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챙긴다던 잼버리 대원들 112에 "도와주세요"

안현주 2023. 8. 14.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숙박·통역 난관 겪은 독일 잔류대원들, 조직위·정부·광주시 도움 못받아...익명 시민이 숙박비 기부

[안현주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에서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카우트 선서를 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끝나고 단체로 광주광역시를 찾은 독일 대원들이 숙박과 통역 문제로 난관을 겪자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잔류 대원들을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지만, 광주시와 산하기관은 정부나 조직위원회로부터 어떤 요청도 받지 못했다.

뒤늦게 대원들의 방문 소식을 접한 광주시도 이들의 불편 해결을 위해 나서는 대신, 대원들의 신고 사건이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해 논란을 키웠다.

광주시는 14일 오전 8시 30분께 대변인 명의로 '독일 잼버리 대원, 광주 모텔업주 신고 관련'이라는 입장문을 출입기자단 단톡방에 공지했다.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확인되지 않은 기사들로 인해 광주의 이미지 훼손 및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잼버리 대회의 국제적 망신에(이) 가중될 것이 우려되는 만큼, 기자분들의 많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보도 협조를 요청한 입장문에는 경찰 수사 내용과 함께 신고자의 피해를 축소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됐다.

광주시는 "독일 대원 일부가 상무지구 모텔에서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투숙하는 과정에서 13일 16시 50분경(이후 정정 18시 50분경) 여성대원 2명이 숙박하는 방문이 안에서 잠겨 옆방에 있는 남자 대원에게 부탁했다"며 "문을 열기 위해 남자 대원이 창문으로 넘어가려는 과정에 업주가 엉덩이를 받쳐 밀어줄 것에 대해 신체접촉 폭행으로 신고했으나 오해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13일 오전 10시경 여성 대원이 투숙하는 빈방을 청소하기 위해 여성 종업원이 입실한 것을 두고 불법 침입이냐, 청소하기 위해 들어간 정당한 행위인가도 현재 서부서에서 조사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광주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지역을 비하하는 댓글이 양산되면서 우려를 담아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고 말했다.
 
 잼버리 독일 대원들의 112 신고사건에 대해 설명한 광주경찰청 자료.
ⓒ 광주경찰청
 
<오마이뉴스> 취재와 광주경찰에 따르면 독일 대원 40명은 잼버리 퇴영식 다음날인 지난 12일 2박3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북구 누문동 A 숙박업소(18명)와 서구 쌍촌동 B 숙박업소(22명)에 나누어 묵었다.

문제는 B 숙박업소에서 일어났다. 독일 대원들은 '60대 업소 관계자가 폭행과 무단 침입을 했다'며 전날 오후 6시 50분께 최초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결과 폭행 혐의는 출입문이 잠긴 숙소의 문을 여는 과정에서 창문으로 들어가는 14살의 남자 대원을 업소 관계자가 밀어주면서 오해가 생겼다. 이후 대원은 부모와 통화를 거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와 함께 신고를 취하했다.

함께 신고된 '방실침입' 혐의는 2박 이상 연박의 경우 투숙객이 외출하는 사이 마스터 키를 이용해 청소를 하는 것이 관례이나, 대원들은 "청소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또한 추가 조사를 위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마땅한 인솔자도 없이 광주를 찾은 대원들의 어려움은 경찰 신고 내용에 고스란히 남았다.

사건 당일 광주를 찾은 잼버리 잔류 대원과 관련된 112 신고는 4건이다. 2건은 숙박업소에서 발생한 갈등 속에서 직접적으로 신고된 건이다.

1건은 쌍촌동 숙소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전해들은 누문동 숙소 동료 대원들이 업주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통역 어플로 대화에 어려움을 겪은 업주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다.

나머지 1건은 양동시장을 찾은 대원들이 길에서 간식을 먹고 있어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시민의 신고였다.

졸지에 대원들의 민원을 떠안은 광주경찰은 독일어 통역이 가능한 경찰관을 투입해 대원들의 신고 사건 조사와 숙소 이전 문제를 지원했다.

반면, '끝까지 챙기겠다'는 중앙정부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었고, 뒤늦게 대원들의 방문 소식을 접한 지방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소문 차단'에 주력한 것이다.

정부의 준비 부족과 약속 불이행에 따른 낯 뜨거움은 이번에도 시민들 몫이었다.

독일 대원들의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한 한 시민은 광주 서구청에 전화해 대원들의 숙박비 지불 의사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우리 고장을 방문한 손님들이니 숙박비 환불을 통해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게 해주고 싶다"며 숙박비의 일부인 70만 원가량을 기부했다.

한편, 대만 잼버리 잔류 대원 150여 명도 광주 서구 한 호텔에서 머물며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시민이 어려움을 겪은 독일 잼버리 잔류 대원들의 소식을 접하고, 숙박비를 지원하고 싶다며 광주 서구청에 70만원을 기부했다.
ⓒ 광주광역시 서구청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