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컸던 케인의 빈자리... 손흥민과 토트넘의 '숙제'

이준목 2023. 8. 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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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포드와의 경기에서 고전 끝 무승부... 기대에 못 미친 '주장' 손흥민의 활약

[이준목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히샬리송(왼쪽)과 손흥민(오른쪽)이 8월 13일 런던의 G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포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 AFP / 연합뉴스
 
'에이스' 해리 케인의 빈자리는 역시 컸다. 독일로 떠난 케인의 자리를 이어받아 '해결사이자 주장'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해야 했던 손흥민은, 여전히 지난 시즌 부진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한 모습으로 의구심을 남겼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지난 8월 13일 영국 브렌트포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 브렌트포드와의 경기에서 고전 끝에 2대 2 무승부에 그쳤다.

토트넘은 올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빅리그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호주 출신의 엔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고, 간판스타였던 해리 케인은 긴 이적사가 끝에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전임 주장이었던 골키퍼 위고 요리스 역시 조만간 이적이 유력하다. 2015년 손흥민이 토트넘에 처음 입단할 당시부터 함께했던 황금세대의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한국인 선수가 EPL에서 정식 주장이 된 것은 2012년 QPR(퀸즈파크 레인저스)의 박지성에 이어 11년 만에 손흥민이 두 번째였다. 하지만 손흥민에게는 영광이자 동시에 부담이기도 했다. 핵심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거나 노쇠환 상황에서 토트넘의 전력은 크게 약화되었고, 손흥민은 지난 시즌 극심한 슬럼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남아있었다.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해법은, 좋은 경기력과 승리로 화답하는 것뿐이었다.

크게 느껴진 케인의 빈자리... 영국 스포츠 언론들 '혹평'

하지만 토트넘도, 손흥민도 첫 경기부터 의문부호를 떨쳐내는 데는 실패했다. 공격축구를 표방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케인의 떠난 최전방 자리에 히샬리송을 투입하고 2선을 손흥민,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셉스키로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도 요리스의 대안으로 영입된 이적생 굴리엘모 비카리오에게 맡겼다.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손흥민은 익숙한 왼쪽 측면 자리에 투입되었지만 그리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75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특유의 저돌적인 공간침투나, 감각적인 슈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가끔씩 손흥민이 상대 뒷공간으로 스프린트를 시도해도 제때 패스가 연결되지 않았다. 새로운 파트너들인 히샤를리송과 매디슨과의 호흡은 아직 매끄럽지 않았다. EPL에서 무려 47골을 합작하며 서로의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던 케인의 빈자리가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PK 허용이었다. 전반 23분 토트넘 박스 안에서 수비에 가담한 손흥민은 오른발로 마티아스 옌센의 왼발을 걸어 넘어뜨렸다는 판정을 받았다. 주심은 최초에 파울이 아니라고 보고 넘어갔지만 이후 VAR을 통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나선 브렌트포드 음뵈모가 골을 성공시키며 손흥민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손흥민은 주장 데뷔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골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 후반 75분이라는 다소 이른 시간에 교체된 데서 보듯 부진했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손흥민은 경기 후 대부분의 영국 스포츠 언론들이 매긴 평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국 <미러>지는 "손흥민은 여전히 폼이 떨어진 상태로 보인다. 더이상 최고 수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며 이미 확인한 것인지에 의문이 남아 있다"며 손흥민의 부진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량의 하락세에 접어든게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2023년 8월 13일 런던의 G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포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손흥민에 앞서 EPL에서 공식 주장이 되었던 박지성도 주장 데뷔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박지성은 2012-2013시즌 QPR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첫 경기에서 같은 승격팀인 스완지시티에게 0-5로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이후 QPR은 그해 부진을 거듭하다가 끝내 강등 당했고, 박지성은 시즌 중반에 감독교체와 함께 주장직을 박탈 당해야 했다.

토트넘은 당시 QPR에 비견될 정도의 전력은 아니라지만, 공수 양면에서 여러 가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지난 시즌 30골을 홀로 터뜨린 케인을 보유하고도 8위에 그쳤는데 올해는 전력이 더 약해졌다. 지난 시즌 EPL에서 단 1골을 넣는 데 그치며 '먹튀'라는 비판을 받았던 히샬리송은 케인을 대체할 원톱으로 기용되었으나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전반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고, 후반 막판 결승골 찬스에서도 실망스러운 슈팅을 날리면서 득점기회를 날렸다.

그나마 이적생이 매디슨이 날카로운 킥력과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한 것이 작은 위안이었다. 토트넘의 매디슨의 발끝에 의해 시작된 패스와 크로스가 수비수들의 득점으로 이어지며 패배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다만 매디슨이 토트넘의 공격 전개를 진두지휘하고 종전 손흥민이 맡던 세트피스 킥까지 전담하면서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달고서 오히려 비중이 줄어든 느낌까지 줬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수비축구를 추구하던 콘테-무리뉴 등의 전임 감독들과 달리, 공격축구를 선언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역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테코글루가 직전에 맡았던 스코틀랜드 셀틱이나 호주대표팀은 소속된 리그-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강팀'의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라인을 과감하게 끌어올려서 상대를 압박하고 주도적인 공격을 퍼붓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EPL은 세계 최고의 리그이며 맨시티 같은 특별한 수준이 아닌 이상, 아무리 강팀이라고 약팀을 일방적인 공격만으로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 브렌트포드는 전력상 EPL 내에서 중하위권 수준이지만 토트넘을 상대로 효율적인 역습으로 뒷공간을 공략하며 좋은 찬스를 대거 만들어냈다.

현재의 토트넘은 포체티노 시절 케인-손흥민-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DESK 라인을 앞세워 EPL 최상위권의 화력을 자랑하던 그 팀이 아니다. 더구나 수비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무려 63실점을 내주며 최다실점 6위를 기록했다. 토트넘보다 높은 실점을 기록한 5팀은 모두 리그 15위 이하의 약팀들이었다. 수비력만 놓고보면 강등권팀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추가적인 전력보강과 전술적인 재정비가 없다면 토트넘의 시즌이 순탄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토트넘은 20일 맨유와 홈 개막전을 치르고, 26일에는 본머스로 원정을 떠난다. 기대보다 우려로 가득한 첫 출발을 시작한 캡틴 손흥민과 토트넘의 2023-2024시즌 새로운 여정은 과연 순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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