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주년 광복절]고욱 광복회 광주지부장 "독립유공자 처우 개선해야"
"항상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뒤돌아보고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독립유공자의 얼과 정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고욱(65)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장은 아버지 고 고인석 선생이 생전에 늘 하던 말을 유지처럼 받들며 실천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고인석 선생(高麟錫·1909∼1997)은 광주학생운동 보다 1년 앞선 1928년 6월 광주 고등보통학교 4학년 재학 중 퇴학 처분을 당했다. 항일운동을 한 5학년 동료 이경채의 퇴학과 식민지 교육에 항의하며 5개월간의 동맹휴학에 참여했다는 이유다.
그는 동맹휴학의 26인 주동자 중 한명으로 지목되자 일제의 예비 검속을 피해 서울로 도주했고 동경으로 유학을 간 뒤에도 독립운동을 펼쳤다. 조선총독부가 발행하는 요시찰 조선 사회주의 인명록에 18살이었던 그의 이름이 적히기도 했다.
당시 자신의 배움과 인맥으로 권력이나 돈을 얻고자 할 수 있음에도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서 당신만의 철학을 갖고 살아갔다는 것에 고 지부장은 큰 자부심을 느끼며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고 지부장은 아버지의 얼과 정신을 지키며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에서 독립유공자들을 위해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7월 지부장에 부임한 고 지부장은 광복회의 중점사업으로 독립유공자들의 처우개선과 복지증진이 최우선으로 한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백성들을 버리고 의주까지 도망쳤을 때 많은 조선의 민초들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나라를 지켜냈지만, 환도한 뒤 이들을 인정해 주지 않자 이후 정유재란 때 의병이 없었다"면서 "보훈 정책이라는 것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를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예우를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일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고 지부장은 "국가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처분하지 못한 친일의 잔재들이 대를 물려서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다"며 "친일 명부를 만들어 있는 그대로 기술하면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배양시키기 위해서 체험할 수 있는 교육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고 지부장은 "젊은 청년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제대로 교육하려면 강당에 앉아 강의를 진행하는 것보다 현장을 재현하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교육'만큼 더 효과 좋은 것은 없다"면서 "교육사업을 진행하려면 지자체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광주지역에 '광복회관'을 새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주 지역 내 200명이 넘는 회원 중 대부분이 고령이지만 현재 사용 중인 광복회관은 지어진 지 40년이 넘어가 엘리베이터도 없이 3층을 계단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장마철마다 비가 새는 등 쉼터를 제공해야 할 회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건물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광주시에 청구했는데 안 나온 것은 유감이다"며 "신축 건물을 지어 올릴 때 광복회의 자산을 가지고 진행할 것이지만 회관을 준비하는 기간인 약 2년간만이라도 사무실을 제공해달라고 광주시에 요청해 둔 상태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지역에는 236명(순국선열 17명·애국지사 219명)의 독립유공자가 있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이 이뤄진 1895년부터 광복 직전인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으로 순국해 건국훈장, 포장,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람이다. 애국지사는 국권침탈 전후 광복 직전까지 항거해 건국훈장, 포장,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람이 인정된다.
이들은 모두 사망했고 유가족과 자손이 국가로부터 보훈 혜택을 받고 있지만 대체로 삶은 퍽퍽한 편이다.
일제의 국권침탈이 이뤄진 1895년부터 광복 직전인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으로 순국해 건국훈장·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람은 ‘순국선열’로, 국권침탈 전후로 역시 광복 직전까지 항거해 건국훈장·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람은 ‘애국지사’로 각각 인정된다.
이들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생활조정금은 1개월 기준 3인 이하 최대 28만3000원, 4인 이상 최대 33만 6000원이다. 국가가 정한 최저생계비 수준(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인 가구 생계급여, 62만30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유공자 예우 강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 신설된 독립유공자 후손 생활지원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월 47만8000원(기준 중위소득 70% 이하), 이외에 차상위계층 등은 월 34만5000원(단독 또는 부부세대)에 불과하다.
광주시는 조례를 제정해 5만원을 보훈 명예 수당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정한 보훈 혜택 적용 범위 때문에 상당수의 독립유공자 후손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78주년 광복절을 맞아 '친일을 하면 3대(代)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代)가 망한다'는 슬픈 말이 더 나오지 않게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때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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