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LK99의 정말 이상한 등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3주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물리학의 성배(The holy grail of physics)'를 찾기 위해 경주를 벌였다.
지난달 말 국내 벤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해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 'LK-99'을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검증 열풍이 불었다.
검증에 나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연구소 측과 이메일 한 번 주고받은 게 전부라고 한다.
아와나 교수는 이달 초 전 세계에서 첫번째로 LK-99재현에 실패했다며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던 인물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주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물리학의 성배(The holy grail of physics)'를 찾기 위해 경주를 벌였다. 지난달 말 국내 벤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해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 'LK-99'을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검증 열풍이 불었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 제로(0)ㆍ자기장 반발 및 위치 고정 등의 특성을 갖는다. 에너지ㆍ소재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때마침 지구 온난화가 아닌 '지구 열대화' 시대를 맞아 인류를 구원해 줄 과학기술에 대한 열망이 간절해진 때였다. 온라인에선 초전도체를 주제로 한 과학 토론이 전례없이 활발히 벌어졌다. 전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이 검증에 나서 관련 보고서가 쏟아지는 등 학문적 열풍도 일었다. 불행히도 아직까진 계속 부정적 결과만 보고되고 있다. 국내 검증도 재료를 구하지 못해 지연되고 있지만 부정적 의견이 많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번 '성배 찾기' 경주가 매우 특별한 양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과학적 주요 발견에 대한 논의가 세미나ㆍ학술지 등 학계의 공론장이 아니라 인터넷ㆍ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초기 이슈화되고 이후 '신빙성'을 인정받아 폭발력을 갖게 된 것도, 테마주의 급락장을 반전시킨 것도 모두 온라인ㆍ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였다.
가장 특이한 것은 당사자인 연구소 측의 태도다. 자세한 소명은커녕 국내 학계ㆍ언론과도 소통하지 않으면서 검증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국내 학계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가장 정확하고 빠른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급히 연구소 제작 시료와 다른 연구팀의 재현 시료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이 연구소 관계자들을 잘 모르고 연락도 안 된다. 검증에 나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연구소 측과 이메일 한 번 주고받은 게 전부라고 한다. 언론에도 "한 달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국 전문가들과는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르팔 싱 아와나 인도 국립물리연구소 연구원과의 소통이 확인됐다. 아와나 교수는 이달 초 전 세계에서 첫번째로 LK-99재현에 실패했다며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던 인물이다. 아와나 교수는 지난 10일 갑자기 입장을 바꿔 소셜미디어(SNS)에 "LK-99은 아직 희망적이다. 우리는 아직 연구 중이다. 상온에서 쿠퍼쌍(Cooper pairs)"이라는 글과 동영상을 올렸다. 국내 한 매체에 이석배 연구소 대표ㆍ김현탁 미 윌리엄앤메리대 교수에게 조언을 받았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기가 묘한데다 곧바로 다시 말을 바꿨다는 점이다. 아와나 교수의 SNS 메시지가 나온 직후 이전까지 외국 연구기관들의 잇따른 부정적 재현 결과에 급락하던 테마주들이 다시 상승했다. 발언 다음 날 곧바로 "(LK-99이) 복잡한 자성체이긴 하지만 초전도체는 아니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물론 아직 LK-99 개발 자체가 거짓으로 결론 난 것은 아니다. 국가ㆍ기업들이 비밀 보호를 위해 흔히 그러듯 연구소 측이 가짜 데이터를 논문에 담았을 경우 반전이 있을 수 있다. 연구소 측의 공식 입장 발표와 학계의 공식 검증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어떤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라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처럼 객관적 검증 절차 없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20년 전 '황우석 사태'라는 초유의 연구 윤리 붕괴 사태를 겪지 않았나.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Z칼럼]한강 작가도 받지 못한 저작권료와 저작권 문제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북한강 시신 유기' 현역 장교는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석유는 신의 선물이야"…기후대책 유엔회의서 찬물 끼얹은 사람 - 아시아경제
- 바이크로 수험생 바래다주던 송재림…"화이팅 보낸다" 격려도 - 아시아경제
- '이렇게 많은 돈이' 5만원권 '빽빽'…62만 유튜버에 3000억 뜯겼다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