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선임 반대 의견도 겸허히 수용... 쓴소리도 지침 삼겠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울던 경험으로
따뜻한 정의 이루고 소통의 NCCK 만들 것”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2009년 용산 철거 현장 화재 참사, 지난해 이태원 참사까지 한국사회의 그늘지고 외로운 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총무와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약자들의 곁에서 함께 울고 울었던 김종생(66) 목사가 이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로 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해 나선다.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눈에 드러나는 ‘빛’이 아닌 역할을 다하고 녹아 없어지는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김 목사와 일문일답.
-디아코니아 사역의 좋은 모범으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NCCK 총무에 도전한 계기는.
“개인적으로 사역의 마무리를 준비하던 중에 NCCK 총무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게 됐다. 눈물 흘리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마음이 NCCK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거라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를 외치면서도 그 안에 사랑이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을 내 인생 여정의 마지막으로 이루면 좋겠다는 생각에 과분한 자리지만 도전하게 됐다.”
-‘친명성교회’라는 꼬리표 때문에 총무에 오르는 길이 쉽지 않았다. 회원교단과 회원, 특히 반대가 심했던 청년들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그동안 약자들과 함께 하는 사역은 힘들기는 해도 박수를 받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NCCK에 오면서 내가 결함이 많다는 걸 느끼고 견디기 힘들기도 했다. 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눈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더 긴장하며 기도하게 됐다. 취임 후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청년이나 여성들과 만나 대화를 했고 앞으로 NCCK와 나의 행보에 많은 가르침과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을 지침처럼 삼고 되새기며 총무 사역을 이어가겠다.”
-현재 NCCK가 재정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한국사회가 보수화되면서 에큐메니컬의 위기라는 평가도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NCCK는 우리 민족과 사회가 아플 때마다 함께 아파해왔던 단체다. 그리고 약자들과 함께했고 민주화의 궤적에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교회가 겪고 있는 아픔이나 갖고 있는 정서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NCCK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 같다. 군사 독재 정부 시절 전투적인 에큐메니컬 정신이 활동가들 사이에 남아있는 반면 한국교회는 보수화되며 성장 중심으로 가면서 서로 간극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NCCK는 교회와 소통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교회의 고충이 우리의 고충이 되고 교회의 기도 제목이 우리의 기도 제목이 될 때 교회들의 마음이 열리고 후원에 대한 생각도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아시아와 세계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다음 달 인도에서 열릴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회의 이슈는 무엇인가.
“이번 CCA 15차 총회의 주제가 ‘하나님 당신의 영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창조 세계를 회복시키소서’다. 기후환경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한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적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가 코로나19였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 생태적 회심은 뜻 있는 몇 교회만이 얘기할 게 아니라 전 세계 모두의 과제가 됐다. CCA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이번에 한국 참석자 50여명 중 20여명이 청년이라는 점이 의미가 크다. 이제 다음세대가 에큐메니컬 운동을 이어가서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진다.”
-내년 NCCK 설립 100주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그동안 NCCK가 민족과 함께 해왔던 사회운동사 20권과 통사 4권을 집필 중이고 내년에 완간이 된다. 과거를 보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독립과 민주화에 기여한 역사인물 100인과 역사 현장 100곳을 선정해 발표하려는 계획도 있다. 또 나이와 정치 성향을 떠나 한국교회를 조망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장도 마련하려고 한다. 한국사회, 한국교회와 함께 호흡해온 NCCK의 정신이 계속 이어지도록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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