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는 한국의 찜통… 외국인노동자들, 숨막힌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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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잠시 밀려났던 폭염이 다시 기세를 떨친 14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볼을 타고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해 홀로 한국에 왔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은 이런 폭염에도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놓고는 오전 오후에 쉬는 시간을 단 10분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본권조차 보장해 주지 않는 열악한 노동 조건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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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에도 휴식은 ‘남의 나라’ 얘기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돼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잠시 밀려났던 폭염이 다시 기세를 떨친 14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볼을 타고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기도 포천 일대의 농장에서 만난 이들은 계속되는 불볕더위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라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었다.
올해 2월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40대 A씨는 처음 겪어본 한국의 더위에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내부 온도가 35도까지 치솟는 비닐하우스 안은 한증막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승인씨는 긴 팔 상의와 긴 바지에 두건, 모자까지 걸쳤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더위였지만, 비닐하우스 안까지 내리쬐는 햇볕과 달려드는 모기를 피하기 위해선 이런 차림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더위를 못 이겨 결국 바지를 걷어붙인 채 맨발로 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참나물을 베기 위해 풀더미로 다가갈 때마다 모기떼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라붙었지만, 그에겐 더위가 더 지독했다. 서툰 한국말로 “더워. 이거, 시원해”라며 스프링클러에 젖어 축축한 흙에 발을 비벼 보기도 했다.
인근의 애호박 농장은 더 극한환경이었다. 광합성이 필요한 애호박 탓에 이곳 비닐하우스엔 햇볕을 차단해 줄 가림막조차 없었다. 온도계는 37.8도를 가리켰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해 홀로 한국에 왔다. 한여름에도 오전 5~6시에 출근해 점심시간 1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오후 6시까지 내내 일한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 보호 기본수칙을 배포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이상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타국에서 온 이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다.
시원한 물, 그늘이 있는 휴식 공간 등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제공되지 않는 듯 했다. 또 다른 애호박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60대 B씨는 ‘일하다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냐’고 묻자 말 없이 비닐하우스 바로 앞의 흙바닥을 가리켰다. 그늘막 하나 없었다. 농장에서 물도 따로 주지 않아 아침에 직접 챙겨온 물로 하루를 버틴다고 했다.
폭염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비로 ‘선풍기 옷’을 구입한 이도 있었다. 베트남 출신 한 노동자는 덥지 않냐는 질문에 웃으며 뒤로 돌아 등을 보여주었다. 등에 작은 선풍기가 달려 바람이 통하게 하는 선풍기 옷이었다.
농장주들은 농작물 상품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일하지 않으면 주문 받은 작업량을 감당할 수 없고, 농작물도 다 상해버리기 때문에 노동자의 휴식 보장을 원칙대로 따지는 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은 이런 폭염에도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놓고는 오전 오후에 쉬는 시간을 단 10분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본권조차 보장해 주지 않는 열악한 노동 조건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천=글·사진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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