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사자성어, 미생물... 이런 것까지 모에화 한다고?
‘모에화’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모에화’란 사물이나 역사적 인물부터, 감정이나 날씨 등 물질이 없는 개념까지 사람으로 의인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게임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경주마를 미소녀로 만든 ‘우마무스메’, 역사적 인물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한 ‘페이트/그랜드 오더’, 총기를 의인화한 ‘소녀전선’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음식, 동물, 교통수단 등으로 무수히 많은 ‘모에화’ 게임들이 등장했지만, 이미 워낙 많은 게임이 나온 탓에 관련 현상이 게임에 등장했다고 화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벌레를 잡는 살충제가, 형태도 없는 사자성어가 미소녀가 된다고 한다면 어떨까. 지금부터 “이런 것까지 모에화 한다고?”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게임들을 소개한다.
미소녀가 벌레도 잡아준다. 그야 이 로봇 미소녀는 ‘살충제’니까
벌레 잡는 살충제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이 있다. 2003년 PS2에 출시된 ‘일격살충!! 호이호이씨’는 해충 구제 로봇인 ‘호이호이’를 조작해 집안에 출몰하는 해충을 박멸하는 게임이다. 게임은 동명의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처음부터 기반 만화의 캐릭터를 좋아했던 이용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단순히 ‘벌레를 잡는 게임’은 발에 차이도록 많지만, 이 게임은 캐릭터가 참 특이하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이름인 ‘호이호이’는 실제 일본에서 판매되는 해충 퇴치용품에서 딴 것으로, 벌레를 잡는 ‘끈끈이’를 생각하면 된다. 이런 설정 때문에 인 게임 내 해충 구제 로봇인 ‘호이호이’도 약국에서 구매해야 한다는 독특한 콘셉트가 생겼다.
게임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는데, 게임은 무기를 바꿔가며 벌레를 잡는 재미와 캐릭터의 의상이나 능력치를 성장시키는 성장 요소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반복적인 플레이에 질린 이용자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당시 ‘메탈슬러그 3’ 등 어마어마한 명작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일격살충!! 호이호이씨’는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게임기와 게임사들도 모에화를 피해 갈 수는 없다
‘게임업계’도 모에화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2010년 PS3에 출시된 ‘초차원게임 넵튠’은 게임기와 게임사들의 모에화를 소재로 한 턴제 RPG다. 게임은 기억을 잃은 소녀 ‘넵튠’이 봉인된 지식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관 이름 자체가 ‘게임업계’로, 세계의 명칭, 등장인물 등이 모두 게임과 관련되어 있다. 당장 주인공인 ‘넵튠’도 세가의 게임기 ‘세가 넵튠’에서 따왔고, 라스테이션의 여신 ‘블랙하트’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을, 르위의 여신 ‘화이트하트’는 닌텐도의 Wii를 모에화 하는 등 기반 게임기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컴파일 하트’, ‘아이디어 팩토리’ 등의 게임사들의 모에화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에 집중한 탓인지, 느리고 지루한 턴제 전투, 지나치게 복잡한 콤보 시스템 등 게임성 부분에서는 꾸준히 혹평을 받았다. 그나마 최근 2022년에 출시된 시리즈 외전 작 ‘초차원게임 넵튠 시스터즈 VS 시스터즈’에서는 게임성이 개선되며, 우호적인 평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형태도 없는 ‘사자성어’를 귀엽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모에화’는 보통 형태가 있는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기반이 되는 소재에서 특징을 잡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이디엄 걸’은 다르다.
‘이디엄 걸’은 2017년 모바일과 PC로 출시된 게임으로, 사자성어를 모에화 한 ‘이디엄걸’들과 소환술사들이 제국에게 빼앗긴 고대국가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게임은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백귀야행’, ‘불로불사’, ‘광음유전’ 등 각 사자성어가 주는 느낌을 그대로 뽑아내되, 너무 고루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라인매치 퍼즐과 턴제 RPG를 섞은 형태의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전투의 난도가 상당한 탓에 신규 이용자의 유입이 점점 줄더니, 결국 2018년에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미생물 미소녀와 함께하는 진정한 ‘똥겜’
일본 똥 학회까지 ‘모에화’ 게임 제작에 나섰다. 2020년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 ‘응코레’는 사람의 대장에 있는 유익한 미생물들을 미소녀 캐릭터로 만든 소셜게임으로, 화장실 너머의 세계 ‘운토피아’를 보호하기 위해 미소녀 미생물 전사들과 ‘쿠리부스’라는 적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이하게 ‘응코레’는 가챠(뽑기)까지 완전 무료인 대신, 매일 뽑기 재화로 ‘검변’을 요구한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다음 게임 내부 설문지에 기록하면 변의 상태에 따라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형태다. 게임은 배변에서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경고의 메시지도 남겨주고, 변비에 걸렸다면 쾌변을 위한 조언도 해준다.
말 그대로 ‘똥겜’인 이 게임은 일본 똥 학회 회장 이시이 요스케가 배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했고, 2018년 크라우드펀딩에선 목표금액 300만 엔(약 3000만 원)을 넘기더니, 서비스를 시작한 지금은 앱 스토어 평점 4.6점을 넘기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말 모에화 우마무스메? 우리는 코인 모에화 코인무스메!
이젠 P2E 게임과 ‘모에화’가 만나는 시대가 됐다. 2023년 연내에 출시 예정인 ‘코인무스메’는 가상화폐에서 태어난 소녀들을 아이돌로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장르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공개된 공식 티저 사이트를 보면 특정 가상화폐의 모에화로 보이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아이돌에 걸맞은 의상을 입고 반겨준다. 배경도 야광봉이 가득한 스테이지다.
P2E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이용자들도 ‘코인’과 ‘모에화’라는 신선한 조합에 관심을 가졌고, 게임사 측에서는 이용자가 같이 게임을 발전시키면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유저 참여형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어떤 코인을 기반으로 제작될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이달 4일에는 네오위즈 계열 웹3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인텔라 X’가 ‘코인무스메’의 개발사인 ‘유레카 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알려졌다. ‘인텔라 X’는 코인무스메의 온보딩 및 기술적 협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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