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팔라우 화물선 경고사격…곡물협정 탈퇴후 흑해 심상찮다
러시아 군함이 13일(현지시간) 흑해에 진입한 팔라우 국적의 화물선에 경고 사격을 가했다. 지난달 흑해 곡물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이외 국적의 화물선에 발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과 유로뉴스·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서를 통해 “러시아 정찰용 군함인 바실리 비코프함이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팔라우 국적의 화물선 수크루 오칸에 오전 6시40분경 자동화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화물선에 ‘금지품 운송 여부 검사’를 위해 운항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면서 경고 사격이 이뤄진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자동화기를 발포해 선박을 강제로 정지시킨 뒤 Ka-29 헬리콥터로 해당 선박에 승선했다. 이후 내부를 점검한 후에야 항해를 허용했다. 수크르 오칸은 경고 사격 당시 우크라이나 이즈마일 항구로 향하고 있었고, 현재는 루마니아 술리나 항구로 이동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경고 사격은 명백한 해양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는 해적 행위이자, 다른 국가의 해역에 있는 제3국 민박 선박에 대한 범죄”라며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모든 결론을 도출하고, 가능한 최선의 대응을 선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튀르키예 국방부 관계자는 루마니아로 향하는 선박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국이 관련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1936년에 체결된 ‘몽트뢰 협약’에 따라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러스와 다르다넬스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 수출 등 협정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흑해 곡물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해역으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무기를 실은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주요 길목에 기뢰를 매설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오데사주 일대 항구를 연이어 공격해 곡물 창고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며 곡물 수송 선박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인접한 이즈마일 항구 곡물 저장시설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수중 드론 등을 동원해 러시아 군함과 유조선을 공격했다. 또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교량을 집중 타격하는 등 양국이 흑해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가디언은 흑해에서 이 같은 긴장 고조는 전 세계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공격 대상 중 하나인 노보로시스크는 유럽 최대 항구 중 하나로,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5%의 물량을 수출한다.
또 우크라이나가 소말리아·예멘·아프가니스탄 등에 주로 식량을 수출해온 만큼,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파기는 이들 국가에 심각한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에도 협정에 따라 지금까지 약 3620만t의 곡물을 선적하고 이중 절반 이상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양국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복귀 여부가 결정될 수 있어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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