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공장서 장갑차 올라탄 김정은…“전쟁시 반드시 괴멸”

정영교, 정진우 2023. 8. 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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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들을 시찰하고 ″전쟁준비의 질적수준은 군수산업발전에 달려있다″며 무기 생산능력의 제고를 독려했다. 사진은 전투장갑차 생산공장에서 새로 개발한 다용도전투장갑차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엿새만에 군수공장을 또 시찰하면서 한·미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6일 사전연습으로 시작되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와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엿새 만에 군수공장 재차 방문


북한 관영 매체들은 14일 김정은이 지난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면서 군수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술미사일과 전술미사일 발사대차(이동식발사대·TEL), 전투장갑차, 대구경 조종방사포탄 생산공장을 둘러봤다.

김정은은 군수공장을 시찰하면서 "전쟁 준비의 질적 수준은 군수산업 발전에 달려있다"며 "공장이 우리 군대의 전쟁 준비를 다그치는 데서 맡고 있는 책임이 대단히 막중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투장갑차 생산공장에서는 새로 개발한 다용도전투장갑차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들을 시찰하고 "전쟁준비의 질적수준은 군수산업발전에 달려있다"며 무기 생산능력의 제고를 독려했다. 사진은 군수공장에서 담당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김정은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군수산업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경제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전 중인 러시아 등에 무기 수출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3~5일에도 군수공장을 방문했고,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8기 7차)를 주재하며 '군수산업의 현대화'를 강조했다.


한·미 연합훈련 의식했나


이번 군수공장 시찰은 오는 21일 시작하는 UFS 본 훈련을 약 열흘 앞두고 이뤄졌다. 김정은은 시찰 뒤 "임의의 시각에 그 어떤 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과 확고한 준비태세를 철저히 갖춤으로써 적들이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며, 만약 접어든다면 반드시 괴멸시켜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12일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영상 뒷편에 '원쑤(수)들은 전쟁도화선에, 남조선괴뢰들을 쓸어버리자'라는 문구가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한·미 연합훈련과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미·대남 위협의 수위를 높여 도발 명분을 쌓는 동시에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이 자신들에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을 보도하며 '원쑤(수)들은 전쟁도화선에, 남조선괴뢰들을 쓸어버리자'라는 문구가 크게 보이는 사진을 낸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북한이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을 통해 자신들의 전술핵 능력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이라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물론 내부결속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했다.


대미·대남 전쟁 준비 과시


실제 북한이 실질적인 전쟁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신형 전술 무기의 개발과 고도화에 주력했다면, 지금은 실전 배치를 위한 대량 양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지도 속 서울과 충남 계룡대 등을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김정은은 지난 9일 당중앙군사위확대회의에서 "실전 훈련들을 적극 벌리며 항상 동원된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함으로써 군대의 전쟁수행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쟁 준비를 더 공세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북한은 올해 2~4월 당중앙군사위확대회의에서도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상당 기간 전쟁준비 완성을 위한 무장 장비 생산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이 식량 증산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는 것도 단기적 먹는 문제 해결을 넘어 전쟁준비와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제6호 태풍 '카눈'의 피해를 입은 강원도 안변군 오계리 일대를 돌아보고 피해복구사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오계리에서 200여 정보(약 1.98㎢)에 달하는 침수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전적으로 이 지역 농업지도기관들과 당 조직들의 심히 만성화되고 무책임한 사업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계기에 다시 한번 자연재해 방지 능력을 갖추기 위한 국가적인 사업체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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