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노원희: 거기 계셨군요'·OKNP 'BAAA: Books As Art As'展 外
▲서민지 '마주하는 감각들' 展 = 갤러리 도스는 2023년 하반기 '일상의 형상' 기획공모 선정작가전으로 서민지 작가의 '마주하는 감각들' 을 16일까지 진행한다.
작가는 현재에 대한 인식 속에 자리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하여 일상의 순간에서 인지한 감각을 그려내고 지워냄으로써 변용된 새로운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렇게 지우기를 통한 반복 행위에 의해 만들어진 자국은 새로운 소통으로써의 형상화를 시도한 것으로, 이미지의 구성은 어떠한 구체적인 형상이 아닌 색면의 표현으로 화면을 최대한 간략하게 제한한다. 이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 자체를 지각하게 하고 그때 그 순간의 감각이 반영된 호흡과 힘을 강하게 전달받아 깊은 명상에 잠기게 만든다.
명상에 잠겨 화면을 응시하다 보면 의식과 무의식의 행위가 드러난 우연의 효과들이 또 다른 형상으로 포착된다. 이는 반복되는 행위가 만들어낸 흔적이 되어 시간성을 부여받는다. 이에 따라 평면의 이미지는 그려내고 지워낸 경계가 중첩되고 흐려져 유기적인 형상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를 통해 동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형상은 극도로 절제된 색채를 사용하여 화면을 가득 채우고, 이를 지워내는 과정에 의한 효과로 인해 동양화의 먹 번짐과 같은 분위기가 작가의 유화 작업에서도 느껴져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흐르는 경계 시리즈는 칠하고 지우는 반복적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형태 혹은 선이 완결형의 이미지를 전달하기보다 보는 관객에게 현재를 환기하는 지표가 되기를 희망하며 작업했다"고 말한다. 얼핏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도상은 실제로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자연과 닮아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부터 파생된 삶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사유하게 만든다.
또 희미하게 보이는 캔버스 틀 자국이 내면 깊이 가라앉아 있던 감각의 조각들을 떠오르게 하고 상기시켜 또 다른 담론을 생성하여 현재와 연결된다. 이렇듯 한순간 명확하게 지각한 것들은 어떠한 자극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얇게 쌓인 물감의 흔적처럼 의식 또는 무의식 저편에 머물며 당시 감각의 재현을 넘어서 삶의 내러티브를 선사한다. 전시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 도스.
▲기획초대전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 = 아르코미술관은 기획초대전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를 11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작가 노원희의 1980년대 회화부터 회화 신작,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작업, 신문 연재소설 삽화 등 작품 95점과 함께 작가의 화업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 39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1948년 경북 대구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1977년 문헌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1980년 소그룹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시대의 변천에 따른 역사 인식, 현실 인식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 낸 사회와 정치, 문화의 정황을 심리적인 풍경으로 포착하면서 우리 시대의 모습 이면을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개인적 차원의 인간사를 회화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기록하려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됐다. 제1전시실에서는 작가가 한국 사회의 변화의 모습을 감지하고 그려낸 심리적 풍경의 작품으로 전시의 문을 연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거리에서'(1980), '한길'(1980), '나무'(1982)는 당대의 현실 이면을 몽상적이고 무의식의 표현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산업재해를 다룬 신작을 공개한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1980년대부터 노동자와 권력의 형상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해왔으며, 이번 신작은 그 연장선상에서 산업재해와 피해자 개인,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산업재해는 이 시대의 노동 현실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본주의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노원희의 그림에 등장하는 그림자 같은 사람의 형상은 우리 시대의 생존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는 청년, 노동자, 투쟁하는 사람들로 이어진다. 전시 제목 “거기 계셨군요”는 작가 노트에서 인용한 문장으로, 그의 그림에서 구체적인 개인을 그려내듯, 사회에서 소외된 누군가의 자리를 발견하고 말을 건네는 문장을 연상시킨다. 이 문장은 화가가 지난한 투쟁의 시간, 사회에 의해 고통받은 인간의 삶에 보낸 연민을 반영하면서, 이번 전시에서 노원희의 그림을 통해 보고자 하는 사회의 타자들과 그 형상을 드러낸다.
전시를 기획한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19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이 검열로 인해 무산됐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리는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은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한해 앞두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OKNP 'BAAA: Books As Art As' = 오케이앤피 부산은 아티스트 북에 관한 전시 'BAAA: Books As Art As' 를 진행한다. 프랑스의 전시기획자 크리스토프 부탱과 멜라니 스카칠리아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 섹션을 포함한 총 5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며, 전시 작품들 및 예술 출판을 이해하기 위한 영상도 함께 상영된다.
아티스트 북의 역사는 현대미술사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 아티스트 북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전인 20세기 초부터 다다, 초현실주의, 구성주의, 구조주의, 플럭서스 등 전위적인 예술가들에 의해 그 초기 형태가 만들어졌다. 작가들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에 ‘책’과 ‘출판’을 통해 작품을 제작했다. 이후 아티스트 북은 1960년대에 이르러 개념미술가, 설치미술가, 대지 미술가들에 의해 보다 더 다양하게 실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실험은 현재까지도 계속되어, 비단 개념미술가뿐만 아니라 회화 작가들까지 각기 지향점은 다르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의 주요 아티스트 북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자리이다. 전시에는 2020년 타개한 존 발데사리의 마지막 아티스트 북을 비롯하여 마우라치오 카텔란, 소피 칼 등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더불어 국내 작가로는 조각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권오상의 가 그 원작인 조각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엄유정의 이 원화들과 함께 전시된다.
매일매일 일기처럼 나무의 색을 기록해온 박형진 작가의 특별한 책 '까마귀와 까치'도 원화들과 함께 전시되며, 김선우의 경우는 오한기(소설가), 오재형(영화감독)과 함께 작업한 책 'ASTROLABE_FROM AM 5 TO PM 5'를 들고 새로 제작한 드로잉 원화들로 참여한다.
전시는 아티스트 북에 대해 알려주는 동시에 작품의 재료 중 하나로 ‘책’이 있었고, 그 실험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아날로그 책의 물성을 체험하는 기회를 오롯이 선사한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오케이앤피 부산.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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