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짜리 가마솥' 16년 방치한 충북괴산…또 세금 쓸 궁리한다 [세금낭비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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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괴산 가마솥, 낡은 성과주의”…최우수 100만원
김영환 충북지사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43t)’을 놓고 활용 방안 찾기에 나섰디.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는 괴산 가마솥 관광자원화 활용방안 찾기 전국 공모를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다.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괴산 가마솥을 관광 자원화하거나, 이전하는 등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인당 제출 건수는 제한이 없다.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 1명 100만원, 우수상 2명 각 70만원, 장려상 3명에 각 30만원 상금을 줄 예정이다. 심사 결과는 다음 달 25일 발표한다.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이 가마솥은 16년 동안 방치 상태다. 김문배 전 괴산군수가 2003년 “군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제안해 만들었다. 가마솥을 제작하는데 들어간 주철만 43.5t에 달한다. 솥이 워낙 크다 보니 거푸집이 터지는 등 여덟 번의 실패 끝에 2005년 7월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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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명 밥 짓기 도전 실패…2007년 이후 방치
괴산군은 제작 비용으로 5억원을 썼다. 군 예산 2억7000만원에 군민 성금 2억3000만원이 더해졌다. 일부 주민은 집 안에 있던 고철을 내놓기도 했다. 괴산군은 당시 “군 전체 주민 4만 명분(현재 3만6000여명) 밥을 지을 수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기네스북 등재도 추진했으나, 호주에 있는 질그릇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돼 등재는 무산됐다.
군은 2007년까지 동짓날과 괴산고추축제 기간 등에 대형 가마솥을 활용했다. 동지팥죽을 끓이고, 창포물 끊이기 등 행사를 했다. 2007년 8월 괴산고추축제 행사 기간에 옥수수 6000여 개를 한꺼번에 삶아 군민과 관광객에게 건넸다. 가마솥에 물을 넣고 4~5시간 끓인 뒤 옥수수를 광목 포대에 100여개씩 넣어 1시간여 동안 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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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제작에 5억, 이전 비용은 2억원
가마솥 제작에 군민 성금이 들어간 탓에 초대형 가마솥은 함부로 없앨 수도 없는 처지다. 괴산군은 2011년과 2017년 두 차례 주민 의견을 받아 활용 방안을 찾았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사람들이 붐비는 칠성면 산막이옛길로 옮기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전 비용이 2억원 정도 필요해 또 다른 예산 낭비 논란이 우려돼 무산됐다. 이 밖에 소원성취 행사용으로 활용하자, 대피소로 이용하거나 족욕시설로 쓰자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의견이 제시됐다.
올 초 송인헌 괴산군수가 또다시 가마솥 이전 의견을 밝히자, 김영환 충북지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지사는 “초대형 가마솥은 그 자리에 영구보존해야 한다”며 “한때 동양 최대, 세계 최초를 좋아하던 낡은 사고와 성과주의가 어떤 초라한 결과를 보여주는지 ‘징비(懲毖)의 설치미술’로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옮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수현 충북도 농업정책과장은 “자치단체 예산 낭비 사례가 불거질 때마다 괴산 가마솥이 계속 언급되는 바람에 지역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모를 통해 실제 적용 가능한 대안이 나오면 괴산군과 함께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마솥 활용 국민 제안은 이메일(cream300g@korea.kr) 또는 충북도청 법무혁신담당관실(043-220-2325)로 방문·우편을 통해 하면 된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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