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덕연구소] 야구보다 더 재미난 건 없지! 세상을 뒤집은 전설의 야구 게임들

조학동 2023. 8. 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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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지난 2021년 7월 21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종횡무진 하던 전설의 야구 게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농도 깊은 스포츠, 야구 게임에 대하여]

꿀딴지곰 : 흔히 야구는 인생과 비교되지요. 어찌 보면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공을 받아쳐야 하는 단순한 '공놀이'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는 수 많은 데이터를 기초로 선수를 기용하고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작전이 난무하는 등 양 팀의 머리싸움이 결합된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거든요.

조기자 : 그렇죠. 최근 교수님이 올림픽 야구에 푹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과연.. 오늘은 시작부터 밀도 높게 야구 얘기를 꺼내셨군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야구 게임 이야기가 되겠네요

평소에 야구를 크게 접하지 않는 제 입장에선 '터치' 같은 만화가 더 생각나지만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야구 만화 '터치', 야구엔 관심이 없던 이들도 이 만화는 재미있게 보더라

꿀딴지곰 : 저는 나름대로 야구 매니아인데요,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뉴욕 양키즈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의 말을 참 좋아합니다.

아무리 점수차가 많이 난다고 한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에도 기회가 남아있는 것처럼 야구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인생과 비교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스포츠이기 때문이죠.

비록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에 비해 국제 경기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등 축구보다는 국제무대에서 마이너 종목으로 취급 받고 있지만,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이르기까지 한미일 3국에서는 여느 구기종목을 압도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포츠인 것도 사실 아니겠습니까.

조기자 : 그렇죠. 그래서 야구 게임도 야구의 인기 만큼이나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야구 게임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야구 왕국, 미국의 야구 게임에 대하여]

꿀딴지곰 : 사실 야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죠.수 많은 전략과 다양한 룰을 지니고 있는 야구의 특성상 야구 게임 중 상당수는 가장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이들 야구 게임은 한미일 3국에서 집중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먼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이제는 열혈 야구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야구게임들을 먼저 살펴보려고 합니다.

게임 산업의 태동기였던 80년대부터 수 많은 야구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아무래도 동작이 정적인 턴제 방식이다보니 시도가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구 게임이 상당히 유기적으로 움직여야하는 게임인데, 당시의 기술력으로써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르였고, 어설픈 게임 플레이와 부실한 그래픽 등 실망스러운 망작들을 쏟아내기에 이르죠. '하드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볼 : 야구 게임에 대한 시선을 바꾸다>

야구 게임의 한 획을 그은 게임, 하드볼 시리즈

꿀딴지곰 : 1985년의 어느날, 야구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하드볼’을 시작으로 야구 게임은 스포츠 게임의 주류로 떠오르게 됩니다. 아콜레이드에서 개발하여 아타리의 게임기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하드볼’은 당시 메이저리그의 중계 카메라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게임 진행과 함께 타자의 타격과 투수의 투구를 보다 세밀하게 구현하여 이전까지의 야구 게임과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선보였죠.

더욱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단순히 하나의 팀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것을 넘어 이적시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트레이드 하고, 새로운 선수가 등장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도입됐으며, ‘에디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선수의 능력치를 설정할 수 있는 등 ‘하드볼 시리즈’는 당시 게이머들에게는 ‘야구 종합 선물세트’와 다름 없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꿀딴지곰 : 이러한 모습은 1995년 발매된 ‘하드볼5’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요, ‘하드볼5’는 야구의 맥을 짚어주는 해설을 도입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게임 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당시 선수들 대다수가 포함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등 레전드 메이저리거들을 만날 수 있는 ‘레전드 모드’가 더욱 강화되어 전설들과 현재의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펼치는 ‘꿈의 리그’를 구현해 놓았습니다.

조기자 : 저도 기억납니다. 그때의 그 인기란. 이를 통해 ‘하드볼5’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5년 동안 수 많은 게임을 제치고 야구 게임의 ‘원 톱’으로 군림하게 되죠.

꿀딴지곰 : 실제로 뛰어난 그래픽을 바탕으로 4방향으로 조작하는 타격 시스템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투수 별로 구현된 다양한 구종, 그리고 선수들을 영입하고 방출하는 시뮬레이션 모드까지 현재 등장하는 대다수의 야구 게임들은 ‘하드볼’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드볼’은 야구 게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하지만 ‘하드볼5’ 이후 아콜레이드는 연이어 실망스러운 게임을 선보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핵심 개발진이 이탈하기 시작하며 결국 ‘하드볼6’를 끝으로 오랜 시간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준 ‘하드볼’ 시리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하이히트 베이스볼, 3D 시대의 포문을 열다>

꿀딴지곰 : 3D 기술이 게임업계를 휩쓸던 2000년. 기술의 발전과 더욱 강력해진 콘솔 기기의 성능을 바탕으로 야구 게임 역시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작품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요, 1999년 처음 3DO에서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은 ‘하이히트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하 ‘하이히트 베이스볼’)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대를 평정한 ‘하드볼’ 시리즈의 핵심 개발진이 모여 만든 ‘하이히트 베이스볼’은 이름 그대로(HIGH HEAT) 게이머들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하이히트 베이스볼

꿀딴지곰 : ‘하드볼’ 특유의 방대한 데이터와 자유로운 게임 콘텐츠를 그대로 계승한 ‘하이히트 베이스볼’은 단순함과 박진감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잘 버무린 투구 & 타격 시스템을 통해 게임의 재미를 더했으며, 각 선수들 특유의 타격폼과 투구폼을 게임 내에 구현해 놓아 현실성을 더했습니다.

특히, 마치 실제로 구단 간의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듯 한 선수 영입시스템은 이 게임의 백미였는데요, MLB에 소속된 팀과 선수들의 공식 라이선스를 확보한 ‘하이히트 베이스볼’의 트레이드 시스템은 선수들을 사고 팔아 자신의 팀에 부족한 포지션의 선수를 채울 수 있어 마치 브레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 같은 MLB 이적 시장을 게임 속에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웬만한 열정이 아니면 구입하지 못했을 3DO

조기자 : 국내 게이머들도 이 게임에 반응이 있었죠. 3DO가 워낙 적게 팔린 게임기여서 영향력이 미비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있던 박찬호, 김병헌, 최희섭 선수를 만나볼 수 있어 ‘하이히트 베이스볼’을 통해 야구 게임에 입문하는 국내 게이머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꿀딴지곰 : 맞아요. 제 주변에도 야구에 미친 친구들 몇몇이 야구 게임 하려고 3DO를 구했으니까요. 특히 김병헌 선수의 능력치가 상당히 높아 마무리, 중계, 선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투수의 보직을 소화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꿀딴지곰 : 이런 게임 콘텐츠를 통해 실제로 ‘하이히트 베이스볼’은 라이벌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EA의 ‘트리플 플레이’를 압도하는 인기를 누리며, 게임이 처음 등장한 1999년부터 2003년 발매된 ‘하이히트 베이스볼 2004’까지 야구 게임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게임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북미 기준으로요.

하지만 2003년 개발사인 3DO가 파산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 회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하이히트 베이스볼’의 저작권은 마이크로소프트에 판매되고 말죠

조기자 : 하드웨어를 잘 못 선택한 이유로.. 크흡.

꿀딴지곰 : 이처럼 새로운 야구 게임 시리즈를 만들겠다며 높은 가격에 ‘하이히트 베이스볼’의 판권을 구입한 마이크소프트. 하지만 핵심 개발진의 이탈과 마이크소프트의 외면이 겹치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하이히트 베이스볼’의 후속작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죠. 매년 시리즈가 다시 등장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지만 대부분 루머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혁신적인 시스템과 EA의 욕심으로 사라져버린, 'MVP 베이스볼'>

꿀딴지곰 : 축구부터 아이스하키까지 매년 수 많은 장르의 스포츠게임을 선보이는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 이러한 EA가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를 놓칠 리가 없었고, 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야구 게임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요, 다만 90년대에는 ‘하드볼’, 2000년대 초반은 ‘하이히트 베이스볼’에 밀려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등 EA의 야구 게임들은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 사실이죠.

MVP 베이스볼

꿀딴지곰 : 더욱이 EA의 야구 게임 시리즈인 ‘트리플 플레이’의 경우 수 많은 단점으로 인해 안타까운 수준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에 EA의 개발팀은 심기일전하여 독창적인 인터페이스와 발전된 그래픽으로 무장한 새로운 야구 게임시리즈를 선보이게 되니, 그것이 바로 ‘MVP 베이스볼’입니다.

꿀딴지곰 : ‘MVP 베이스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독창적인 투구 & 타격 시스템이었죠. 투구의 경우 투수가 보유한 구종(슬라이더, 포크, 체인지업 등)을 고른 후에 등장하는 ‘게이지’에 원하는 만큼의 파워 세기를 채우고, 총 아홉 칸으로 나눈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이전까지 등장했던 게임의 투구가 단순히 구종만 선택하면 되는 식이었던 것에 반해 ‘MVP 베이스볼’은 구종을 선택하고 이를 정확히 던지는 단계를 포함시켜 더욱 세밀한 야구 시스템을 완성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욱이 타격 역시 아홉 칸으로 나뉜 스트라이크 존에서 타자가 강한 부분은 빨간색(핫 존)으로, 약한 순서대로 회색, 파란색(콜드 존)으로 구분되어 약점을 공략하려는 투수와 이를 받아 치는 타자간의 ‘수싸움’을 실감나게 구현해 놓은 것이 주효했죠.

MVP 베이스볼

꿀딴지곰 : 이러한 게임성으로 수 많은 판매고를 올린 ‘MVP 베이스볼’ 시리즈는 라이벌 인 ‘하이히트 베이스볼’이 3DO의 부도로 사라지게 되자 더욱 기세를 올리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앞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 만 같았던 ‘MVP 시리즈’는 돌연 시리즈의 출시가 중단되는 엄청난 사태를 겪게 되죠. 그 이유는 다름아닌 EA와 2K의 불화 때문입니다.

사연인 즉, 2000년대 중반 EA는 경쟁 게임을 견제하고 스포츠 게임 시장을 독점하고자 북미의 인기 스포츠들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에 아이스하키(NHL), 미식축구(NFL) 등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따내게 되는데요, 문제는 이런 라이선스 독점 때문에 다른 게임의 출시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회사는 EA와 같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게임 시리즈를 출시하던 테이크투(이하 2K)였죠.

EA와 2K

꿀딴지곰 : EA의 NFL 라이선스 독점으로 게임 출시가 막혀버리자 격노한 2K 수뇌부는 곧바로 MLB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신청했고, 이에 반발한 EA 역시 같은 내용의 계약을 신청하게 되죠. 그리고 격렬한 싸움 끝에 MLB 사무국이 2K의 손을 들어주면서 2K는 수년간 MLB 독점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MLB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한 2K는 EA에서 출시되는 모든 야구 게임에 선수들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고, 이 영향으로 ‘MVP 베이스볼’ 역시 더 이상 게임을 출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온라인, 콘솔, PC로 등장하는 전세계 수 많은 야구 게임에 MLB 선수들이 등장하지만 독점권을 보유한 2K 측에서 이를 우회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사실상 EA에서만 선수들의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제한 셈이 된 거죠. 엄청난 복수를 감행한 겁니다.

꿀딴지곰 : 결국 ‘MVP 베이스볼’ 시리즈는 불과 3년 만인 2005년 시리즈의 명맥이 끊기게 되었고, EA는 2K의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된 2013년까지 야구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MVP 베이스볼 시리즈’는 국내의 게임사 엔트리브소프트와 계약을 맺고 한국 야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MVP 베이스볼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며 명맥을 이어가기도 했죠.

< 매년 ‘더쇼 타임’으로 돌아오는 야구 게임의 절대강자 ‘MLB 더 쇼’ >

꿀딴지곰 : ‘MVP 베이스볼‘ 시리즈의 출시가 중단되고, 이를 뒷받침 해줄 게임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 이런 북미 야구 게임시장에 혜성 같이 등장한 야구 게임이 바로 ‘MLB 더 쇼’ 였습니다.

MLB 더 쇼

꿀딴지곰 :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 산하의 북미 게임 스튜디오 ‘SC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에서 2006년 처음으로 출시한 ‘MLB 더 쇼’는 단순히 치고 달리는 야구 게임을 그려낸 것을 넘어 각 구단 별 스타디움, 관중들 그리고 화려한 그래픽까지 게이머들이 열광할만한 콘텐츠를 듬뿍 담아내며 출시와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후 ‘MLB 더 쇼’ 시리즈는 타자와 투수의 ‘수싸움’을 보다 다채롭게 구현한 것은 물론, 다양한 방향의 타구 생성과 이를 쫓는 수비수들의 동작을 통해 마치 하이라이트 같은 장면을 연출하여 게임을 즐기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더해 진짜 야구 마니아들이 원하는 게임 시리즈로 성장해 나갔는데요,

특히,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로드 투 더 쇼’ 모드와 ‘온라인 프랜차이즈 모드’ 등 본 게임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이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기게 하는 인기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MLB 더 쇼

조기자 : 사실 MLB 기반의 야구 게임이 더 이상 출시되지 않는 사실상 독점으로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시리즈를 갈고 닦으며 보다 발전된 게임을 선보여 ‘MLB 더 쇼’ 시리즈는 매년 올해의 스포츠 게임상을 휩쓰는 저력을 보여줄 정도로 인기죠.

다만 최근 MS가 독점을 풀고 게임패스에 풀어버린 것 때문에 소니 PS4와 PS5 게이머들이 많이 화가 나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이것이 현미경 야구다! 일본의 야구 게임에 대하여]

꿀딴지곰 : 야구를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도입하고, 그 어떤 국가보다 열광하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빨리 야구가 활성화된 일본은 이미 1936년 프로리그가 시작됐을 만큼 미국 못지 않게 야구의 인기가 높은 국가인데요, 더욱이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문화’와 함께 야구의 치고, 달리는 경기 방식이 결합되어 ‘야구에는 혼이 실려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야구를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 철저히 상대를 분석하고 대처하여 점수를 쌓아나가는 이른바 ‘현미경 야구’가 시작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일본 야구의 대명사 격인 게임.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조기자 : 저희도 어린 시절에 일본의 청소년 만화를 접해서, ‘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 대회’ 이른바 ‘코시엔’(갑자원)을 간접적으로 체험해오기도 했죠. 일본 최대의 라이벌 팀 ‘한신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팬들은 서로 얼굴도 처다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열정 가득한 팬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구요

꿀딴지곰 : 야구 인기가 대단했던 만큼 야구 게임도 인기를 얻었는데요,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현실성과 데이터를 중요시한 미국 야구 게임들에 비해 일본의 야구 게임은 현실성 보다는 아케이드, 즉 오락실 중심의 독특한 방식의 야구게임들이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같은 규칙으로 진행되지만 현실성을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미국과 게임 본연의 재미를 추구한 일본의 게임 문화가 가져온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그런 일본의 여러 초창기 야구 게임 중에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이 가장 인상적인 시작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90년대 패밀리를 불태웠던 그 게임!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

꿀딴지곰 : 1990년대 초반 ‘패밀리 컴퓨터’, 이른바 ‘패밀리’를 보유했던 국내 게이머들이라면 한번쯤은 즐겨봤을 야구 게임이 있죠. 제목도 언어도 몰랐지만, 단순히 치고, 던지는 것 만으로도 큰 재미를 주었던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이 그 주인공입니다.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

꿀딴지곰 : 남코에서 개발해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패미컴(국내명 패밀리)로 등장한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은 특유의 복잡하고 다양한 규칙을 지닌 야구의 플레이를 단순하면서도 특유의 재미를 구현한 게임으로 1986년 처음 등장한 이래로 1996년까지 그 명맥을 이어온 일본의 대표적인 야구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후에 등장한 일본의 야구 게임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죠. 일본의 ‘센트럴 리그’, ‘퍼시픽 리그’에 등장하는 팀의 선수들의 평균자책점, 타율과 홈런을 데이터화 시켜 게임 속에 구현해 놓은 것은 물론, 선발투수를 선택하고 경기에 따라 투수를 교체하고 대타를 기용하는 등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지금의 야구 게임에 기틀을 세운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조기자 : 저는 이 게임이 더 의미를 가진 건 친구와 함께하는 대전모드였다고 생각해요. 수비를 할 경우 계속 공을 돌려 상대가 타격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물론, 공격할 때는 다리가 빠른 선수를 이용해 번트로 점수를 뽑아내는 등 얍샵한 플레이를 통해 친구 간의 의리가 상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했구요. 몇몇 선수들은 달리기가 공보다 빨라 주자가 나가면 무조건 도루를 했었던...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 닌텐도 DS 버전

꿀딴지곰 : 이렇게 첫 등장으로 큰 화제가 된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은 1989년부터 ‘패미스타’로 타이틀을 변경하여 출시됐으며, 일본 프로야구의 전 구단을 게임 속에 구현한 것은 물론, 선수들의 실명이 등장하는 등 더욱 발전된 게임으로 진보하게 됩니다.

이후 ‘슈퍼패미컴’에서는 ‘슈퍼 패미스타’로, 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월드 스타디움’으로 명칭이 바뀌는 등 차세대 기종이 등장할 때마다 카멜레온처럼 이름을 바꾸어 출시되던 ‘프로야구 패밀리 스타디움’ 시리즈는 지금도 '닌텐도 DS' 등 휴대용 게임기 버전으로 명맥이 이어져 왔지요.

< 오락실 야구를 평정하다 ‘스타디움 히어로’>

꿀딴지곰 : 오락실 문화가 그 어느 국가보다 활성화된 일본에서 아케이드 버전의 야구 게임은 게이머들의 높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고, 이에 일본의 게임사들 역시 오락실을 타겟으로 한 야구 게임을 선보이기에 이릅니다.

1988년 ‘데이터 이스트’에서 개발한 아케이드 야구 게임 ‘스타디움 히어로’는 이런 수 많은 오락실 야구게임 중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린 게임이었는데요, 국내 게이머들에는 ‘신야구’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스타디움 히어로’는 동전을 넣으면 일정 시간 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안타, 홈런을 기록하면 시간이 늘어나고, 아웃을 당하면 시간이 차감되는 오락실에 최적화된 게임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조기자 : 사실 일본에서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했다고도 하더군요. 오히려 국내에서 훨씬 인기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기판도 국내 가격이 더 비싸다던...

스타디움 히어로

꿀딴지곰 : ‘스타디움 히어로’는 체형으로 선수들을 나눈 특이한 캐릭터를 선보인 게임이기도 했는데요, 강력한 파워를 지녔지만 다리가 매우 느린 ‘거구’, 수비에 특화된 ‘키다리’,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단신’ 그리고 전체적으로 고른 능력치를 지닌 ‘일반’형 캐릭터로 나뉘어 어떤 선수가 어떤 능력치를 지녔는지 체형만으로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죠.

스타디움 히어로

꿀딴지곰 : 또 이 게임은 스페셜 투수와 타자를 골라 게임에 대타나 투수교체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스페셜 투수는 절대 치지 못하는 마구를 3번 던질 수 있으며, 타자는 어지간한 공은 홈런으로 만들거나 엄청난 도루 능력을 지닌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적인 아케이드 게임에 극적인 요소를 더해주었습니다.

조기자 : 일명 아케이드 캐주얼성을 강화한 방식인데, 마투수와 마타자가 참 인상적이었죠. 이 스폐셜 투수와 타자들은 왕정치(오 사다하루)와 같은 일본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거인의 별’로 대표되는 일본 유명 만화의 등장 인물을 참고해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지니고 있었다는 게 특징이죠.

꿀딴지곰 : 이렇듯 다양한 게임성으로 무장한 ‘스타디움 히어로’ 였지만, 일본 프로야구의 라이선스를 획득하지는 못했고, 이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선수들의 이름이 모두 조금씩 변경된 것은 물론, 팀 이름 역시 D(주니치 드래곤즈), L(세이부 라이온즈), G(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의 알파벳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변경된 이름은 게이머들에게 실제 팀을 찾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으며, 선수들의 변경된 이름과 데이터가 수록된 공략집이 따로 등장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죠. 다만 ‘한신 타이거즈’를 모티브로 한 T팀의 소속 선수들의 능력치가 유난히 높았다는 것은 좀 이 게임의 옥의 티라고 하겠군요.

< 국내 야구게임의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꿀딴지곰 : 큰 머리와 몸이 1대1 비율로 이루어진 SD 캐릭터가 등장하는 야구 게임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시리즈만큼 국내 야구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친 게임도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꿀딴지곰 : 1994년 코나미 산하의 개발팀 ‘다이아몬드 헤드’를 통해 개발된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는 현실적인 야구를 구현한 것은 물론, 선수를 육성하고, 팀을 경영하며, 다양한 능력치를 부여해주는 등 RPG와 시뮬레이션 그리고 연애(!)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다양한 모드를 통해 무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보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유명 야구 게임 시리즈 입니다.

조기자 : 최근 스마트폰 시절로 넘어와서 한 달에 300억 원의 매출을 내며 코나미의 일등 공신이 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죠 이 게임의 성공이 '메탈기어' 시리즈의 코지마 히데오 감독을 경질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은 모바일 버전

꿀딴지곰 : 험험.. 저는 코지마 감독 이슈 까지는 잘 모르니 야구 게임 얘기만 하겠습니다. 흘.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바로 ‘마이라이프’와 ‘석세스’ 모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1993년 출시된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3’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석세스’ 모드는 “파워풀 야구를 즐기는 이유”라고 불릴 정도로 시리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콘텐츠인데요,

‘야구선수를 꿈꾸는 무명의 선수가 되어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며 성장하는 ‘선수 육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석세스 모드’는 갑자원(코시엔) 진출을 목표로 하는 고교야구, 더욱 난이도가 높아지는 대학, 사회인야구 그리고 대망의 프로야구까지 선수를 육성할 수 있어 즐길 거리도 볼거리도 많은 모드로 평가 받고 있죠.

조기자 : 사실 이 부분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훈련에 따라 특정 상황에서 능력치가 높아지는 특수 능력(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경우 컨트롤이 향상되고 구속이 낮아지는 ‘핀치’ 등)을 부여할 수 있어 어떤 유형의 선수로 성장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등 육성&연애 시뮬레이션에 야구를 더한 것!!! 아, 넘 매력적인 요소에요.

심지어 여성을 만나려면 돈과 능력치 향상 중 한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하하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꿀딴지곰 : 아울러 일본 프로야구의 12개 구단 중 한 팀을 선택해 경기를 치르고, 자금을 획득해 트레이드 및 FA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영입하는 ‘페넌트 모드’는 ‘MLB 더쇼’와 ‘베이스볼 모굴’ 등 여느 시뮬레이션 게임 못지 않은 구단 운영의 재미를 제공하기도 하죠.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석세스 모드’를 통해 육성한 선수를 ‘페넌트 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이 때문에 게이머 중 상당수는 ‘석세스 모드’로 투수 혹은 타자를 키운 후 ‘패넌트 모드’로 해당 선수를 영입하는 단계를 밞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본 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능력치 역시 고스란히 반영된 것은 물론, 대다수의 선수들이 등장해 국내 게이머들에게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조기자 : 저는 특히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던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의 ‘선동렬’ 전 감독은 불펜+마무리의 ‘끝판왕’ 급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참 놀랍더군요.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꿀딴지곰 : 이런 ‘실황 파워풀 야구’는 이후 등장한 캐주얼 야구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국내에서도 컴투스 프로야구, 게임빌 프로야구, 애니파크(현 넷마블 파크)의 마구마구에 이르기까지 게이머들의 큰 사랑을 받은 야구 게임들이 ‘실황 파워풀 야구’의 콘텐츠를 참조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 진짜 야구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프로야구 스피리츠’>

꿀딴지곰 : SD 캐릭터와 게이머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실황 파워풀 야구’ 시리즈를 보유한 ‘코나미’.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MLB 더 쇼’,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2K’와 같은 뛰어난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리얼한 야구를 필요로 했습니다.

더욱이 2000년 코나미와 일본 프로야구 협회의 독점 스폰서 계약을 통해 경쟁 게임 대다수가 사라진 상황. 이에 코나미는 보다 현실적이며, 세밀한 데이터를 지닌 야구 게임 개발에 착수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프로야구 스피리츠’ 시리즈입니다.

프로야구 스피리츠

꿀딴지곰 : 2004년 ‘실황 파워풀 야구’의 개발을 맡고 있는 ‘베이스볼 콘텐츠 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프로야구 스피리츠’는 일본 프로야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요,

가장 주목할 것은 마치 선수들을 게임으로 옮긴 듯한 사실감 넘치는 표현. 유난히 독특한 투구 혹은 타격자세를 지닌 일본 선수들의 모습을 그대로 게임 속에 옮긴 것은 물론, 구장과 팬들의 응원, 그리고 능력치까지 세밀하게 구현하여, 일본 프로야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유일한 게임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만, 포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가 매우 빨라 도루가 거의 불가능하며, 바깥 쪽으로 제구된 공을 공략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 그리고 한 명의 투수로 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점 및 일부 선수들의 얼굴의 퀄리티가 매우 떨어지는 등의 단점은 매우 아쉬웠던 부분이죠.

프로야구 스피리츠

꿀딴지곰 : 이처럼 현실적인 야구를 추구한 ‘프로야구 스피리츠’ 시리즈는 카드를 통해 다양한 선수를 구성하고 리그를 진행할 수 있는 오락실 버전의 시뮬레이션 게임 ‘베이스볼 히어로즈’ 시리즈의 엔진을 제공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며, 일본 프로야구를 가장 현실적으로 다룬 게임으로써 야구 팬들의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 색다른 재미와 독특한 모드 그리고 현실성 넘치는 게임까지. 일본의 야구 게임은 자신들 만의 영역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만치 않은 열정, 한국의 야구 게임에 대하여]

꿀딴지곰 : 90년대 북미 야구 게임 시장을 휩쓴 '하드볼'과 본격적인 3D 야구 게임의 지평을 연 '하이히트 베이스볼',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의 '실황 파워풀' 시리즈까지 미국과 일본의 야구 게임들은 국내 게임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야구 게임의 존재를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콘텐츠로 무장한 게임이라 한들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게임들은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고, 직접 야구장에서 목청껏 응원할 수 있는 국내 프로야구 리그를 배경으로 한 게임의 필요성을 느낀 야구 마니아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게이머들은 점차 한국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야구 게임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 장르에 집중하던 국내 게임사들 역시 야구를 소재로 한 게임을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기에 이릅니다.

이사만루 풀카운트

꿀딴지곰 :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야구 게임의 변천사와 국내 게임 시장의 흐름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처음 게이머들에게 국산 야구 게임의 재미를 알려준 컴투스, 게임빌의 야구 게임 시리즈는 '피처폰'(구형 핸드폰)으로, 마구마구, 슬러거와 같은 게임들은 온라인게임 전성기에 등장했으며, 웹게임이 강세를 띈 2000년대 말에는 프로야구매니저 등의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출시됐죠.

또 최근에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다시 출시되는 등 야구 게임은 언제나 대세로 떠오른 플랫폼을 중심으로 등장한 것이 사실이구요.

조기자 : 흠..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PC, '피처폰'부터 온라인게임, 웹게임을 거쳐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변화한 야구 게임의 변천사가 짧은 역사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온 국내 게임 시장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한국 게임사의 거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네요.

< 국산 야구 게임 시장의 포문을 열다 게임빌 & 컴투스 프로야구 시리즈>

꿀딴지곰 : 사실 피처폰은 저보다 조기자님이 더 전문인데.. 그냥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2013 프로야구

꿀딴지곰 : 한국 게임 시장의 태동기, 국내에서도 야구 게임의 필요성이 계속 부각되어 왔고,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한 피처폰 게임 개발사들이 제작에 뛰어들면서 야구 게임은 PC를 넘어 모바일의 세상에 등장하게 됩니다.

좁은 화면과 키패드를 활용한 게임 플레이라는 한계를 지닌 피처폰 게임에서 야구는 그다지 매력적인 장르는 아니었지만, 간단한 플레이 그리고 리그를 통한 지속적인 즐길 거리를 제공한 게임빌의 '2002 프로야구'가 등장하면서 국내 야구 게임은 점차 그 모습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하게 되죠.

투수와 타자만이 등장하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게임빌의 '2002 프로야구'는 피처폰에서 즐기는 야구 게임을 현실화 시킴으로써 게이머들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고, 이후 등장한 '2004 프로야구'는 모바일 게임 최초로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조기자 : 흐흐. 지금이야 100만 다운로드가 대단하지 않을지 몰라도 당시는 모바일게임 하나가 5,000원에 육박하던 시절. 때문에 10만 다운로드만 달성해도 화제가 되던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일례로 스팀 유료 다운로드 100만 건!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2004 프로 야구

꿀딴지곰 :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의 인기요소에는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그래픽과 간편하게 구성된 게임 플레이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한 것은 바로 '나만의 리그' 모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의 석세스 모드의 큰 영향을 받은 '나만의 리그' 모드는 '2006 프로야구'에서 처음 등장해 나만의 타자 혹은 투수를 키우는 육성의 재미를 제공하며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고, 연속으로 매 시리즈 100만 다운로드를 만드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여기에 '석호팔', '어거지죠', '붕붕머신' 등의 마투수와 마타자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호감도를 쌓아나가 능력치를 높이는 연예 시뮬레이션의 요소와 투수와 타자의 분업화 등의 변화를 통해 점차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컴투스 프로야구 2013

꿀딴지곰 : 지금은 한솥밥을 먹는 사이지만 2000년대 게임빌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컴투스에서 출시한 '컴투스 프로야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입니다. 아기자기한 요소가 강조된 게임빌 프로야구에 비해 '컴투스 프로야구'는 등신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세밀한 인터페이스와 작전 플레이 등 리얼리티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었죠.

조기자 : 게임빌 야구가 너무 강하니까, 아예 실사로 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꿀딴지곰 : 이전까지는 '게임빌 프로야구'의 인기에 밀려 2위 자리에 머무는 이른바 '콩라인'에 머물렀으나, '컴투스 프로야구 2008'에 이르러 감독 시스템, 도전과제 등의 요소가 추가되고 그래픽이 카툰풍으로 변화하는 등 큰 변신을 꾀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는데요,

여기에 '컴투스 프로야구 2010'에 이르러 선수들이 카드로 등장하는 '카드 시스템', 정식 KBO 라이선스 획득을 통한 선수들의 실명 등장 등 라이벌 게임인 '게임빌 프로야구'와는 차별화된 정통 야구 게임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이때만 해도 두 회사가 합쳐질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꿀딴지곰 : 이후 '컴투스 프로야구' 시리즈는 '국가대표'와 '몬스터' 카드, '컨디션' 시스템의 등장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된 '컴투스 프로야구 2012'를 시작으로 피처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출시되게 되었는데요, 오히려 스마트폰 야구 게임으로는 게임빌 보다 먼저 강자 자리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빌이 뒤늦게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를 출시해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컴투스의 기세가 더 높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게임빌 프로야구

< 온라인 게임의 시작, 네오플의 '신야구'>

꿀딴지곰 : 피처폰으로 등장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서서히 스포츠게임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야구 게임.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게임 플레이와 선수 카드를 활용한 방대한 콘텐츠까지 이런 우수한 IP를 게임사들이 놓칠 리 없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야구를 소재로 한 온라인 게임이 출시되기 시작합니다.

신야구

꿀딴지곰 : 이런 야구 온라인 게임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네오플의 '신야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 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설하기도 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허민 대표가 창립한 네오플은 그 어느 게임사보다 야구 게임 개발에 매달렸고, 이내 2004년 '신야구'를 공개하며 국내 최초의 야구 온라인게임 개발사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죠.

꿀딴지곰 : 2005년 한빛소프츠와 퍼블리싱 계약을 시작으로 게이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신야구'. 당시 무주공산이었던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되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내 큰 시련에 부딪히고 맙니다.

바로 '실황 파워풀 야구'의 개발사 코나미와 법정 소송에 들어간 것인데요, 코나미는 신야구의 캐릭터가 '실황 파워풀 야구'를 표절했다며 2005년 8월 25일 한빛소프트와 네오플에 저작권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오랜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한빛소프트와 네오플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기나긴 소송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와 게임 밸런스의 붕괴 등 '신야구'는 곧 여러 악재에 시달렸고, 이내 2007년 서비스를 종료함으로써 그 짧은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되고 말았습니다.

< 온라인 게임의 야구 붐을 이끌다 마구마구 & 슬러거>

꿀딴지곰 : 이렇듯 '신야구'가 온갖 악재에 시달리던 사이 무섭게 치고 들어온 후발주자가 있었으니.. 바로 애니파크(현 넷마블앤파크)에서 선보인 '마구마구' 였습니다.

마구마구

꿀딴지곰 : '마구마구'는 팀이 보유한 선수를 육성해 나가는 방식이 아닌 직접 실존하는 선수들을 스카우트해 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성으로 내세웠는데요, 프로야구 공식 로스터 도입 및 KBO 정식 라이선스 확보 등 기존의 야구 게임과는 다른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였으며, 여기에 퍼블리싱을 맡은 CJ인터넷(현 넷마블게임즈)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2006년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했죠.

조기자 : 결과는 대성공!

꿀딴지곰 : 세밀히 나뉜 카드 시스템, 각 선수별로 부여된 능력치에 더한 잠재력 시스템, 그리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간결한 게임 플레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선수들의 타격&투구 폼이 고스란히 구현된 캐릭터까지 마구마구는 그야말로 야구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야구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죠.

더욱이 미국 메이저리그와 같은 해외리그의 팀과 선수들을 도입하며 국내 선수들과 메이저리거 그리고 전설적인 선수들로 팀을 짜는 '꿈의 리그'를 구현해 놓는 등 끊임없는 업데이트로 10년 넘게 인기 야구 게임으로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마구마구

꿀딴지곰 : 저는 개인적으로 야구 게임의 유료 콘텐츠 체계를 완성시켰다고 불릴 만큼 엄청난 마구마구의 과금 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카드 뽑기와 연도별 덱 시스템은 물론, 무려 7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선수 레벨업' 시스템, '하이 점프캐치'로 대표되는 다양한 특수 능력의 '잠재력 시스템', 기존의 선수가 아닌 새로운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유망주 카드' 시스템, FA나 용병 선수의 영입 등 마구마구에는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수 많은 과금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죠

꿀딴지곰 : 때문에 마구마구에는 많은 과금을 한 게이머가 부지기수로 존재하며, 이 때문에 유난히 과격한 진성 게이머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했습니다. 유명 웹툰 작가 이말년 역시 마구마구의 팬으로 폭언을 한 게이머를 신고하려다 마찰이 생기자 '도도새가 운영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라는 트윗을 날려 유명세를 탈 정도였구요

슬러거

꿀딴지곰 : 그리고 마구마구와 함께 또 빛을 발한 야구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와이즈캣에서 개발하고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서비스를 맡은 '슬러거'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진짜 야구'를 표방하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실시한 슬러거는 선수 카드를 뽑아 강화시키는 다른 온라인게임과는 달리 고교 야구와 프로 야구로 나뉘어 팀을 육성하는 육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했으며, 5등신 캐릭터를 통해 보다 시원하고 박진감 넘치는 게임 플레이를 구현하기도 했죠.

아울러 총 3명의 선수를 임의로 영입할 수 있는 스카우트, 프로 리그 선수들을 구할 수 있는 '드래프트' 등 다양한 형태의 팀 구성 시스템을 구현해 놓았으며, 국가대표, 골든글로브, 연도별 팀을 중심으로 선수를 구성할 경우 추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덱 시스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네오위즈에서 추신수 팬 사인회를 열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조기자 : 흠.. 그래도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죠. 월드(W), 레전드(L) 등급에 따라 급격히 벌어지는 능력치 차이 및 일부 특성의 효과가 지나치게 좋다는 것은 게이머들의 여전한 불만 사항으로 남아 있기도 했구요,

이후 '슬러거'는 한 때 개발사인 와이즈캣이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며 게이머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받기도 했으나, 네오위즈게임즈와 서비스 계약이 연장되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 금메달과 함께 시작된 야구 붐을 타고 날아오르다! '프로야구 매니저'>

꿀딴지곰 : 이렇듯 꾸준히 출시를 이어가던 국내 야구 게임은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 기류를 맞게 되는데요, 바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을 무려 2번이나 격침시키며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2008년 이후 한국 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야구와 관련된 수 많은 방송 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했죠.(신전을 가득 메울 만큼의 야구 여신들이 쏟아진 것도 이때부터....)

프로야구 매니저

꿀딴지곰 : 이를 통해 게이머들 역시 야구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직접 선수를 컨트롤하고, 움직이는 기존의 온라인게임과는 다른 선수를 수집하고 팀을 구성하는 이른바 덱을 맞추는 것을 중점으로 하는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이 잇달아 등장하게 되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죠.

이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얻은 것이 세가와 엔트리브소프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이하 프야매)인데요, 세가의 시뮬레이션 온라인게임 '프로야구팀을 만들자 2 온라인'을 현지화 하여 등장한 '프야매'는 '풋볼매니저 시리즈'라는 악마의 게임을 보유한 세가에서 선사한 특유의 몰입도와 방대한 선수데이터를 바탕으로 야구 마니아들에게 선수를 모으고 경기를 치르는 재미를 제공하며, 2009년 서비스 시작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조기자 : 뭐.. 세가는 이혼 제조기라고 불리우는 '풋볼매니저'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었으니까요. 상당한 노하우가 집결된 프로젝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당시 돈 좀 벌었던 게 사실이구요. 하하.

< 리얼 야구 온라인게임의 대표주자 MVP 베이스볼 온라인>

꿀딴지곰 : 2008년 이후 시작된 국내의 야구 열풍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방식의 야구게임이 나왔지만, 기존의 캐주얼 한 야구 게임이 아닌 보다 리얼한 야구 온라인게임을 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고, 이에 보다 리얼하고 발전된 야구 온라인게임이 개발되기 시작했죠.

MVP 베이스볼 온라인

꿀딴지곰 : 특히 여러가지 게임 중에서도, 5천여 개 이상의 모션 데이터를 사용해 선수들 특유의 투구와 타격 동작, 얼굴 등을 게임 속에 구현해 놓은 'MVP 베이스볼 온라인'은 수비의 중계플레이와 송구 커트 등 생생한 야구 게임을 재현한 것은 물론, 간단한 조작을 통해 복잡한 작전을 걸 수도 있는 등의 콘텐츠로 국내 리얼 야구 온라인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한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 2010년 스마트폰 게임의 대두, 춘추 전국 시대를 열다>

꿀딴지곰 : 자아 마지막 단락이 되겠네요. 스마트폰 게임 시장 이후! 사실 저희가 레트로 게임을 테마로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다루진 않습니다만, 그냥 사진만 몇장 남기고 넘어가겠습니다.

꿀딴지곰 : 자아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포스팅이 꽤 길었네요. 제가 미처 다 소개하진 못했지만, 이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야구 게임들이 등장했고, 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야구 게임이 등장하는 이유는 분명 보다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콘텐츠로 무장한 야구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이 존재하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개발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멋진 야구 게임이 등장하기를 바래봅니다.

조기자 : 휴.. 북미, 일본, 한국의 대표적인 야구 게임을 살펴보았네요. 오늘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교수님. 이렇게 한 번 싹 정리를 하니까 또 한 번 목욕하고 떼를 벗긴 느낌입니다.

꿀딴지곰 : 그렇군요. 언젠가 기회되면 이렇게 장르를 한 번 통합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 싶네요. 조기자님도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조기자 : 네에 교수님.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이번 시간에는 '북미, 일본, 한국의 야구 게임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꿀딴지곰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조기자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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