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4社 상반기 '미소', 하반기엔 '함박 웃음' 기대

이민지 2023. 8. 14. 18: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분기 매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상승
유커 귀환으로 4분기부터 실적 성장 기대

면세업계가 2분기에도 수익성을 강화하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따이궁(보따리상)과 거래를 줄이면서 매출액은 쪼그라들었지만, 비용이 낮아지면서 이익은 크게 늘었다. 하반기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의 한국 방문이 재개되는 만큼 면세업계는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6년5개월만에 한국 단체관광의 빗장을 풀면서 국내 여행·호텔·면세점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면세점 4곳 2분기 영업이익 900억원

1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4곳의 총 영업이익은 약 900억원으로 4곳 모두 유의미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따이궁(보따리상)에 지불하던 송객 수수료율을 낮추고 다른 국가의 단체 관광객이나 개별 자유여행객들에게 집중한 것이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된 것이다. 다만 매출액은 4곳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따이궁과 거래가 줄면서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쪼그라든 것이다.

송객수수료는 국내 면세점이 물건을 중국에 재판매하는 따이궁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알선료다. 코로나19 기간 해외여행 제한으로 따이궁을 잡으려는 면세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송객수수료는 40%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면세업계는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의견을 모았고, 올해 상반기 송객수수료는 20~30%대로 내려갔다.

면세점 중 수익성 개선 폭이 가장 컸던 곳은 호텔신라다. 호텔신라는 영업이익 43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2% 성장하며 폭발적인 오름세를 기록했다. 수수료율이 높은 따이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자유여행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확대한 것이 먹혀든 것이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내국인을 대항으로 한 프로모션을 강화해 모객을 나선 것도 긍정적이었다.

반기 실적만 공개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57억7700만원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416억원이다. 매출액은 7500억원으로 상반기 전체로 보면 1조5042억원을 기록, 전년 상반기 대비 40%가량 급감했다. 송객수수료 정상화로 매출액은 줄었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다국적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이 흑자전환을 끌어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 고객 매출도 크게 늘어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면세점 부문인 신세계DF도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늘었다. 따이궁과 거래가 줄면서 매출액은 48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감소했지만, 이익은 30% 증가한 40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8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매출액은 66% 급감한 1942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들, 하반기 중국인 맞춤형 브랜드·프로모션 기획 '집중'

면세업계는 하반기 유커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이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이후 6년여 만에 단체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늘어날 경우 매출 확대는 물론 따이궁 의존도를 낮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면세점들은 유커들의 귀환에 맞춰 그들을 위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시내면세점인 서울점과 제주점에 중국인 고객 선호 브랜드와 상품을 확대하고 통역 전담 인력 확보, 홍보물 제작, 쇼핑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시설 점검 등에 들어간 상태다. 공항면세점인 인천공항점과 김포공항점에선 럭셔리 패션과 주류 위주로 특별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사용 습관에 맞춰 개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이 6년5개월만에 한국 단체관광의 빗장을 풀면서 국내 여행·호텔·면세점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신세계면세점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 유커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설치미술이나 미디어아트 등을 면세점 안에 비치해 쇼핑하면서 다른 면세점에서는 누릴 수 없는 차별화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도 면세점 내에 빠르게 입점시켜 나갈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쇼핑코스가 포함된 방한 관광 패키지 관광상품을 직접 제작해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중국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페이먼트 시스템과 연계한 할인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용 데스크와 외국인 VIP 전용 데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실적 상승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여행사가 관광 상품을 만들고 손님 모집을 진행하게 되면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9월 29일~10월 6일 중추절 연휴를 기점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의 경우 아직 회복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단체 관광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들어오지 못하는 관광객들도 있을 것”이라며 “면세점은 4분기부터 내년까지 한국을 방문하려는 수요에 힘입어 실적에 개선되는 모멘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