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국힘, 정진석 실형 판사 연일 공격... "정치적 성향 문제"

곽우신 2023. 8. 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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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우려에도 '노무현 명예훼손' 판결 비난, 고교 때 글까지 겨냥...민주당 "삼권분립 무시"

[곽우신, 류승연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2023.8.14
ⓒ 연합뉴스
 
"판사의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집권당이 연일 개별 판사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으며 사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법원에서 입장문까지 내고 이 같은 비난에 우려를 표했으나, 오히려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5선,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실형 선고를 받자, 모든 채널을 동원해 정 의원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정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 본인의 페이스북에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불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써서 논란을 일으켰다. 5년 만에 정식 재판으로 회부된 정 의원은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자,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며 즉각 항소했다(관련 기사: '노무현 비하' 정진석 실형, 검찰보다 더 세게 나온 법원).

정진석에 실형 선고한 판사가 노사모?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 당 정진석 의원에 대한 징역 6개월 선고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정진석 의원 본인이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 한 게 전혀 무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판결은 판사의 개인적 자질이나 정치적 성향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판사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담당 판사는 과거 본인이 쓴 글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을 표하며 정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었고, 어떤 글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을 싫어하고 민주노동당 당원이 된 게 죄는 아니지만 이번의 비정상적인 판결은 이런 판사의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라고도 주장했다.

발단은 <조선일보>의 보도였다. <조선>은 지난 12일 '[단독] 정진석 선고로 다시 제기된 판사 '정치 성향 판결'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병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판사가 과거 작성한 글이나 SNS 활동을 문제 삼았다.

<조선>이 문제시한 내용은 ▲"만일 그들(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2003년, 고등학교 3학년) ▲"천대 만대 국회의원 해먹기 위해서 대통령을 탄핵시킨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녀석들 때문"(2004년, 대학생)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기사와 글을 찾아 '좋아요'를 누름(2014년, 군 법무관) 등이다. 현 야권 인사들 다수를 트위터(X)에서 팔로우(Follow)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초선, 비례) 또한 전날(13일) "판결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멋대로 쓰는 정치의 장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그가 고등학생 때 작성한 글이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로 가득 차 있다"라며 "'노사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폄훼했다.

이어 "이번 징역 6개월의 판결은, 결론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로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또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중립적인 판결을 내리기 어려웠다면, 박 판사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법원 '우려' 표명에도 그치지 않는 공격

그러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입장문을 내고 "재판장의 정치적인 성향을 거론하며 해당 판결과 재판장에 대하여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에 대하여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과도한 인신 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고 있는 게시글의 경우 게시글에 나타난 작성시기 등을 고려하면, 그 일부 내용만을 토대로 법관의 사회적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고, SNS 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인 성향을 단정짓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문제들을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이런 방식의 문제 제기는 해당 재판장뿐만 아니라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모든 법관의 재판절차 진행 및 판단 과정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으므로, 보도에 유의해주시길 거듭 당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법원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그렇다면 서울중앙지법은 정치권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시비를 걸 것이 아니라, 우선 이 판결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에서 이미 양형 사유 등에 관한 설명자료를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윤 원내대표는 "사법부는 해당 판사를 감싸고 돌 것이 아니라 이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법 상식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국민적 우려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모두발언을 마쳤다.

민주당 "적반하장, 삼권분립 무시하고 법원 공격"

더불어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3선, 서울 중랑갑)은 "국민의힘이 테러, 폭력에 준하는 공격들을 법원을 향해 하고 있다 "라며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이 한 허위사실, 허위발언에 대해서 잘못했다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으로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법원을 공격해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서 사죄하고 법원에도 사과의 표현을 해야 된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은숙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에 판결을 내린 판사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라며 "판사의 고등학교 시절 글까지 찾아서 공격하고, 정치적 성향을 자의적으로 분석하면서 공격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해당 판사를 '노사모'라 비난하고 있다"라며 "이재 대한민국은 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당 대변인이 판사를 인신공격하고, 정치성향을 공격하는 세상이 된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에서는 정부·여당에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를 공개처벌하기로 마음먹었나?"라며 "여당의 비상식적이고 과도한 판사 비난과 의혹제기는 사법권을 농락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도대체 나라를 어떤 꼴로 만들려 하느냐? 정신차리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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