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옆 '사자동산' 고령군만 몰랐다…탈출 사자 미스터리

김정석 2023. 8. 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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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1마리가 1시간10분 만에 사살됐다. 이날 소방 당국 등은 합동 수색을 하던 도중 탈출한 목장 인근 4~5m 지점 숲속에서 암사자를 발견했다. 수색에 투입된 엽사와 경찰, 소방 당국은 인명피해를 우려해 '사살 포획'하기로 협의하고 현장에서 사살해 유관기관에 인계했다. 사진 경북소방본

경북 고령군 한 민간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했다 1시간여 만에 사살됐다. 해당 사자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소유주의 관리 부실이 있었는지 등 여부를 관계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14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4분쯤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 1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 경북 고령군과 이웃 지자체인 성주군은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주민에게 사자 탈출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며 “사자를 발견하면 119로 신고해 달라”고 했다.


한때 입산 금지 명령도…발견된 후 사살


사자가 오전 8시13분쯤 경남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 당국은 한때 북두산 입산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수색 작업에 인력 159명, 장비 34대를 투입했다.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산으로 도주해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탈출한 암사자는 8시36분쯤 사살됐다. 고령경찰서 관계자는 “‘20년 정도 된 암사자가 우리에서 탈출해서 달아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한 결과 목장 인근 10여m 지점 숲속에서 암사자를 찾아 엽사와 협의해 사살하고 고령군에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살된 암사자는 환경시설관리공단 고령사업소에 보관 중이다. 사체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환경 당국과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다.

인근 주민은 사자가 탈출했다가 사살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덕곡면 한 주민은 “주변에서 사자를 키우고 있는지 몰랐다”며 “갑자기 재난문자가 와서 사자가 탈출했다고 해서 혹시 인명피해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했다.

고령군에 따르면 사자를 키운 농장은 대구지방환경청 허가를 받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사육하는 사자로 파악됐다. 해당 사자 우리는 지난해 9월 마지막 시설 점검을 받았다고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는 밝혔다. 사자는 멸종 위기 2급 동물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사육할 수 있다.


사자 사육 사실 몰랐나…초기 대응 혼선


하지만 사자 탈출 소식이 알려진 직후 고령군은 사자 사육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령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사자를 키우던 동물원이 고령군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민간 목장에서 사자를 키우고 있었던 사실은 몰랐다”다고 했지만, 추후 “해당 목장은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고 더불어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국제멸종위기종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사자를 사육중이었다”고 바로 잡았다.
경북 고령군청 전경. 사진 고령군

사건 초기 지역 민간 목장에서 사자가 사육 중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던 고령군과 달리, 캠핑장 방문객 사이에서는 이곳에 사자가 사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캠핑장은 목장에서 직선거리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포털사이트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조금만 검색해 봐도 캠핑객이 사자를 구경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캠핑장에서 사자를 구경한 적이 있는 한 방문객은 “캠핑객들은 캠핑장 인근 목장을 ‘사자동산’이라고 부르며 즐겨 찾았다”며 “고령군이 이곳에 사자가 사육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목장 인근 캠핑장 관계자는 “해당 목장에서 키우던 사자는 캠핑장과 전혀 이해관계가 없으며 최근에는 사자 우리 환경이나 시설 상태에 대한 민원이 캠핑장으로 오게 돼 사자 관람은 더는 하지 않고 있었으며 출입도 금지했다”며 “위험 요소에 대해 철저히 관리해 달라는 부탁만 해오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자 포획 과정에서 마취를 선택하지 않고 사살을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환경부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탈출 동물이 안전하게 원래 있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위험 정도나 주변 상에 따라 마취 또는 사실을 결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자가 ‘위험도에 따른 동물 분류’에서 인명 살상이 가능한 ‘위험그룹’에 해당하는 종이어서 탈출 시 사살을 고려할 수 있다.


마취총 대신 사살…“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사자가 마취총을 맞더라도 곧장 의식을 잃는 것이 아니다. 마취총을 견뎌내고 산속으로 숨거나 민가로 향하게 되면 더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살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8년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뽀롱이)는 마취총을 맞았지만, 의식을 잃지 않고 돌아다니다 3시간 뒤 결국 사살됐다. 당시 퓨마는 수목장으로 오월드 안에 안장됐다.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한 목장에서 암사자가 탈출했다가 사살됐다. 사진은 해당 사자를 키우던 우리. 연합뉴스

반면 최근 대구 달성공원에서 우리를 탈출한 침팬지에게는 마취총을 사용했다. 달성공원이 주택 밀집 지역과 가깝긴 하지만 동물원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사살이 아닌 마취총 사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소방대원이 마취총을 발사해 침팬지 포획에 성공했다. 하지만 침팬지는 마취 후 동물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던 중 기도가 막혀 질식해 숨졌다.

한편 목장 주인 A씨는 “전 주인이 20년 전 이곳을 경영하며 새끼 때부터 길러와 평소에 애교도 부리고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온순했다”며 “인수 당시 맹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서 환경청에 문의했는데 인수하거나 처리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동물원에도 의뢰했지만,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며 거절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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