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경제인'… 尹, '민생' 위해 경제인 대거 사면(종합)

배경환 2023. 8. 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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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차 '민생 관리' 메시지… 이중근·박찬구 등 경제인 대거 사면
국민 정서 및 재판 상황 감안해 안종범·김종 등 국정농단 연루자 제외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내부 고발' 인정받아 사면 대상에 포함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취임 후 세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재계에서 사면 요청 목소리가 이어졌던 기업 총수들이 대거 포함된 반면, 한때 사면 가능성이 제기됐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인사들은 모두 빠졌다. 대통령실은 "사면은 헌법적 법률에 규정된 절차이자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해석에 말을 아끼면서도 민생, 경제 회복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면권자인 윤 대통령이 정한 광복절 특별 사면 명단을 심의·의결했다.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경제인, 정치인, 기업임직원 등 2176명이 대상이다. ▲일반 형사범(2127명) ▲특별배려 수형자(5명) ▲경제인(12명) ▲정치인(7명) 등으로 정부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기업임직원들을 사면 대상에 적극 포함해 민생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경제외교, 규제개혁"… 尹 '경제 중심' 기조에 광복절 특사는 '경제인'

이번 사면 대상자에는 비리 등으로 처벌을 받은 경제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130억원이 넘는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적이다.

횡령과 법인세 포탈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운전기사 갑질 논란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특사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서도 경제인들을 대거 사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으로 사실상 '광복절 특사=경제인'이라는 윤 정부 사면 기조가 굳혀진 것으로도 읽힌다.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올해 특사 역시 '경제인'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기대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윤 대통령이 '경제'에 초점을 맞춘 국정운영 기조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데다 '규제 개혁'이라는 핵심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행보를 수차례 보여서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단행 후 대통령실은 "최종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경제 살리기에 좀 더 비중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사면을 단행하며 "민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서민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며 "사면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넓게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이를 통해 지지율 회복도 기대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이은 '경제 외교'에도 30% 중반대에 묶인 지지율은 내년 총선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정농단 연루자 제외… '공익 신고자 책임 감면' 김태우 전 구청장은 사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이번 사면에서 제외됐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판단으로 안 전 수석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990만원이 확정돼 2021년 9월 만기 출소했다. 김 전 차관은 최서원씨와 함께 삼성그룹 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선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2020년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같은 이유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명단에서 빠졌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올해 1월 가석방됐다.

야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 가능성도 점쳤지만 이번에도 빠졌다. 정 전 교수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을 확정받았다. 만기 출소는 2024년 6월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가 올해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은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김 전 구청장의 폭로를 내부고발의 일환으로 본 셈이다. 김 전 구청장이 당시 폭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등은 각각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의혹 35건 중 15건에 대해 2018년 12월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있다고 고발했다. 김 전 구청장은 재판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자 책임 감면 조치'를 신청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위원장이 이끌던 권익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정부 출범 후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김 전 구청장을 사실상 공익 신고자로 인정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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