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들 ‘아메리칸 드림’ 이뤄간다…국내 실적↓ 미국 실적↑

문수정 2023. 8. 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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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제공

국내 식품기업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내고 있다. 내수 부진과 가격 인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뜻밖에 호실적이 날아들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지지부진하지만 해외 실적 성장이 드라마틱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성과를 견인하는 분위기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2분기 주요 식품기업이 공개한 실적 자료 분석 결과 미국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농심은 2분기 매출 8375억원, 영업이익 537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영업이익은 무려 1100% 이상 늘었다. 2분기 농심 미국법인 매출은 1515억원, 영업이익은 157억원이었다. 전체 매출 비중에서는 18%가량 차지하지만 미국법인의 영업이익 비중은 30%에 이른다.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 신장률은 지난해 최악의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농심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었다. 매출 2526억원, 영업이익 43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국내 실적만 놓고 보면 30억원 적자였다. 하지만 내수의 마이너스가 그때도 해외 실적으로 커버됐다. 이 같은 추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를 얻고 있다.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2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코스트코 등 주요 유통채널에 공급량을 충분히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농심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수요가 급증했으나 한국 생산 제품을 수출하면서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2공장 가동 이후 제품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으로 반영됐다.

CJ제일제당도 미국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분기 매출 4조4233억 원, 영업이익 2358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영업이익은 40.1%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성적표를 주목할 만하다. 핵심 권역인 북미에서는 만두, 피자 등 주요 품목의 성장으로 매출이 13% 늘면서 성장세가 눈에 띄게 확인된다.

CJ제일제당의 만두는 대형마트 등 신선식품 채널에서 매출이 약 20% 늘며 절반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49%)을 차지했다. 미국에서 만두업계 1위를 공고히 했다.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냉동식품 브랜드 슈완스의 피자 매출도 18% 증가했다. 슈완스 대표 브랜드인 ‘레드바론’은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의 ‘디조르노’를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풀무원도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매출 1조4854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영업이익은 33.0% 늘었다. 풀무원의 상반기 최대 실적은 휴게소와 컨세션(식음료 위탁업) 호조, 위탁급식 신규 수주와 재계약 등이 주효했다.

해외 사업에서도 확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풀무원의 2분기 매출 기준 해외사업 비중의 65%를 차지하는 지역은 미국이다. 미국 매출은 내부 원가 개선, 판매가격 인상, 두부·아시안누들 호조, 물류비 안정화 등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했다. 해외법인 전체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적자가 19.7% 개선됐다.

풀무원은 2016년 현지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하면서 미국법인이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미국 매출의 큰 축은 두부와 아시안 누들이다. 두부는 현지 대형마트와 소매점 식료품, 아시안 누들은 현지 창고형 할인매장을 주력 채널로 성장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사태 이후 중국시장이 빠르게 주저앉으면서 미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리스크가 많은 중국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게 문제였다. 미국에서도 아시아계 시장에만 머무르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이 때문에 주류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투자하면서 성장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식품기업 한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인구수가 감소하는 게 확실시되는 내수시장에만 의존해서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며 “기업의 미래 먹거리는 수출에서 찾아야 하고,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공략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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