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대회 MVP' 신호진, 1순위 루키 자격 증명

양형석 2023. 8. 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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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구미·도드람컵] OK저축은행 13일 결승서 삼성화재 3-1로 꺾고 창단 첫 우승

[양형석 기자]

OK금융그룹이 삼성화재를 꺾고 창단 후 처음으로 컵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이끄는 OK금융그룹 읏맨은 13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삼성화재 블루팡스와의 남자부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3-1(25-23, 22-25, 25-23, 25-20)로 승리했다. 지난 2013년 구단 창단 후 2014년부터 컵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OK금융그룹은 3번의 준우승 끝에 10번째 도전 만에 창단 첫 컵대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OK금융그룹은 차지환이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60.61%의 성공률로 23득점을 올렸고 곽명우 세터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A조 2위였던 OK금융그룹이 토너먼트에서 파나소닉 팬서스와 삼성화재를 연파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이 선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준결승에서 31득점, 결승에서 34득점을 퍼부으며 대회 MVP에 선정된 2년 차 아포짓 스파이커 신호진이 그 주인공이다.

남자부에도 흔치 않은 왼손잡이 아포짓
 
 신호진은 남자부 최초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다.
ⓒ 한국배구연맹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남자부 역시 아포짓 스파이커는 외국인 선수들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배구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던 역대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 김세진은 2005-2006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김세진과 같은 팀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2인자'에 머물렀던 장병철 역시 레안드로 다 실바, 안젤코 추크 같은 외국인 선수에게 밀리다 2008-2009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택했다. 

장병철 은퇴 후 끊어지는 듯했던 V리그 남자부 왼손잡이 공격수의 계보는 지난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한국전력 빅스톰에 지명된 서재덕에 의해 다시 이어졌다. 서재덕은 성균관대 시절 전광인(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과 함께 '쌍포'로 활약하던 대학배구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였다. 하지만 서재덕 역시 프로 입단 후에는 자신의 포지션을 외국인 선수에게 내주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서재덕은 매 시즌 5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왼손잡이 아웃사이드히터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서재덕은 소속팀에서는 아웃사이드히터로, 대표팀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는 '이중생활'을 했다. 아무리 서재덕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해도 포지션을 자주 옮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대표팀 모두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OK금융그룹도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를 적극 활용한 구단이었다. OK금융그룹은 2016-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경희대 출신의 왼손잡이 공격수 조재성을 지명했고 조재성은 2018-2019 시즌 주전으로 활약하며 득점 13위(407점)에 올랐다. OK저축은행은 조재성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삼성화재)와 레오나르도 레이바 같은 아웃사이드히터를 소화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지명했다.

조재성은 2022-2023시즌에도 팀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지만 2022년 12월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검찰조사를 받았다. 결국 조재성은 지난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6월에는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5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OK금융그룹 역시 큰 물의를 일으킨 조재성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기 때문에 조재성은 징계가 끝난 후에도 코트로 복귀하기는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토너먼트 2경기서 65득점 '맹폭' 
 
 신호진은 컵대회 토너먼트 2경기에서 65.56%의 성공률로 65득점을 기록하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 한국배구연맹
 
2022-2023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상대적으로 거물급 신인이 적은 해로 꼽혔다. 실제로 1라운드에서 지명된 7명 중 세터가 무려 4명이었을 정도로 많은 구단들이 당장의 전력강화보다는 미래를 위한 유망주 확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OK금융그룹에서는 187cm에 불과(?)한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신호진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왼손잡이 공격수가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것은 남자부 최초였다.

신호진은 루키 시즌 27경기에서 72세트를 소화하며 52.38%의 성공률로 126득점을 기록했다. 조재성 이탈 후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전체 1순위 신인의 활약으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결국 신호진은 35경기에 출전해 127세트에서 52.61%의 성공률로 203득점을 올린 삼성화재의 미들블로커 김준우에 밀려 신인왕도 무산됐다. 배구팬들은 190cm가 채 되지 않는 단신공격수 신호진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OK금융그룹은 지난 5월 팀의 3대 감독으로 일본 출신의 오기노 감독을 선임했고 오기노 감독은 컵대회에서 신호진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신호진은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선발되면서 대회 초반을 함께 하지 못했다. 6일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첫 경기에 뛰지 못한 신호진은 팀 합류 후 2경기에서 35득점을 기록했지만 공격성공률은 39.74%에 그치며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후유증을 실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오기노 감독은 12일 파나소닉과의 준결승에서 신호진을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투입했고 신호진은 58.14%의 성공률과 함께 무려 6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31득점으로 OK금융그룹의 풀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신호진은 하루도 채 쉬지 못하고 13일 낮경기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결승전에서도 43.93%의 점유율을 책임지면서 72.34%의 경이적인 공격성공률로 34득점을 퍼부으며 OK금융그룹의 첫 우승과 함께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물론 이번 컵대회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선수들도 불참했기 때문에 각 구단이 모든 전력을 쏟아 부은 '진검승부'였다고 보긴 힘들었다. 하지만 컵대회는 각 구단의 젊은 선수들이 팀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대회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신호진은 바로 그 대회에서 팀 우승과 MVP를 통해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으며 지난 시즌 전체 1순위 신인의 자격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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