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튼은 "챗GPT 적극 쓰라는데"…표절 걱정하는 美대학 대혼돈
‘혼돈’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립대 대런 키스트 교수가 다가오는 가을 학기를 두고 설명할 때 한마디로 언급한 키워드다. 챗GPT가 지난해 11월 발표된 직후 강의실에서 겪은 혼란이 또 불가피할 거란 우려에서였다.
지난해 가을 키스트 교수는 그의 대학 영작문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기계가 쓴 듯한 에세이를 제출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용문이 많은데 출처가 곳곳에 명기되지 않은 것들은 인공지능(AI) 챗봇의 도움을 받은 흔적이었다.
지난 학기의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피하고 싶었던 키스트 교수는 이번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챗GPT 공부에 나섰다고 한다. AI 챗봇의 강의실 사용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붙은 온라인 그룹 토론에도 참여했다.
AI 챗봇의 갑작스런 부상 이후 강의실 수업에 이 기술을 도입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교육자들이 키스트 교수처럼 혼란과 공황에 빠진 모습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경이롭다” vs “파멸 가져올 것”
문제는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교육자, 교육기관 사이에 뚜렷하게 합의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부 교육자들은 ‘(챗GPT 등) 도구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는 ‘그것이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AI 기술 활용 여부를 둘러싼 대학별 대응도 크게 상반되는 흐름을 보인다. WP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사이언스프로 대학과 인도 방갈로르의 RV 대학은 챗GPT가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학습에 저해될 것을 우려해 금지 조치했다. 그러나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 경영대학원과 뉴욕의 이타카 대학은 오히려 AI 기술에 능숙해야 한다면서 이를 허용했다. 한쪽에선 리포트 표절을 걱정하는 데 다른 쪽에선 현대인이 익힐 기술로 간주한다.
AI 표절 탐지? 한계 여전
과제물 등에서 AI 활용 여부를 탐지하는 기술이 아직 한계를 보인다는 점도 교수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챗GPT 제조사인 오픈AI는 지난 1월 AI 탐지 도구를 공개했다가 정확도가 낮다는 이유로 지난 7월 슬며시 폐기했다. 표절 탐지 업체인 ‘턴잇인(Turnitin) 닷컴’이 만든 AI 텍스트 탐지 도구는 사람이 쓴 글을 종종 AI 글로 오판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AI를 사용해 과제물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잘못된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대학생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텍사스 미드웨스턴 주립대 학생 제시카 짐니(20)는 302개의 단어를 이용해 쓴 정치학 과제의 67%가 AI에 의해 작성됐다는 판정을 받아 담당 교수로부터 0점 처리됐다. 짐니는 정치학과 교수에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짐니는 “이제 과제물을 작성하는 장면을 직접 카메라로 녹화한다. 철통 같은 증거를 만들어 놓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안한 교수들, 세미나 몰려
교수들 사이 혼란이 커지면서 지난 7월 말 미국 현대언어협회(MLA)와 대학구성및커뮤니케이션협회(CCCC)가 공동 주최한 AI 웨비나엔 AI 기술 관련 가이드에 갈증을 느끼는 교육자들이 대거 몰렸다. 3000명이 넘는 교육자가 과정에 등록하고 이 중 1700명 이상이 실제로 시청했다. 웨비나 과정에 참여한 마린 대학 안나 밀스 교수는 “이 모든 것들이 가을이 오면 학생들이 챗GPT를 쓸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는 현장의 불안감을 말해준다”고 했다. MLA와 CCCC의 공동 AI 태스크포스가 지난 3~4월 대학 교수 4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교수들이 AI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우려는 ▶표절 조장 ▶AI 텍스트 감지의 한계 ▶학생들의 글쓰기와 비판적 사고 개발 저해 등으로 꼽혔다.
교육 전문가들은 ‘슬기로운 챗GPT 사용’을 위해선 이 기술의 활용법과 한계를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학업 혁신 연구원인 마크 왓킨스 미시시피대 글쓰기 수업 강사는 “챗GPT 기술은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게 많은 것을 할 거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오히려 이 기술이 수업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고 챗봇이 특정 과제에 대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해 학기 초부터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일부 교수들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당장 가을 학기에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이 때문에 각 대학들이 AI 기술 활용 가이드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이와 관련된 전문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WP는 짚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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