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 '노 타이'로 만난다…사진 한 장 '역대급' 메시지 [3국 정상회의]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대통령의 정상회의는 이번이 네 번째다. 5년 임기 동안 1~2차례의 한ㆍ미ㆍ일 정상회의에 임하는 데 그쳤던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는 2년 차에 벌써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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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뚜렷해진 '케미'
앞선 세 차례의 한ㆍ미ㆍ일 정상회의 사진을 눈여겨보면 1년여 만에 급속도로 가까워진 3국 관계 변천사가 그대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였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선 세 정상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지만, 표정은 다소 경직됐다. 한·미 정상은 같은 해 5월 정상회담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전날 스페인 국왕 갈라 만찬에서 잠시 만난 게 전부였던 데다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이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참모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의 '인간미'를 제대로 보여줄 최적의 세팅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대통령은 겉으로 드러나는 강한 이미지와 달리 사실 따뜻하고 정이 많은 성격"이라며 "방미 때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직접 불러 호응을 얻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을 드러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석단 위 북·중·러' 바로 상쇄
실제 캠프 데이비드에선 세 정상 모두 넥타이와 양복이 아닌 캐주얼 차림으로 만나 산책 등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복장은 편하지만, 회동 그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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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관계도 사진에 고스란히
과거에도 3국 정상이 만나는 사진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했지만, 항상 화목한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처음 만난 2017년 7월 촬영된 기념 사진은 3국 정상이 굳은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당시는 북한이 역대 최악의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던 시기로, 3국 정상회의 최초로 대북 규탄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남북 회담을 제안하고, 미ㆍ일 측에선 "3국이 모여 합의했던 것과 다르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런 동상이몽이 어색한 사진에서도 드러났던 셈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간 갈등이 심각했던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두고선 일본 내에서 "굴욕적이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갑스무니다"라며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지만, 박 대통령은 눈길도 주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중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앞에서 한·일 정상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도 있었지만, 더 회자된 건 갈등이 부각된 사진이었다.
이번 한ㆍ미ㆍ일 정상회의는 개최 타이밍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다음달부터 유엔 총회,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을 잇는 '다자외교의 계절'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굳이 별도의 정상회의를 또 하지 않더라도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보여주는 3국 정상 간 사진 한 컷의 강력한 지속 효과가 향후 다자회의에서 3국 정상이 마주칠 때마다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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