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하나 때문에 벌어진 50일짜리 AS 소동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2023. 8. 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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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밀림’ 수리 맡겼더니, “바쁘다” 협력업체로 권유
‘고쳐도 그대로’ 항의하자, “딴 부속도 추가 교환해야”
“두번째 수리, ‘오진’ 사과해라” vs “비용 결과는 같아”

직장인 백모 씨(60대)는 자가 차량의 브레이크 작동에 이상을 느껴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가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그는 차를 처음 AS 맡긴 후 50여일 지나도 수리되지 않아 현재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중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공식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겨놓은 차량이지만 그 센터가 쏙 빠지는 바람에 그는 센터가 정비를 의뢰한 협력업체와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사정일까?

지난 6월 25일 백 씨는 브레이크 밀림 현상 때문에 2011년식 주행거리 14만여km인 뉴모닝 차량을 기아자동차 부산서비스센터에 맡기고 돌아왔다.

입고한 날이 일요일이라 다음 날 접수돼 브레이크 이상이라는 진단을 전화로 연락받았다. 다만 센터 측은 “일이 많이 밀렸다”며 “협력업체로 수리를 넘겨도 좋겠냐”고 물어왔다. 백 씨는 빨리 수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별다른 의심 없이 위탁수리를 받아들였다.

협력업체는 곧바로 브레이크 작동과 관련한 부품 4건의 이상을 발견했다며 60여만원의 수리 견적을 보내왔다. 백 씨는 흔쾌히 수락했고 사흘 뒤 고친 차량을 수령했다.

그러나 고쳤다는 차량에서 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교체 부품들이 완전히 안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차를 그대로 사용했다.

한달여 지나도 브레이크 밀림 현상이 계속되자 백 씨는 위탁업체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한 뒤 차를 처음 입고한 서비스센터에 다시 맡길 테니 재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백 씨는 다음 날 다른 부품인 마스터실린더 쪽에 문제가 있다며 부품대가 10만원 추가된다는 연락을 받고 수용했다. 그런데 다음 날 공임이 더 추가된다며 총 22만원의 추가 견적이 돌아왔다.

백 씨는 “정작 고쳤어야 할 것을 못 잡고 엉뚱한 곳에 돈을 지불했으니 수리업체가 ‘오진’한 것 아니냐”며 책임을 거론하고 “추가 부품비만 더 내겠다”고 반박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초기 진단을 정확히 하지 못한 업체 측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화가 난 백 씨는 차를 수령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센터 측은 “협력업체가 수리를 맡았으니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업체와 협의를 잘해라”는 권유를 받은 것이다.

더욱이 처음 차를 수리한 후 협력업체로부터 차량을 수령하는 자리에 차량 소유주가 동행했고 브레이크 작동에 “이상없다”고 확인해줬다는 것이었다. 백 씨는 동행한 사실도 없고 AS 입고 장소의 경비실 보관함에서 스스로 차량 키를 수령한 뒤 운전해 돌아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백 씨는 이후 소비자보호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서로 달라 중재가 어려우니 서로 협의하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불평했다.

백 씨의 차량을 수리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 왔을 당시에 ABS쪽 모듈에 누유가 아주 심해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ABS만 수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밀림 현상이 잡히지 않아 추가로 수리를 진행한 것”이라며 “처음 한꺼번에 수리했어도 공임과 부품비용은 결과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처음 진단이 정확하지 않았던 데다 두번이나 차를 맡기도록 불편을 끼친 데 대한 사과는 없이 총비용은 같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이었다.

단순히 브레이크 밀림 현상으로 수리를 맡긴 차 때문에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은 백 씨는 최근 기아자동차 민원실로부터 ‘달갑지 않은’ 중재 전화를 받고 그만 ‘항복’했다.

부속대 10만원만 백 씨가 부담하고 공임은 업체 측이 부담한다는 ‘원청’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브레이크 하나로 벌어진 50일간의 소동은 2회에 걸친 수리와 비용 추가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백 씨는 “차의 구조를 잘 모르는 소비자 입장으로서 수리업체가 ‘처음부터 정확한 고장 부위를 발견하지 못해 죄송했다’는 말 한마디 사과만 했어도 감수할 사안인데 책임을 떠넘기고 이익만 생각하니 안타깝다”며 씁쓸해했다.

브레이크 밀림 현상으로 수리를 맡긴 백모 씨가 받은 첫 자동차 점검정비 명세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기자 bsb0329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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