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초기부터 '김태우 사면' 의지…"권력형 비리 공익신고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재가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국민의힘 출신인 김태우 전 서울시 강서구청장이 포함됐다. 애초 정치권에선 김 전 구청장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 관측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받고 구청장직과 피선거권을 잃은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신년은 몰라도 광복절 사면은 조금 이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 논의 초기부터 김 전 구청장 사면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의 사면은 초기에 결정됐다”며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고 큰 이견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특히 김 전 구청장이 권력형 비리를 폭로한 공익신고자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법원이 김 전 구청장의 ‘공익신고’를 양형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집행유예 판결로 구청장직을 잃게 한 점에 대한 문제의식도 컸다고 한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12월 청와대 특감반에서 검찰 수사관으로 복귀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의 비위 의혹을 언론에 폭로했다. 그 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김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혐의로 모두 법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구청장은 폭로 이후 공직을 떠나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폭로 이듬해 폭로 중 일부 내용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돼 기소됐고, 지난 5월 유죄 확정판결로 구청장직을 잃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의 폭로가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비리가 감춰졌을 것”이라며 “통상 공익신고자는 감형을 받지만, 김 전 구청장의 판결엔 이런 점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부인하는 반헌법적 결정”이라 비난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 내에선 “사면을 해야 하는 인물이라면 빨리 결단을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해 대법원 판결 직후 사면을 단행한 사례는 적지 않다”고 했다.
김 전 구청장이 사면·복권되며 10월로 예정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 김 전 구청장이 재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보궐 선거는 무공천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 당규지만 김 전 구청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대한 지도부가 집단지성을 발휘해 합리적 결정을 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공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전 구청장 외에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중에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정용선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의 형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021년 가석방됐던 강 전 장관은 이번 특사를 통해 복권됐다.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도 검토했지만, 입시 비리 혐의 사면은 전례가 없고, 가족들이 재판을 받는 점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김 전 구청장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사면이 ‘경제 살리기 사면’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면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과 우리 사회 약자들의 재기를 도모하는데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면 대상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창업주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 경제인이 포함됐다. 아직 형이 실효되지 않은 박찬구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이사장은 형 선고 실효 및 복권이, 그 외에 형을 이미 마친 재벌 총수 등은 모두 복권됐다. 반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은 제외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진정으로 현업에 복귀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사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소상공인 80만여명에 대한 행정제재 감면조치를 단행하는 등 이번 사면이 ‘소상공인 중심’이란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사면 논의 과정에서 가장 강조했던 건 민생과 경제였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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