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대원이 머슴이냐"…잼버리 퇴소때 캐리어 옮겨준 구급차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했던 베트남 대원들이 대전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퇴소하는 과정에서 구급차가 짐차로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전소방본부 측은 "안전 예방 차원에서 선의로 한 일인데 오해가 불거졌다"는 입장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전 동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베트남 잼버리 대원의 짐을 구급차에 싣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과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진과 함께 게시글에 "대우받아야 할 분들인 119 구급대원분들을 짐꾼으로…캐리어 꽉 채우고 출발했다가 금방 다시 돌아와 상차하는 것 보니 구급차로 짐 셔틀 하나 봅니다"라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한 시민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방당국 지휘책임자를 대전동부경찰서에 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시민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발 사실을 알리며 "잼버리 학생을 철수시키기 위한 용도로 구급차가 동원된 것은 응급의료법과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구급차 용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소방공무원 노조도 14일 구급차를 다른 용도로 이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대전본부는 이날 "지난 12일 대전 동구 소재 대학 기숙사에서 베트남 학생들의 짐을 119구급차로 옮겨주라고 지시한 대전소방본부의 행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19구급대원이 짐꾼, 머슴이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상대피 숙소에 전진배치 돼 응급환자를 이송해야 할 구급차가 화물 이송을 했다"며 "대전소방본부 간부는 법률은 무시하고 이런 부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지시를 했으며, 안전에 대한 공백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한 해당 간부에 대하여 철저한 조사와 함께 간부들의 안위를 위해 현장 직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전소방본부 측은 "여학생들이 인도와 차도 구분이 모호한 곳을 무거운 짐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고 안전 관리 차원에서 짐만 옮겨준 것"이라며 "상부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들이 선의였다"고 해명했다.
소방 당국은 원래 배치된 구급차였고, 안전을 위해 선의로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공개한 내부 문건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문건에 따르면 퇴소하는 과정에서 행안부 파견 직원이 "구급차를 이용해 짐을 옮겨주는 것이 안되는 것을 알지만 버스가 대기하는 장소(보건대 운동장)까지 짐을 이동하는 것이 위험해 보여, 구급차 이용이 가능한지" 대전소방본부 현장근무자에게 문의했다.
당일 구급차는 숙소에서 버스 정차지까지 300m 거리를 5회 왕복하며 짐을 날라줬는데, 소방 당국은 이후에는 용도 외 목적으로 구급차를 쓰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낸것으로 파악됐다.
잼버리 대원들 철수를 도울 차량마저 준비하지 못한 운영 미숙이 또 드러났다는 비판과 함께, 응급 구조 용도 외 소방 구급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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