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뛰어든 잼버리 ‘네 탓 공방’ [여의도 고구말]
국민의힘 “5년 허송세월 보낸 文, 뒤집어씌우면 끝?”
민주당 “尹정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국정조사 해야”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개최에 대한 책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비판에 가세하며 책임론 공방에 뛰어들면서다. 국민의힘은 “부적절한 정치 개입에 뒷감당은 국민 몫이 됐다”며 대회 파행 책임이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에 있다고 맞불을 놨다.
文 “사람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안 도와”…대통령실 “적반하장”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전날(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잼버리 대회로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적었다. 또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적반하장, 후안무치”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잼버리 관련 글을 올려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질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이 오늘 사설에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썼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문화일보 사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준비 부족은 문(文)정부에서 주로 벌어진 일임을 고려할 때 기막힌 궤변이다.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정상인이라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 감사부터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5년 허송세월 보낸 文, 뒤집어씌우면 끝?”
여권에서도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유치 이후의 대통령’으로서는 뭘 하셨고, 뭘 하실 건가. 유치만 짚고 준비는 뺐다”며 “유체이탈 화법은 재임 때나 퇴임 때나 매한가지”라고 직격했다.
잼버리 대회 유치 기간 등을 언급하며 조목조목 따지기도 했다. 박 위의장은 “잼버리 대회 유치가 확정된 것은 2017년 8월이었다”며 “문 대통령 취임한 지 3개월 만이다. 즉 임기 5년 중 4년 9개월은 잼버리 준비 기간이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렇게 5년 허송세월 보내놓고 죄책감도 없이 뒤집어씌우기만 하면 능사인가”라며 “잼버리 핑계 대고 혈세 도둑질한 ‘잼버리 팔이’는 누구인가”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책임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재임 기간 5년 동안 기반시설 공정률을 겨우 37% 달성해 놓고 국격과 긍지를 운운할 수 있는가”라며 “400m 계주에 비유하면 문 전 대통령은 자기 차례일 때 제대로 뛰지도 않다가 다음 주자인 윤석열 정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 정부와 현 정부, 중앙정부와 전라북도 모두 책임이 있겠지만, 그 경중은 반드시 가려야 한다. 모두 잘못했다는 식으로 책임소재를 물타기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尹정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국정조사 해야”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잼버리 사태로 국격이 추락하고 전북도민, 국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그런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남 탓 하기 바쁘다”며 “세계 청소년들이 보는 앞에서 남 탓만 하는 모습이 잼버리 사태보다 더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필요성이 충분하다. 민주당은 무한책임을 갖고 잼버리 부실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백서를 기록하고 교훈을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역시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형 참사만 발생하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더니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기자마자 전 정부 탓, 지자체 탓을 하며 빠져나갈 궁리한다”며 “윤석열 정부 무대책과 무능력, 무책임이 잼버리 파행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에 절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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