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만 벌써 3개째…‘10년의 기다림’ 보답하는 KT 문상철
프로야구 KT 위즈 내야수 문상철(32)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완의 기대주’라고 불렸다. 2014년 입단 당시에는 장차 KT의 4번타자를 맡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좀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 답답했던 점은 1군과 2군에서의 성적 차이였다. 퓨처스리그에선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가볍게 때려냈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방망이가 침묵했다. 그 사이 KT 내야진에는 강백호와 황재균, 박병호 등 걸출한 타자들이 등장하면서 문상철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을 속절없이 보낸 문상철이 그간의 설움을 한데 모아 날려버리듯 포효하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뛰어난 활약으로는 모자라,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없던 끝내기 안타를 올 시즌에만 벌써 3차례 터뜨리면서 KT의 도약을 이끄는 중이다.
문상철은 지난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NC 마무리 이용찬의 시속 130㎞짜리 포크볼을 받아쳐 2루 주자 배정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다음날일 13일 만난 문상철은 “확실히 올 시즌에는 중요한 찬스가 많이 오고 있다. 예전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냉정하게 먹으려고 한다. 이런 점이 타석에서 여유를 갖게 한다”고 했다.
문상철의 해결사 능력은 페넌트레이스 변곡점마다 발휘되고 있다. 시작점은 5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였다. 문상철은 1-1로 맞선 10회 김진욱을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생애 처음으로 맛본 끝내기 아치이자 KT의 6연패를 끊어내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이어 지난달 26일 LG 트윈스전에선 연장 12회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단독선두 LG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는 결정타였다.
문상철은 입단 전부터 많은 별명으로 불렸다. 학창시절에는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친 거포 내야수 선배를 뒤따라 ‘제2의 김동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또, 2013년 8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T의 창단 멤버가 된 뒤로는 NC 다이노스의 성공 사례를 본떠 ‘KT의 나성범’이라고도 불렸다. NC의 1군 안착을 이끈 나성범처럼 되어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은 곧 부담감이 되고 말았다. 문상철은 “어릴 적에는 그러한 수식어가 마냥 좋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담으로 작용하더라. 또, 계속해서 1군에서 성적이 나지 않으니까 조급함도 생겼다”고 떠올렸다.
내야수와 외야수를 번갈아 가며 도전을 이어간 문상철은 3년 전부터 알을 깨기 시작했다. 다양한 타격폼을 시도해가면서 자기만의 것을 찾았고, 마침내 지금의 안정적인 자세가 갖춰졌다. 올 시즌 82경기 타율 0.272 7홈런 38타점 24득점의 알토란 활약도 이러한 집요한 노력을 통해 완성됐다.
최근 들어 문상철의 효용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KT 이강철 감독은 “어제 경기에선 웃으면서 타석으로 들어가더라. 아무래도 그런 중요한 찬스를 계속 경험해보니까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문상철은 “KT의 창단 멤버라고는 하지만, 내 몫을 하지 못해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컸다. 뒤늦게라도 보답하는 기분이 들어서 기쁘다”고 했다. 이어 “이강철 감독님께서 오신 뒤로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는데 그래도 올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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