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만에 주인공 죽은 '소옆경2', 진짜 문제는 이거다
[하성태 기자]
▲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의 한 장면. |
ⓒ SBS |
"불나면 경찰도 소방이 구해줘야 살아, 알아?" (소방 봉도진)
"소방도 범죄 당하면은 경찰이 구해줘야 살아." (경찰 진호개)
"둘 다 다치면 내가 구급 처치해야 살거든요?" (구급 송설)
경찰과 소방, 그리고 응급의 관계를 재치 있게 풀어낸 무릎을 치게 되는 대사다. 예상 외로 너른 소방과 관계된 사건을 다루는 만큼 소방과 경찰 간의 대립과 화합이 키포인트일 터. 이를 성공적으로 그린 <소방서 옆 경찰서>는 개인적으로 근래 SBS 금토드라마 히트작 중 비교적 저평가 받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모범택시> 시리즈를 필두로 일련의 SBS 금토드라마는 하나의 계보를 구축해 왔다. 유쾌한 선인이 액션과 코미디를 곁들여 권선징악에 나서는 활극들 말이다. 선악 구도나 편집의 리듬, 흡사한 배경 음악까지 시청률을 향한 제작사의 일관된 의지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유사성의 세계라 할 만했다. 심지어 <법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주인공의 직업이나 악당, 주요 배경을 금융맨과 검사, 검찰로 바꿨어도 유사성에서 비롯된 묘한 기시감이 들 정도였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다르다. 형사·수사 드라마로서의 미덕과 매력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소방이란 신선한 소재를 안정적으로 흡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매 회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최종 빌런과의 대결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서사구조도 나무랄 데 없었다. 일종의 삼각관계인 경찰과 소방, 응급을 대변하는 세 남녀 주인공의 적절한 긴장감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속도감이 남달랐다. 그러기 위해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형사는 범인을 잡고 수사를 하며, 소방은 불을 끄고 화재 원인을 분석하며 응급 구조에만 매진하면 된다. 방영 시간을 늘리는 회상이나 고속 촬영 장면을 남발하는 애정신, 시시껄렁한 코미디의 삽입 같은 곁가지? <소방서 옆 경찰서>엔 없다.
웰메이든 장르 드라마는 그래야 한다. 군더더기나 곁가지를 제거하고 덜어내는 순간, <소방서 옆 경찰서>의 속도감은 동종 한국 드라마 중 최강이라 할 만했다. 실제 60분이 넘는 한 회당 분량 중 대체로 40분에서 45분이면 에피소드 별 사건이 해결되는 식이었다.
지상파에서 방영되는 장르드라마의 어떤 성취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그것이 고 이힘찬 PD 사망 사건과 같은 스태프들의 희생 위에 구축된 성취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1년 반 만에 시즌2인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가 당도했다. 헌데, 4회까지 전개가 살짝 수상하다. 그건 비단 주인공 중 한 명인 봉도진(손호준)을 죽여서가 아니었다.
▲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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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되기 전부터 만나는 사람들마다 '설마 죽는 거 아니지?'라고 물어봐서 둘러대느라 혼났는데요."
봉도진은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3화에서 연쇄 방화범의 더 큰 범죄를 막으려다 사망에 이른다. 그 봉도진을 연기한 손호준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처음부터 도진이의 죽음을 알고 시즌 2를 시작한 거라 서운한 것은 없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좀 더 오래 일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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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요 캐릭터의 죽음을 통해 서사의 강렬한 동력과 캐릭터들의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설정은 그리 불온하다거나 희귀한 경우는 아니다. <소방서 옆 경찰서> 시즌2 역시 4회에서 진도준의 애정을 받았던 송설(공승연)이나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진호개(김래원) 모두 더욱 더 강력한 정서적 모티브를 얻는 과정을 그렸다.
더군다나 봉도진의 죽음이 극적으로 과하게 소비되거나 낭비되지도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이 표한 아쉬움은 접어두더라도, 시즌2가 노출한 진짜 문제는 4화까지 연쇄 방화범을 잡는 과정과 형식에서 노출됐다. 시즌1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이 주인공 중 하나의 죽음과는 별개로 드라마 본연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할까.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대규모 연쇄 방화범이라는 <소방서 옆 경찰서>만이 내세울 수 있는 사건을 시즌1을 잇는 설정으로 내세운다. 당연히 사건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반복되는 규모 있는 화재 장면이 이어진다. 매 회 속도감 있게 형사가 범인을 잡던 특유의 매력도 반감된다. 형사 진호개가 이런 매력적인 대사를 할 수 있는 장면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제 경찰하고 소방 차이가 뭔지 알겠지. 니들은 민원인들이 나중에 꽃다발 들고 찾아온다며. 우린 범죄자 새끼들이 저렇게 가슴에 칼 품고 찾아와."
이를 대신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 피해자의 서사를 좀 더 세게 부여하거나 소방관인 고정 캐릭터를 범죄에 휘말리게 하거나. 전자의 경우,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상가 화재의 피해자와 딸의 사연을 간간이, 그리고 길게 삽입하면서 사건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후자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하다. 소방관이 사건에 연루돼 있을 거란 단서를 줬다고는 하나 다소 뜬금없는 전개와 소방 현실의 열악함이란 주제의식과의 과한 결부로 인해 봉도진의 죽음까지 부질없었다는 인상을 심어줄 만했다.
시즌1에서 범인으로 몰린 진호개가 소방의 조력으로 인해 누명을 푸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전개했던 것과는 분명 양상이 달랐다. 시즌2 4회까지 진호개는 활약을 펼칠 만한 이러타 할 여지를 부여받지 못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만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시즌2 전체 분량의 1/3을 소비했다는 것도 문제다.
▲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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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했거나 혹은 시즌1의 성공에 심취했거나. 시즌1과는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든 아니든 시즌2는 일정정도 시즌1의 매력이었던 속도감을 잠시 제쳐둔 채 같은 듯 다른 색깔을 부여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주인공 중 한 명을 죽이면서까지 말이다.
1회 7.6%(닐슨코리아 기준)에서 출발해 12회 10. 3%로 막을 내린 시즌1의 시청률은 남부러울 것 없는 수준이었다. 애초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탓에 시즌1의 결말 역시 열린 결말이나 무책임한 떡밥과는 확연히 달랐다.
OTT 시대를 통과 중인 시청자들의 냉정함은 갈수록 심화되는 중이다. <소방서 옆 경찰서> 시즌2의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시즌2 1화는 시즌1보다 다소 낮은 7.1%로 시작, 2화 5.1%, 3화 6.5%, 4화 6%를 기록했다. 7~9%를 넘나들던 시즌1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다. 그 요인을 시즌1의 매력을 반감시킨 초반부 설정에서 찾은 것은 그다지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K드라마의 시즌제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대부분의 제작진들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시즌2는 시즌1과 어떤 차별화를 가져가느냐에 대한 고민 말이다. 유사한 사례로 최근 공개된 < D.P. > 시즌2와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를 꼽을 수 있겠다.
전자의 경우, 후반부로 갈수록 군의 거시적인 구조와 싸우는 전개로 주제의식을 강화했다. <소방서 옆 경찰서> 시즌1과 마찬가지로 매 회 탈영병을 잡으면서 기둥 서사를 전개했던 시즌1과 살짝 다른 길을 선택했다.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의 경우 시즌1 속 초반부 중심 소재였던 학교폭력 이슈나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성장드라마로서의 매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한편으로 동어반복을 극복하기 위해 규모나 코미디의 천착으로 빠져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K드라마의 시즌제가 정착되느냐 마느냐는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를 포함해 2023년 등장한 시즌2들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다행히 5회 예고는 진돗개가 새로운 사건에 몰두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소방과 함께 진호개가 쉴 틈 없이 수사하고 범인 잡는 서사로 회귀하는 듯한 전개를 예고한 것이다. 야심차게 시즌2를 연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과연 예의 그 속도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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