지난 2년 동안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어 왔다고 평가한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해외 자금 동결 등으로 아프간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아프간 경제도 최악의 상태에 놓여있다.

1996~2001년 집권했던 탈레반은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오랜 내전을 끝내고 2020년 8월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당시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려 포용적 정부 구성과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탈레반은 아프간 1차 통치기 때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앞세워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는 등 공포통치를 펼쳤다.

2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탈레반이 장악한 뒤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탈레반 정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에 대해서도 등교를 허용한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3월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꿔 이를 막아섰다. 또 놀이공원, 헬스장, 공중목욕탕에 여성 출입을 금지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게 했다.

여성에게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나 공개 처형을 집행하며 공보통치에도 박차를 강하고 있다.

아프간 경제 상황은 최악까지 치달았다.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긴 뒤 설상가상으로 가뭄과 지진까지 발생했다. 농작물 재배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탈레반 정권은 국제사회 지원 없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며 가혹하게 세금을 걷고 있다.

국민들은 빈곤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자료를 보면 현재 아프간 가구 92%가 기본적인 식량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투자유치 모색하는 탈레반, 아프간 장악력 확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리는 검은 부르카를 쓴 아프가니스탄 여대생들이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한 대학 앞에서 출입을 저지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탈레반 정권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 카자흐스탄 등 인접 국가들과 회담을 열어 투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가 풀어 해외에 동결된 수십억 달러의 아프간 정부 자산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것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여성에 대한 각종 제한 조치가 풀려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프간 원조 활동을 하는 이들은 “탈레반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걸 하나의 ‘권리’(entitlement)로 보고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여긴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탈레반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아프간 국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정권은 2년간 아프간 전역을 확고히 통치했다. AP통신은 아프간에서 현재 탈레반 정권에 맞설 수 있는 무장세력은 사실상 없다고 평가했다.

IS의 세력 확장 역시 여전히 경계 대상이다. 탈레반과 IS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미국과 이슬람 시아파에 대해 견해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IS는 탈레반이 미국과 이슬람 시아파 등에 대한 태도가 온건하다고 비난하면서 아프간 여러 곳에서 테러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탈레반은 IS의 은신처를 공격하는 등 격퇴 작전을 펼치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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