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책임, 전라북도 탓만?… 與 일각 "당장 탈당"
천하람 "중앙부처 면피 위해 책임 전가 안 돼"
이준석, 현 정부 잼버리 예산 집행액 더 많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준비 부실 책임을 놓고 여권에서 전라북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자 호남 지역을 텃밭으로 다져 온 차기 총선 주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남 순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잼버리 파행을 전북 탓으로만 돌리려는 국민의힘 입장에 대해 "정말 화가 난다"면서 "만약 그런 논평이 당론이라고 한다면 저는 오늘 탈당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잼버리 파행 운영을 놓고 전라북도를 위시해 더불어민주당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잼버리는 실제 현장을 책임지고 예산 집행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전·현직 전라북도지사의 부실 준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집중 지원과 민간 기업을 포함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강원 원주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매립도 되지 않은 새만금에 잼버리를 유치하자고 주장했던 민주당, 잼버리 준비 기간 6년 중 5년을 날려버린 문재인 정부, 일선에서 예산을 집행하며 조직위 실무를 맡았던 전라북도 등 얼핏 상황을 살펴도 관련된 민주당의 책임이 훨씬 더 엄중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전라북도에 있다"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각종 예산집행과 계약체결 등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도, 이제 와 자신들은 책임 없다는 전라북도, 그리고 자신들은 상관없다는 문재인 정부는, 일말의 양심마저 걷어차 버렸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집권 여당 책임은 더 크다"면서 "이것을 갖다가 무슨 지방 자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마치 호남에 또는 전남의, 전북의 도민들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만약에 그게 당론이라 그런다면 저는 오늘이라도 그런 당에 머물러 있고 싶지가 않다"며 "얼마든지 실수라는 게 있을 수 있고 모두가 다 착오라는 게 있을 수 있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걸 통해서 서로 발전해나가는 것이지 거기에 대고 어떻게 집권 여당의 누구 입에서 나온 소리인가 모르지만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잔치가 막 끝났고 이제 전체 시스템을 점검하자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그렇게 미리 좌표를 정하고 거기에다 대고 먼저 포부터 쏘고 그다음에 뭐가 문제인지부터 찾으려고 하나"고 반문했다. 또 "정말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 하나도 없고, 큰소리칠 사람 없다"며 "전북도만의 책임도 아니고 또 누구만의 책임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천하람 순천갑당협위원장도 이날 통화에서 "잼버리라는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던 정치인과 관료가 있었다면은 그 부분은 비판을 해야겠지만 그게 아니라 시키는 대로 집행한 전라북도 공무원이나 시민들이 솔직히 말해서 무슨 죄가 있겠느냐"면서 "이것을 전라도 전체의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이어 "국제행사 치러서 지역발전을 추구하는 게 뭐가 그렇게 잘못됐느냐"며 "평창올림픽도 이를 통해 강원도 지역 교통망이 훨씬 좋아졌고, 여주 엑스포를 하면서 그 지역 교통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까지 같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놓고 전라북도, 전라도 전체만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대통령께서 잼버리 개영식까지 다녀갔는데 중앙부처의 잘못을 면피하기 위해 전라북도만 때리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현 정부에서 쓴 사업비가 전 정부에서 쓴 예산보다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잼버리 총사업비 1170억원 이 중에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3개 중앙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인) 조직위에서 쓴 예산은 870억, 전라북도가 쓴 예산은 260억.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22~23년 쓴 예산이 1015억원, 21년도까지 쓴 사업비가 156.5억"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늘 내가 쓴 여러 개의 글에서는 어디에도 '잼버리는 윤석열 대통령 탓'이라는 말이 안 들어 있는데도 전라도 때문이라는 단순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탓이라는 것과 동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어쩌면 모든 문제의 핵심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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