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작사가 만드는 ‘시스터 액트’…뮤지컬 허브로 도약 [D:현장]
2017년 브로드웨이 캐스트로 내한 공연돼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으로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이 작품을 통해 아시아 무대를 넘은 세계적 뮤지컬 허브로서의 도약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14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지원 EMK 부대표는 “수년간 국내 내한 공연의 주요 형태는 호주나 북미 제작사가 제공하는 세컨드 클래스 프로덕션 초청이 대부분이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이 아시아 문화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제작 능력으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리더십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투어 공연은 제작이 까다롭고, 상업적으로 이윤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심지어 투어 공연의 콘텐츠는 프로덕션에 따라 퀄리티의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이에 수익성을 높이고, 콘텐츠의 질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이번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시작이었다. 이 발상의 전환이 가능했던 건 세계 시장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국내 뮤지컬 제작 능력이 바탕이 됐다.
김 부대표는 “사실 ‘시스터 액트’를 처음 만났을 당시 우리가 만들면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 작품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 상태라 그냥 공연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부끄러웠다. 콘텐츠 자체는 너무 좋지만 보여지는 것들이 비교적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EMK의 검증된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만들어서 역으로 아시아에 되팔수 있는, 영어 공연권을 획득하기 위해 제작사와 논쟁, 투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9월부터 부산에서 약 6주간의 리허설를 거치고 11월4일 부산 소향씨어터에서 본 공연의 막을 올린 후 같은 달 21일부터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 오른다. EMK는 2023-24 시즌에는 서울과 부산을 포함한 국내 15개 도시 투어, 2024-25 시즌에 아시아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당초 아시아 투어는 2025년부터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다른 국가의 요청으로 투어가 앞당겨졌다.
김 부대표는 “아시아에서 뮤지컬을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중국 정도다. 그런데 중국은 투어 공연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은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EMK는 한국이 내수 시장은 물론 아시아 시장까지 폭넓게,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면서 “10년이 넘는 EMK의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시스터 액트’를 시작으로 창작 작품까지 인터내셔널하게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핵심 거점지로는 부산을 택했다. 아시아의 문화적, 지리적 특성을 중심으로 부산에서의 리허설과 프리 프로덕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대표는 “비용이나 연습환경에 있어서 효율적인 곳, 무대 세트 보관과 이송이 편리한 곳, 영어 공연이 지속될 경우 수요가 있을 곳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부산”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MK는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 오디션을 통해 잉글리시 스피킹 캐스트를 선발했고, 부산의 소향씨어터 내 동서대학교에서 작품을 올릴 채비에 나설 예정이다.
‘시스터 액트’의 연출은 그간 ‘몬테크리스토’ ‘햄릿’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레베카’ 등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로버트 요한슨이 맡는다. 그는 “배우들은 6명이 한국인, 나머지는 미국인으로 꾸려졌다”면서 “어떤 인종이든,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캐스트와 함께 더 훌륭한 ‘시스터 액트’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로버트 요한슨은 “수녀 역의 배우들은 부산에 있는 실제 카톨릭 수녀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실제로 그들의 삶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구현해낼 작품에 리얼리티가 녹아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공연과 일본, 중국 등 공연되는 나라에 따라 달라지는 요소들이 있다. 아직은 비밀로 해두겠다”고 말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김 부대표는 “단순히 초청 공연을 유치하거나, 라이선스 공연을 할 수도 있지만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를 통해 또 다른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첫 단추부터 아주 성공적일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또 확장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시도가 K-뮤지컬을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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