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겪는 中 전기차·배터리 업체...‘이곳’으로 달려간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이 6억5000만 인구를 보유한 동남아시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내수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가성비’를 내세워 동남아에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를 보려는 모습이다.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호존(Hozon)은 내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자사의 주력 브랜드인 ‘네타’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자동차 업체 ‘PT 한달 인도네시아모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 영자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호존은 특히 전기차 시장이 성장 중인 동남아를 중심으로 생산·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각국에 맞춤한 차량으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네타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태국에서는 이미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연간 2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인 BYD가 태국에서 5억 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한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BYD 측은 연간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자동차(SAIC)도 지난 5월 태국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기차 산업단지 건설을 시작했다. 12만㎡ 규모로 조성되는 단지에는 전기차부품 업체들도 입주할 예정이다. 역시 ‘철저한 현지화’를 노린 행보다. 창청자동차·창안자동차 등도 태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 중이다.
실제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의 비중은 7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전기차 핫스팟’인 태국에서만 지난 1~5월 중국산 자동차를 6만9000대 수입(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는데, 이 중 전기차가 6만6000대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만 해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량은 줄었는데 수출은 전월 대비 30% 증가했다”며 “중국 내 치열한 경쟁에 부딪친 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 ‘우핸들 차량’ 생산을 늘리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 등에서 우핸들 차량을 쓴다.
배터리 업체는 니켈 1위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배터리 업계의 진출도 활발하다. EVE에너지는 지난 7일 말레이시아 케다에 4억2200만 달러(약 5600억원)을 투자한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EVE에너지 측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은 이미 전 세계 니켈 매장량 1위인 인도네시아와 손을 잡았다. 인도네시아 국영 기업들과 합작해 니켈 광산 채굴부터 제련, 배터리 제조·재활용까지 배터리 산업 전반에 걸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CATL 측이 60억 달러(약 7조9800억원)를 투자한다.
CATL은 태국에도 발을 뻗었다. CATL 측은 지난 6월 태국 국영석유기업 PTT 전기차 부문 자회사인 아룬플러스와 함께 태국 촌부리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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