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내라"던 아버지 가르침, 자녀 위한 최고의 유산

손동준 2023. 8. 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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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 시즌2] 그리스도인의 자선 실천 ②
박남진 간석목재산업 대표의 생전 유산기부
박남진 간석목재산업 대표는 살아있는 동안 부를 축적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생전 유산기부를 15년 전부터 실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박남진(53) 간석목재산업 대표는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이미 자녀들에게 유산을 상속했다. 유산 품목은 나눔이다. 15년 전 딸의 이름으로 NGO 단체에 약정 기부를 시작한 그는 점차 기부 금액을 늘렸다. 박 대표의 개인기부와 딸의 기부 등을 합친 누적액이 1억원을 넘었다. 박 대표는 이런 나눔이 “1세대 신앙인인 할머니와 2세대인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풍”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박 대표를 만나 나눔이 행복한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표는 2008년 한 기독 NGO를 통해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기사에서 결식아동들의 어려운 상황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과 같은 나이의 학생과 일대일 결연을 했다. 후에 이 아동이 성인이 됐고 다른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10년 전부터는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를 통해 본격적인 기부를 시작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박 대표가 장로로 시무하고 있는 만나교회가 세운 단체다. 2009년 설립 후 지금까지 19곳의 국내지부와 4곳의 해외지부에서 다양한 나눔과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월드휴먼브리지를 선택한 건 담임목사의 설교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전도를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순수한 나눔의 목적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싶다는 목사님의 설교에 감동해 기부를 시작했다”며 “월드휴먼브리지가 설립 이후 이 철학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신선하고 존경스럽다”고 했다.

나눔을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존재가 있다. 바로 아버지 고 박순규(내리감리교회) 장로다. 1968년 간석목재산업을 세운 설립자이자 전임 대표다. 박 대표는 일가친척뿐 아니라 이웃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발 벗고 나섰던 아버지를 회상했다. 곤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성품 탓에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고 한다. 박 대표는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항상 재물을 탐하지 말고 남에게 피해 끼치지 말라고 가르치던 분”이라며 “어린 시절에는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하나 생각하곤 했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나눔에 대한 강조가 어찌나 강렬했던지 2015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발인 날 새벽, 꿈속에 찾아오셔서도 그 말씀을 하셨다”며 “물질을 흘려보내라고, 사랑을 나누고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라던 음성이 현실처럼 생생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이 말을 유언처럼 받았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했다. 한 번에 거액을 내놓는 대신 사는 동안 계속해서 물질을 흘려보내기로 다짐했다. ‘생전 유산기부’의 개념이다. 박 대표는 “돈이 모이면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 나눔에 대한 마음은 줄어들고 급기야 기부를 중단할 수 있다”며 “그래서 조금씩 흘려보내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전 유산기부라는 말이 거창하게 보이지만 이렇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참여를 권했다.

박남진(사진 왼쪽) 대표와 가족들이 지난 여름휴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자녀들에게도 나눔을 강조하고 있다. 박남진 대표 제공


자녀들에게 나눔을 강조한다. 기부를 습관이자 삶의 일부로 만들어 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소액 기부를 하도록 가르쳤다. 박 대표는 “돈을 많이 벌고 나서 기부를 시작하려면 쉽지 않다”며 “자녀에게 축적된 부를 물려주는 것은보다 나눔의 정신 심어주는 것이 자녀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현명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나눔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지만,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유산”이라고 덧붙였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잠 16:3)는 박 대표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다. 경영상의 어려운 일을 만날 때도 이 말씀을 떠올리며 지혜를 구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 당시 해상운송이 어려워지면서 목재 산업도 위기를 맞았다”며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동종업계 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며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더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할 수 있던 것도 이런 나눔 철학 덕분”이라며 “기부하다 보니 물질에 대한 욕심이 줄어들고 돈 때문에 남을 힘들게 하지 않게 됐다. 나눔은 축복이자 특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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