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임된 씨름 감독, 노동위 구제로 복귀 가능성… 팀 떠나는 선수 속출

이누리 2023. 8. 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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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씨름협회 공식 엠블럼. 대한씨름협회 제공


선수 모욕, 전국체전 미출전, 근무지 이탈 등의 혐의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던 여자씨름부 감독이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로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난해 감독과의 불화로 선수 한 명이 팀을 옮긴 데 이어 최근 또 다른 선수가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 A여자씨름부의 B감독은 지난 7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구단 주체인 A시는 현재 B감독의 복직을 검토 중이다. A시 관계자는 “중노위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수 보호와 분리 조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B감독은 선수 생활 중 총 12번의 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이 종목 유명인사다. 지난해 6월 A여자씨름부에 임용된 B감독은 부임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선수들과 갈등을 빚고 지난 1월 해임됐다.

A여자씨름부 선수들은 B감독으로부터 “스모선수를 닮았다”는 외모 평가 발언과 “여자 천하장사와 남자 천하장사가 같냐”는 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시청에 구두로 민원을 제기했다. B감독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7일 열린 중노위 회의 자리에선 해당 발언이 있었음이 일부 인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의 진술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발언들이 단발성에 그쳐 징계 사유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외에도 B감독은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 출전하지 않고 A시의 경위서 제출 요구에 불응해 갈등을 빚었다. B감독은 당시 일정이 맞물렸던 다른 대회에 나가려던 것이라며 애초에 A시가 출전을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남자 씨름부 통틀어 팀 창단 이래 전국체전에 출전하지 않은 적은 없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라 내부 반발이 컸다. A여자씨름부 C코치는 “전국체전은 국제대회가 없는 민속종목 씨름판에선 올림픽과 같은 대회”라며 “여자 씨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라 의미가 깊었고, 경기도 지역에서 선발되기까지 했는데 감독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출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A시는 지난 1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B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B감독은 3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소청하며 맞대응했고, 경기지방노동위는 지난 5월 B감독의 구제신청을 인정했다. A시는 곧바로 중노위에 사실오인 및 조사착오, 법리오해를 사유로 재심을 신청했으나 7일 해당 결정이 번복되지 않고 유지됐다.

B감독은 원직 복직과 더불어 해임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무했을 시 받았어야 할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B감독의 임기는 1년여 남아있는 상태로, 복직시키지 않을 경우 중노위는 A시에 최대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이미 B감독과의 갈등 과정에서 지난해 선수 한 명이 팀을 떠난 데 이어 11일 또 다른 선수가 팀을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B감독이 있던 6개월은 선수들에게 굉장히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A여자씨름부 소속의 D선수는 “중노위가 이 사안을 노사 갈등의 관점으로만 본 것 같다”며 “따지고 보면 현장에선 선수가 더 약자 위치에 있는데 그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갈등이 심해지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협회 차원의 제도적 장치도 마땅치 않다. A여자씨름부 소속의 E선수는 “협회도 한통속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도 여자 씨름 선수들이 성희롱 등 부당한 일을 비일비재하게 겪었지만 문제제기를 하면 연봉 삭감이나 계약 해지를 당하곤 했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현재 대한씨름협회는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씨름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B감독의 징계 결과를 공문으로 통보받은 것 외에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며 “중재 요청이 오면 협회 산하의 스포츠공정위에서 조사를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A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경기도씨름협회 측에 중재 요청을 했지만 중간에 협회장이 바뀌는 등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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