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 EBS 이사 해임...권태선 방문진 이사장도 해임 절차 착수

전민구 2023. 8. 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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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영진 KBS 이사장과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정미정 EBS 이사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뉴스1


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제청안과 정미정 EBS 이사 해임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25일 해임 절차에 착수한 지 20일 만이다. 정 이사는 즉각 해임됐고, 남 이사장 해임은 윤석열 대통령 재가만을 남겨뒀다.

이날 의결은 야당 추천의 김현 상임위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여권 추천의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표결에 앞서 남 이사장 측은 김 직무대행 기피 신청을 했지만, 김 직무대행은 표결에 빠진 채 이상인 상임위원과 김현 상임위원이 각각 찬성과 반대표를 던져 기각 처리됐다.

남 이사장의 해임제청 사유로는 KBS 방만 경영과 관리·감독 소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이 적시됐다. 정 이사는 TV조선 재승인 고의 감점 의혹에 연루된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이 해임 사유로 기재됐다.

남영진 KBS 이사장(앞줄 왼쪽부터),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및 공영방송 이사들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 이사장은 방통위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 의결은 법적 절차와 근거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원천무효”라며 “위법한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김 권한대행과 이 상임위원 등을 대상으로 형사 고발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김현 위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남용과 비상식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한 김 직무대행의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이날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 해임 청문도 진행했다. 권 이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은 16일 전체회의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야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날 방통위 회의에 앞서 남 이사장과 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등은 “윤석열 정부는 야만적인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을 즉각 멈추고 공영방송 장악 기도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의결 뒤 성명을 통해 “비정상 방통위의 해임 결정은 내용도 절차도 모두 엉망으로 무효”라며 “김효재 직무대행도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해임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임명되기 전 방통위 면접 당시 김 직무대행이 자신에게 ‘강규형 KBS 전 이사가 해임된 게 부당하다고 보는데 당신 생각은 어떠냐’라고 물었던 것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권 이사장은 “그(김 직무대행)가 했던 질문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강 전 이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업무추진비 유용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가 법원 판결로 해임이 취소된 인물이다. 권 이사장 인터뷰에 거론됐던 강 전 이사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정말 후안무치하다. 역겹다”며 권 이사장을 겨냥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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